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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y 30. 2024

미션이 나갔고 견인차를 탔다

할아버지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우리가 탄 고속도로는 제한속도가 110km인데 100km 이상으로 쌩쌩 달렸다. 한참을 갔는데 갑자기 출력이 안 나가고 차가 흔들리고 차에서 굉음이 나고 엔진 경고등이 들어왔다. 110 가까이 달리던 차가 70 정도도 불안했다. 바로 휴게소가 있어 들어갔다. 천안삼거리 휴게소였다.

휴게소에 들어가 보험에 전화를 했다. 견인차를 불렀다. 견인차 기사가 보더니 미션이 나간 것 같다고 했다. 아내 에미마와 아들 요한이와 세 식구는 견인차를 타고 수원까지 왔다. 다니는 카센터에 전화를 해 놓고 카센터 앞에 차를 가져다 놓았다. 카센터 앞 편의점에 키를 맡기고, 택시를 타고 밤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아빠, 견인차가 고장 난 차 끌고 가요."

33개월 아들 요한이가 평소 하는 말이다. 아들은 견인차가 뭐 하는 차인지 안다. 견인차가 뭐 하는 차인지는 알지만, 견인차를 타기가 쉽지 않다. 44년을 산 나도 견인차가 이번이 두 번째다. 아들은 장난감으로 보던 길에서 지나가던 것을 보던 그 견인차를 탔다. 물론 견인차에 오를 때는 아들 요한이는 코 자고 있었다. 수원에 들어왔을 때 깼고 우리가 말을 해 주어 자기가 견인차를 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2022년에 쉐보레 올란도를 중고차로 샀다. 2011년식인 것으로 알고 있다. 400만 원 주고 샀다. 1년을 타고 100만 원 + 100만 원 = 200만 원을 들여 수리를 하고 1년을 또 탔다. 미션이 나갔는데 견적이 200만 원 정도 나왔다. 고치는 가격이 더 나오는 게 아닌가 다음 차로 갈아탈 때가 된 것인가 싶었다.

카센터 사장님이 수원시 보조금 받고 폐차하자고 했다. 고철값은 따로 받고 말이다. 돈을 받고 폐차하는 방법이 있나 보다. 알아봤는데 우리 차는 폐차 지원금 대상이 아니었다. 미션을 갈고 더 타기로 했다. 어차피 차를 갈아 타도 연식이 있는 중고차인데 거액의 수리비를 들여 고쳐가며 타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타는 나의 첫차 올란도에 만족하고 있으며, 이미 큰 것은 정비를 해 왔다.

잘 아는 카센터 사장님이라 잘해주신다. 잘해주신다는 것은 가능하면 돈이 안 들어가게 해 주신다. 에어컨 필터 교체 등등도 부탁드렸다. 결국 최종 청구서는 150만 원이 나왔다.

"아빠 차 고장 났어. 견인차가 끌고 갔어."

33개월 아들 요한이가 하는 말이다. 요한이는 아빠 차 타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다니는 카센터가 다 좋은데 손님이 많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카센터 사장님은 항상 돈을 현금으로 뽑아 오기를 요청하신다. 현금받는 데도 계좌이체로 입금하는 게 일반적인데 돈으로 가져다 달라고 하신다. 엔진 오일 가는 정도면 카센터 앞 편의점 ATM에서 뽑아도 되는데. 거액이라 은행에 들러 출금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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