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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y 12. 2021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던 낭만소풍

 

아내와 『수원화성 낭만소풍』에 갔다. 수원시 수원문화재단 문화재청에서 주최하는 세계문화유산 활용 프로그램이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수원화성 성곽을 걸으며 세계문화유산을 배경으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소풍이었다.


코로나 정국이라 단체로 활동하지 못하고, 4인 1조로 팀을 이루어 거리와 시간을 두고 팀별로 순차적으로 움직이며 활동했다. 팀별로 모이고 해산하는 시간이 달랐다.


소집시간이 팀별로 격차가 있었는데, 출발시간보다 30분 일찍이었다. 소집시간에 등록을 하고 30분 후에 첫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수원화성 동장대(연무대)에서 출발하여 100분  동안 수원화성 성곽 길을 걸으며, 네 군데의 지붕 덮인 전각에서 네 가지 프로그램을 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출발지 접수처로 돌아와서 만족도 조사를 하고 끝마치는 순서였다.

   

2인 ~ 4인 1팀에 참가비 4만 원짜리 프로그램이었다. 우리 돈 내고 참가한 것은 아니고, 수원외국인복지센터에서 외국인 가족을 위해 참가비를 지원해 주었다. 처음 참가할 때는 수원화성 체험에 1팀 4만 원이면 비싸다 생각했는데, 체험을 해보니 그 정도 지불을 하고도, 정부와 지자체 재단에서 상당한 지원이 없으면 유지하기 어렵겠다 싶었다. 그만한 돈을 지불하고 참가할 사람들도 많지 않겠지만, 참가비를 다 받아도 적자 나겠다 싶었다.



네팔인 아내 에미마와 내가 다니는 네팔어 예배의 담임 사역자 산제이 전도사님은 주중에는 수원외국인복지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한다. 산제이를 통해 종종 한국 체류 외국인을 위한 한국문화체험 기회가 온다. 에미마에게만 특별한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고, 외국인센터의 연중 프로그램과 사업이 있는데, 그중에 아내에게 필요한 정보를 산제이가 보내준다. 이 또한 정보를 보내주는 것이지, 외국인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신청한다. 외국인센터를 통해 김장 만들기와 송편 만들기 체험을 이전에 했었다. 코로나라서 직접 가서 체험한 것은 아니었고, 재료를 보내주고 보내준 레시피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하고 체험 사진을 찍어 센터에 보내주면 된다.


이번에는 외국인 4인 가족이나 친구 대상의 한국문화이해탐방 프로그램으로서 『수원화성 낭만소풍』이었다. 한국문화이해탐방은 수원외국인복지센터에서 연례적으로 하는 외국인을 위한 복지프로그램 중 하나이고, 센터에서는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한 것이 아니라, 수원문화재단에서 하는 세계문화유산 활용 프로그램 『수원화성 낭만소풍』 참가비를 내고 신청자를 받아서 보내주는 것이다.  


외국인센터에서 하는 일은 적합한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사업 경비를 따오고, 자체 홍보물 만들어 참가자 모집해서 선정하고, 참가자들에게 참가 시간 공지해 주고, 행사 당일 담당 직원이 직접 나와서 참가자들이 잘 와서 프로그램에 순조롭게 참여하나 보고, 그런 일을 한다. 수원문화재단이나 수원외국인복지센터나 수원시에서 재정 지원을 받을 텐데, 수원문화재단의 프로그램을 수원외국인복지센터에서 구매해 주는 것이다. 물론 연례적으로 수원외국인복지센터에서 하는 사업 관련된 프로그램을 원래 그 사업 재정으로 책정된 액수만큼 구매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수원외국인복지센터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보다, 지자체 관련 한국문화이해 체험을 구매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질과 참가자의 만족도 면에서도 훨씬 좋다. 요즘 모든 분야에서 이런 식으로 일하는데, 프로그램을 사서 진행한다고 직원들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프로그램을 선정해서, 자금을 따오고, 그러기 위해서 기획서와 공문을 쓴다. 하는 일과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지,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활 쏘는 활터가 있는 연무대라고도 하는 동장대가 모이는 장소였다. 동장대에 가니 프로그램을 알리는 배너가 서 있었다. 동장대 마당에서 등록을 하고, 우리 팀이 출발하는 시간을 30분 동안 기다리며 대기했다. 외국인복지센터에서는 9팀을 모집하고 지원해 주었는데, 네팔팀이 두 팀 되었던 것 같다.

 

외국인복지센터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을 지원하지만, 네팔인 아내와 네팔인 아내의 남편인 나는 외국인복지센터와 센터의 외국인 상담사인 산제이를 전도사님을 통해서 네팔인들만 만난다.


외국인 예배는 주로 대형교회에서 하는데, 한국에서 살아가는 외국인을 한 번에 모으지는 않는다. 국가별이나 언어별로 선교회를 두고, 국가별로 모인다. 영어 예배 정도야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서양인 중심으로 함께 모이지, 국가별로 모인다. 외국에 사는 한인들이 한국인 교회를 가는 것과는 비슷하면서도 달라서, 주로 외국인 사역을 하는 대형교회의 자기 모국 선교회에 가서, 모국어로 예배를 드린다.


대기하는 동안 아내는 네팔인들과 대화를 나누었고, 나는 산제이 아내 미나와 함께 온 산제이와 미나의 어린 딸 앨리슨과 놀았다. 놀았다기보다 앨리슨의 사진 찍어 주면서, 앨리슨이 마음 놓고 뛰어다니면서도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아빠 노릇을 산제이 대신했다. 앨리슨 엄마 미나는 나의 아내 에미마랑 놀고, 내가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까지 앨리슨의 아빠 노릇을 했다.


출발시간 30분 전에 동장대 마당에 모여 참가 확인을 하고 발열체크를 하고 방명록 작성을 한다. 30분 대기 후 동장대 마당에서 지우산 만들기 체험을 한다. 코로나 정국이라서 4인 1팀으로 진행하는데, 팀과 팀 사이 10분 정도의 간격을 가지고 출발한다. 한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10분의 대기 시간을 가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첫출발을 10분 간격으로 출발하고, 프로그램 하나가 끝나면 바로 다음 프로그램 장소까지 걸어가고, 바로 다음 프로그램에 들어간다. 전 팀이 밀려 있지 않다면 말이다.


동장대에서 지우산을 만들고 창룡문에 가서 『수원화성 물어보살』이라고 이수근 서장훈이 하는 『무엇이든 물어보살』패러디 프로그램을 하고, 다시 동장대로 돌아와 수원화성과 관련된 연극 공연을 보고, 화홍문으로 가서 가야금 연주를 들으면서 전통다과를 먹고, 용연과 동암문 사이에서 화성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다시 출발지 동장대 접수대로 돌아와 만족도 조사를 하고 마친다.


팀마다 문화관광해설사가 한 명씩 담당으로 붙어 전 과정을 데리고 다닌다. 우리 꼬마 앨리슨의 손도 해설사 선생님이 붙잡고 다녔다. 처음에는 우리 꼬마 앨리슨을 내가 챙겼는데, 해설사 선생님이 언제부턴가 앨리슨의 손을 붙잡고 다니셔서, 나는 아내 에미마의 손을 붙잡고 다닐 수 있었다.


   

수원화성 동장대 마당은 3단으로 되어 있는데, 등록과 첫 프로그램은 맨 아래 단 마당에서 했다. 창룡문까지 갔다가 다시 동장대로 돌아와 동장대 전각에서 연극 공연을 보았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라면, 일반 관람객에게 평소에 공개된 공간에서만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평소에는 잠겨진 프라이빗 한 공간을 열어 그곳에서 한 팀의 4명 이하인 소수만을 위한 공연을 해준다는데 있다. 물론 토요일 14:00에서 17:40분까지 한 팀에 4명씩 10분 간격을 가지고 돌아가니, 공연자들은 4명씩 수많은 팀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첫 프로그램은 지우산이라고 종이우산을 꾸미는 것이었다. 지우산 위에 사인펜과 하트 별 스티커와 전통 무늬 색띠 테이프로 꾸미는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지우산 그 자체가 탐이 났다. 지우산은 프로그램 끝나고 각자 가져가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유치해 보이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했지만, 지우산 자체가 좋았다. 물론, 나중에 프로그램이 끝날 때 가보면, 지우산을 꾸미는 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우산을 들고 사진을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사진사가 맨 마지막에 사진을 찍어 주는데, 첫 프로그램에서 꾸민 지우산이 주요 촬영 소품이다.


   

흔히 연무대라고 하는 동장대에서 첫 프로그램을 마치고, 걸어서 창룡문까지 이동했다. 보통 창룡문 전각 안에까지 들어갈 수 없도록 열쇠로 잠겨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그런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체험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혜는 아니고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과 문화재청에서 주관하는 세계문화유산 활용 프로그램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창룡문에서는 이수근과 서장훈이 하는 <무엇이든 물어보살>의 패러디로, <수원화성 물어보살> 프로그램을 했다. 수원화성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수근과 서장훈의 <무엇이든 물어보살>처럼 상담 프로그램이었다. "이름이 뭐야?" "나이가 몇 살이야?" "어디 살아?" "고민이 뭐야" 이런 질문을 아저씨들이 보살 옷 입고 반말 찍찍하면서 물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 패러디인 줄 아는데도, TV 예능도 아닌데 반말 찍찍하면서 질문하는 게 나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고, 아내와 미나 사모님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서 상당히 불편했었던 것 같다. 뭔지는 잘 모르는데 기독교인으로서 불편한 무당들이 와 있는 것 같았을 것이다. 무당을 부른 것은 아니고, 삼류 배우거나 아니면 집에서 노는 아저씨들이 와서 연기하는 배우들일뿐인데 말이다.


저 사람들은 샤먼이 아니라 샤먼을 패러디하는 것이고, 직접 샤먼을 패러디하는 것도 아니고, 샤먼을 패러디한 TV 쇼를 패러디한 것이라고 아내에게 설명을 해주었는데도, 그게 잘 설명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고민해결을 위한 부적이랍시고, 노란 종이에다가 뭐라고 써 주었는데, 부적이 아니라 그냥 덕담 몇 마디 적어 준 것이다. 이수근과 서장훈의 <무엇이든 물어보살>을 따라한 것이다. 나는 이수근도 서장훈도 아닌 배 나온 아저씨들에게 반말 찍찍 듣는 게 심기가 불편했고, 아내와 미나는 샤먼 무당 같은 사람들이 와서 "뱃속의 아이 아들이야." 하니 불편했다. 프로그램은 수원시 수원문화재단 문화재청에서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우리는 교회에서 시에 위탁받아 운영하는 수원외국인복지센터에서 온 그룹이기 때문에, 우리 팀들은 <수원화성 물어보살>이 그다지 달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내나 미나처럼 독실한 신앙인인 경우에는 더더욱 불편했을 것이다. 아내는 이제 오래 밖에 나다니기 피곤할 정도로 임신 중기를 향하여 가서, 신청할 때는 자기가 원해서 신청했지만, 당일 날은 오지 않기를 바라서 마음이 불편했고, 또 <수원화성 물어보살>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 재밌자고 한 것은 알겠는데, 우리는 별로 재미있지 않았고, 또 종교를 떠나서 무속 문화가 체험해야 할 전통문화인지는 모르겠다. 무속문화라 해서 패러디한 것은 아니고, 요즘 인기 있는 이수근과 서장훈의 TV 쇼를 패러디한 것은 나는 알겠는데, 그게 이수근과 서장훈이 해서 재미있는 것이지, 이상한 아저씨들이 나와서 반말 찍찍하면서 우리에게 "고민이 뭐야?" 하면 당혹스럽다. 아내 몸이 불편했던 것을 빼고는 다른 프로그램은 좋았는데, 이 프로그램이 최악의 프로그램이었다.


   

다시 동장대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3단 마당의 맨 아래가 아니라 맨 위의 마당에 있는 전각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았다. 일반 관람객은 마당에 까지만 들어올 수 있고, 우리들만 전각 안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우리 4명 만을 위한 연극 공연을 보여 주었다. 배우는 두 사람이었다. 이 연극은 수원화성과 관련이 있는 내용이었다. 정조대왕이 어떤 목적으로 수원화성을 축조했는지, 그것을 연극으로 설명해 주었다. 물론 한국인이나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지, 옆에 앉아 있는 아내나 에미마는 그 내용은 이해를 못했을 것이다.

   

이해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극은 좋았던 것 같다. 아내와 미나와 그 딸 앨리슨에게도 재미있었던 것 같다. 내용도 있지만, 배우들이 코믹하게 연기를 해서 재미있었다. 물어보살의 보살 무당 옷이 한국의 전통의상이라고는 할 수 없고, 정조대왕 연극의 두 배우가 입은 조선시대 한복이야 말로 한국의 전통의상이기도 하고 말이다. 머리에 쓴 갓도 그렇고 말이다.


   

다음 프로그램은 북수문(화홍문) 전각에서 가야금 연주를 들었다. 다른 공간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일반 관람객들이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다. 물론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은 공개를 하지만 말이다. 우리 네 명만을 위한 연주를 해주었다. 가야금 연주자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아무리 연주자라도 함부로 찍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얼굴 아래만 찍었다. 나중에 보니 찍어도 되는 분위기이고, 다른 팀은 같이 얼굴 내놓고 사진도 찍어주고, 물어보고 가야금 타는 장면을 찍어도 되었을 텐데, 그럴 용기가 없었다. 얼굴을 제외한 샷과 아내 에미마의 가야금 타는 사진만 찍었다.


한과와 전통음료라는 제호탕을 주었는데, 가야금 연주자가 먹으면서 연주 들으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가야금 연주가 시작하자마자 뜯어서 먹으면서 들었는데, 옆에서 아내가 어떻게 연주 들을 때 부스럭거리면서 먹느냐는 투로 소리 없는 타박을 했다. 나는 먹으라고 해서 먹는다고 소리 없이 대답했다.


   

용연과 동암문 근처에서 마지막으로 사진 촬영을 했다. 두 명의 사진기사 분이 있었다. 넓은 지역에서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한 분이서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가 없었다. 이 사진은 내가 찍은 것이고, 사진작가님이 찍으신 사진은 나중에 메일로 보내 주시고, 액자 하나를 만들어 기념으로 준다고 들었다.

   

용연 근처에는 피크닉이 유명한 것 같다. 피크닉 가방이나 물품들은 개인이 가져오는 게 아니라, 예약받아 대여해주는 업체가 있다고 한다.

   

목욕탕 굴뚝같은 굴뚝이 하나 있는데, 수원의 유명한 갈빗집이다. 갈비탕으로도 유명하다. 내가 수원에서 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학교 회식으로 이 갈빗집에 가본 적이 있다. 갈빗집 굴뚝이 목욕탕 굴뚝인 것은 원래 목욕탕이었는데 업종을 바꾸었다고 한다. 목욕탕 굴뚝은 없애지 않고, 간판처럼 쓴다. 갈빗집 목욕탕 굴뚝이 그 동네 랜드마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출발지 동장대로 돌아와 만족도 조사를 하고 끝마쳤다. 언제부터인가 강의평가와 만족도 조사가 필수가 되어 버렸다. 소비자에게 평가의 권리를 준다는 것은 좋은데, 그게 의무가 되어야 하나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강의평가는 시대 흐름이라고 할지라도, 강의평가를 하지 않으면 학점을 볼 수 없다느니 하는 것을 보면, 그것을 꼭 강제화 시켜야 하나는 생각도 해 본다.


   

연무대에는 국궁체험이 있다. 별로 가격도 비싸지 않다고 한다. 한 번에 2000원씩만 내면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언젠가 체험해 보고 싶다. 아내가 임신을 해서 지금은 안 되고, 아기 낳아 기르다가 아기가 커서 어린이가 되어서 국궁 체험할 나이가 되면 한번 같이 가서 체험해 보고 싶다.


   

처음에는 아내가 가자고 했다. 나는 아내가 임신해서 장시간 걷는 게 괜찮을까 싶었다. 아내는 매일 내가 출근해도 혼자서라도 집 앞 호수공원을 한 바뀌 씩 돌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낭만소풍 이틀 전 수원 출입국 외국인청에 아내 에미마의 외국인등록을 갱신하고 체류 연장하기 위해 가면서, 아내가 오랜 시간밖에 나다니는 게 피곤하고 힘들었나 보다. 그때부터 아내는 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고지식한 사람이라서 한번 예약한 것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것을 대단히 어려워한다. 완고하거나 고집스러운 것과는 다르다. 고지식하다. 원칙론자도 아니다. 그냥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하고 취소하겠다고 변경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게 난 어렵다. 당일 날 아침에도 아내는 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예정된 스케줄을 취소할 줄을 몰랐고, 또 아내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아내가 가기 싫어해도, 가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이 틀렸다. 아내와 미래의 자식이 가자고 하면 가고, 가지 말자고 하면 안 가면 되는 것이다. 미리 예약을 해도 취소하면 되고, 취소가 안 되면 환불 안 받고 그냥 안 가고 돈 날리면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하고 싶은데로 하면 된다.


   

수원화성 낭만소풍 자체는 낭만적인 기획이었으나, 아내가 원해서 신청한 것이지만, 당일 날 아내가 원치 않는 것을 읽지 못하고, 그대로 고집하여서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소풍이 되었다. 그리고 이수근과 서장훈의 <무엇이든 물어보살>을 패러디한 <수원화성 물어보살>도 재미없고 불편했고, 이수근도 서장훈도 아닌 그냥 아저씨들이 와서 그런 쇼를 한 것은 무리수라고 본다.

   

아내가 즐거워하기도 했지만, 상당히 피곤해하기도 했다. 즐겁고 피곤한 것은 아내의 기준이다. 아내가 가자고 하면 가고, 가지 말자고 하면 당일 취소해도 되는 것이다.

   

공공재단에서 하는 4인 가족 한 가족 100분의 프로그램이 4만 원이라면 비싸다고 생각하겠지만, 프로그램 질에 비해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4만 원 가지고 택도 없을 프로그램일 텐데,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과 문화재청의 지원을 일부 받아 진행될 것이 뻔해 보인다. 우리 부부의 상황에 맞지 않아 우리에게는 낭만적인 소풍만은 아니었지만, 다른 4인 가족들에게 특히 자녀들이 있는 가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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