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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un 27. 2024

꿈과 현실 사이

어떤 이에겐 꿈이 현실보다 현실적이다

작년 6월 퇴사를 했다. 늘 퇴사를 생각했지만 계획을 가지고 퇴사를 한 것은 아니다. 더 다닐 수가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외부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 내부의 문제였다.


질병으로 인한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국비지원으로 영상편집을 배우려 했다. 실업급여 심사를 받는데 3개월이 지났고 결국 탈락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1유형이 되어 그 기간 동안 영상편집을 배우려 했다. 스케줄이 맞지 않고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바로 취업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일경험으로 3개월 동안 주간보호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기관의 경영사정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고 계약 종료되었다. 그리고 이력서를 내며 놀았다.


사실 퇴사를 했을 때 내가 하려고 했던 것은 글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다른 것들은 그게 여의치 않을 때 보험이었다. 매여 있을 때는 글을 썼고, 배고픈 자유인이 되었을 때는 놀았다.


글이라는 게 올 때는 한없이 오고, 오지 않을 때는 안 온다. 안 와도 써야지 글이 오는 것도 맞다. 안 쓰면 오던 글도 안 오고 글이 샘솟던 샘물도 말라 사막이 된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인지, 독자가 읽고 싶은지, 그것과는 별개로, 지금은 다시 글이 샘솟는다. 녹슬었던 글쓰기 감각의 녹도 벗겨지고 있다. 글을 쓰며 고용센터에서 알선해 준 곳에 이력서를 넣고 있다. 오라는 데가 있으면 바로 취업한 거지만, 속마음은 책 한 권을 써서 한 큐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작가로 살고 싶다.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지는 않다. 한 마리면 충분하다. 두 마리 중 내가 잡고 싶은 토끼가 있다. 일단 어느 토끼가 잡힐지 모르니 둘 다 쫒아야 한다.


어제도 고용센터에서 알선을 해 주어 학원에 사무행정원으로 이력서를 냈다.


요한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도서관에 왔다. 아내 에미마가 먼저 도서관에 와 있었다. 아내는 요리학원에서 한식조리사 과정을 마치고 한식조리사 필기를 공부하고 있다. 한국어 회화는 잘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한식조리사 시험은 어렵다.


노트북으로 밀리의서재 밀리로드 연재 글을 썼다. 매월 몇 명 뽑아 100만 원씩 주고, 밀리 오리지널 전자책으로 만들어 준다. 6월의 주제는 여행이다. <네팔에서 한달살기>라는 주제로 연재 글을 쓴다. 기존에 브런치에 썼던 글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예전에 썼던 글을 다듬기와 다시 새로 쓰기 사이를 무한반복하고 있다.


첫 책으로 구상하고 있는 주제가 이것은 아니다. 첫 책의 제목은 <사랑 때문에, 조울증>이다. 사랑 때문에 조울증에 걸렸고, 사랑 때문에 조울증을 극복했고, 사랑 에세이를 쓴다는 내용이다. 이것도 이미 써 놓은 브런치북을 기반으로 다시 쓸 계획이다.


노트북으로 밀리로드에 글을 쓰는데 방전이 되었다. 충전기를 집에 두고 왔다. 이 글을 발행하고, 책을 읽다가, 아들 요한이 데리러 가야지.


돈만 빼면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지금의 삶을 살며 돈도 버는 길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보험으로 구직활동을 같이 하고 있다.


여전히 꿈을 꾸는 이유는 내가 아직도 피터팬이기 때문은 아니다. 스무 살에 조울증에 걸려 이십 년을 방황하다 이제 겨우 조울증을 극복했는데 경력단절과 커리어 공백으로 현실도 만만치 않다. 어차피 꿈이 내 안에 살아 숨 쉰다면 꿈이 현실보다 현실적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꿈을 꾸고 이룬 사람 중 꿈이 현실보다 현실적이었고 현실이 꿈보다 비현실적이었던 경우가 종종 있다. 생존을 위해 꿈을 좇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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