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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anna Aug 18. 2024

19 이탈리아북부 알프스자락의 크리스마스마켓이 궁금하다

여기 이탈리아 맞아? / 북부이탈리아(볼차노, 오르티세이, 시르미오네)

같이, 때론 혼자 이탈리아 ✈ 외국어를 몰라도 당당한 중년의 이탈리아 여행법

여기 이탈리아 맞아? / 북부이탈리아(볼차노, 오르티세이, 시르미오네)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자락의 크리스마스마켓이 궁금하다


우리들의 이탈리아 자동차 여행의 첫 여정지를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산악지대인 돌로미티로 정한다. 자동차 여행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돌로미티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알프스 자락에 위치한 돌로미티를 첫 여정지로 정한 데는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크리스마스마켓으로 유명한 소도시들이 많다는 것이 나를 설레게 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더욱 로맨틱한 도시로 변하는 유럽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유럽은 더욱 로맨틱한 도시로 변하는데, 거기에 일등공신은 바로 크리스마스마켓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마켓은 아무 때나 열리는 것이 아니라 시기가 정해져 있다. 가톨릭 국가가 아닌 우리나라에는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등이 종교의식과 관련 없이 상술에 의해 설치되지만 가톨릭 국가인 유럽에서의 크리스마스 시즌은 가톨릭 전례와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일반적으로 크리스마스마켓은 예수님 탄생(크리스마스)을 기다린다는 의미의 대림 시기(크리스마스 전 4주) 동안만 열리는 마켓이다. 물론 지역에 따라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을 알현하는 것을 기념하는 주님공현대축일인 1월 첫째 주 주일까지 열리는 곳도 있다. 다행히 이번에 방문하게 되는 이탈리아 북부 소도시의 크리스마스마켓은 주님공현대축일인 1월 6일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유럽의 크리스마스마켓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다음날 유럽으로 날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마켓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스위스 바젤 크리스마스 마켓


독일 로텐부르크 크리스마스마켓


크리스마스트리 장식과 함께 통나무로 만든 부스에는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가득하다. 한 켠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뜨거운 와인 잔을 기울이며 가족들과, 지인들과 즐거운 밤을 보낸다. 나는 그런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크리스마스마켓의 유래

중세시대 신성로마제국에서 겨울철 성 니콜라스 데이(12월 6일, 성자 니콜라스 순교일)에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성자 니콜라스가 주는 선물’이라며 작은 선물을 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성 니콜라스 데이 즈음에 아예 선물을 위한 시장이 노천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이것이 크리스마스마켓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가 이 풍습을 따르지 않고 로마 제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생일을 기념하기로 한 12월 25일 전날 밤에 자녀에게 선물을 주는 것으로 바꾸면서 이를 위한 마켓이 11월 말부터 시작되는 대림시기 동안에 열리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그 후 구교와 신교가 화해하면서 이 두 가지 풍습은 하나로 합쳐져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성자 니콜라스가 선물을 주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성자 니콜라스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산타클로스다.

(출처: https://reisende.tistory.com/2736 [der Reisende - Travels in Germany:티스토리]에 소개된 내용을 참고함.)

 

내가 처음 크리스마스마켓을 방문한 곳은 체코 프라하에서다. 구시가지 광장 중앙에 들어서자 내가 마치 동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거기다 묵직한 첼로로 캐럴송을 연주하는 버스커의 음악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커다랗게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를 중심으로 통나무로 만든 부스에는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선물과 맛있는 냄새로 가득하다. 한 켠에는 통돼지 바비큐가 구워지고 있고, 일명 굴뚝빵으로 불리는 뜨르들로 빵 굽는 냄새가 나의 가던 길을 멈추게 했다. 또한 오크통을 테이블로 한 곳에는 삼삼오오 모여 뜨거운 뱅쇼를 마시고 있다. 특히 프라하의 크리스마스마켓은 다른 지역에 비해 먹거리가 풍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크리스마스마켓이 열리는 여러 광장을 투어 하며 먹방 투어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버스킹 음악을 배경으로 모르는 사람들과도 허물없이 테이블에 둘러서서 마셨던 뱅쇼는 오랫동안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방인의 동양 여자에게 보낸 프라하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체코 프라하 크리스마스마켓


이번 여행에서 돌로미티 지역을 포함시키면서 이탈리아의 여러 지역 중 볼차노 등 알프스 자락에 위치한 소도시의 크리스마스마켓이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년도에 발표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이탈리아 크리스마스마켓 순위로 1위 볼차노, 2위 메라노, 3위 트렌토를 꼽았는데 이곳이 모두 돌로미티 지역에 위치한 소도시라는 사실. 그럼 당연히 크리스마스마켓 투어를 해야지. 심과 추에게도 크리스마스마켓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보여줄 생각을 하니 절로 신이 난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 세 곳 중 우리가 방문한 곳은 볼차노뿐이다. 트렌토는 막스마라 아웃렛 매장 방문으로 인해 취소가 된다. 그리고 메라노는 폭설로 인해 숙소에 갇히는 바람에 가지 못 했다. 우리가 머문 숙소의 위치가 조금 고지대에 있었는데 전날 눈이 너무 많아 와 마을에 갇히고 만 것이다. 억지로 버스를 타고 나갈 수도 있었으나 심과 추가 위험하다고 말린다. 결국 메라노 크리스마스마켓 방문도 실패. 그래도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 것은 이탈리아 크리스마스마켓 중 가장 유명하다는 볼차노는 갔다 왔다는 것...


  

볼차노 크리스마스마켓에서 보인 극과 극의 반응


볼차노 크리스마스마켓 주차장 가는 길


볼차노의 발터광장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마켓. 내비게이션이 도착 200미터 전이라는 친절한 안내 소리에 나의 마음은 어린아이가 된 듯 설레기 시작한다. 나는 동화 속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

크리스마스마켓의 낭만을 심과 추에게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 내가 유럽에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마켓을 보고 설레었던 것처럼 이들도 설레겠지? 나는 마치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 사람마냥 이들의 감탄의 반응을 기대해 본다. 짜잔~~ 그런데...

“와아~~ 너무 로맨틱해. 너무 예뻐.”의 반응을 기대한 것과는 달리 둘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게 크리스마스마켓이구나.” 반응 끝...ㅠㅠ     

이렇게 로맨틱한 크리스마스마켓을 보고도 어떻게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거지??


이탈리아 볼차노 크리스마스마켓
아이들이 인형극을 재미있게 보고 있었다. (볼차노 크리스마스마켓)


이날 난 깨달았다. 같은 여행을 해도 감동을 받는 부분이 다 다르다는 것을... 이들에게 크리스마스마켓은 그저 아기자기한 소품 파는 프리마켓 정도의 감흥이었을 뿐이었다. 내가 트렌토 크리스마스마켓을 고집해 막스마라 아웃렛 매장을 안 갔으면 어쩔 뻔했나? 심이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이걸 보여주려고 막스마라 아웃렛 매장을 안 간 거였어?”라고...

많은 눈으로 인해 하루 동안 숙소가 있는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 둘은 크리스마스마켓으로 유명한 메라노에 못 간다는 것에 전혀 섭섭해하지 않았다. 오직 나만이 아쉬워했을 뿐...

좋은 건 좋다고 팍팍 티 내고, 별로 좋지 않은 것에는 무반응을 보이는 이 둘의 투명한 성격 덕분에 심과 추가 여행에서 어떤 유형의 여행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하나 둘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여행에서는 ‘다음’이란 없다

   

‘여행에서는 다음이란 없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정답이다.’

이것은 그동안 내가 여행을 하며 실패를 통해 터득한 진리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웬만해서는 다시 그 기회는 찾아오지 않더라.


“그때 할걸...”

튀르키예 카파도키아에서의 열기구가 그랬다. 카파도키아에 가면 열기구를 타고 일출 또는 일몰 감상을 놓치지 말라는 많은 여행 고수들의 조언이 있었지만 끝내 나는 하지 않았다. 겉으로의 핑계는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이유였으나, 진짜 이유는 열기구 타는 것이 비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카파도키아 소재 호텔은 대부분 열기구 업체랑 연결되어 있어 호텔에서도 손쉽게 예약이 가능했고, 실제 내가 머무른 동굴호텔에서도 체크인을 하자 열기구를 탈 거면 예약을 대신해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나는 괜찮다고 거절했다.

그 후 텔레비전 홈쇼핑에서 튀르키예 여행 상품이 나올 때마다 배경화면으로 함께 나오는 알록달록한 열기구를 볼 때마다 ‘그때 열기구를 탈 걸...’ 하는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았다.     


“그때 살 걸...”

스페인 론다에서 주일 미사를 드리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와~ 이 망토 너무 예쁘다. 안나가 입으면 정말 예쁠 것 같아.” 하신다. 가격은 20유로. 내가 봐도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특이한 디자인으로 예쁘다. 엄마는 예쁘니 그냥 사자고 하고, 나는 15유로 아니면 안 사겠다고 상점 주인과 옥신각신 흥정을 한다. 협상 결렬... 상점 주인이 18유로까지 주겠다고 했는데 나는 겨우 3유로 더 깎으려 하다 결국 사지 않았다. 3유로가 뭐라고 그리 깎으려 했는지...ㅠㅠ 엄마는 여행 내내 이 망토를 사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셨다.

그런데 같은 날... 론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 집에서 내 겉옷 주머니에 있던 약 100유로 상당의 돈을 잃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코트 주머니에 돈을 넣어둔 채 코트를 반 접어 옆 의자에 걸쳐놓는 과정에서 흘린 것이다. 그걸 론다 출발 후 1시간이 지난 휴게소에서 알게 되어 부리나케 식당에 연락해 보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어차피 돈을 잃어버릴 줄 알았으면 예쁜 망토라도 사는 건데...ㅠㅠ 그 망토가 예쁘긴 진짜 예뻤는데... 그 후 여행 내내 그 망토처럼 예쁜 옷은 보지 못했다.ㅠㅠ 그냥 마음에 들 때 사는 건데...      


“내려서 볼 걸...”

이번 여행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볼차노 크리스마스마켓을 보고 난 후 숙소로 가는 길에서...

벌써 밤 8시가 넘은 시간이다. 초행길인데다 가로등이 하나도 없는 산길에 다들 약간의 긴장 상태였다. 굽이굽이 산길로 올라가는데 갑자기 앞에 앉은 추와 심이 동시에 내뱉은 말.

“별 봤어요?”

“정말 별이 쏟아지네.”

“내려서 보고 갈까요?”

“아냐, 밤도 늦었으니 내일 보는 걸로 하고 지금은 숙소 찾는 게 우선인 거 같아.”

이 말을 누가 한 거지? 설마 나는 아니겠지?ㅠㅠ

하지만 우리는 볼차노에 3박을 머물며 더 이상 별을 보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부터 눈발이 날리는 등 흐린 날씨 덕분에... 쏟아지는 별은커녕 밤하늘의 별을 거의 보지 못했다.

쏟아지는 별이 내 눈앞에 있다면 지금 당장 무조건 멈추고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에 집중해야 한다. 여행에서는 다음이란 없기 때문이다.    

  

조안나 여행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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