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 청년들이 결혼을 못하는 시대다. 나는 돈도 직장도 아무것도 없을 때 아내 에미마랑 결혼했다. 내가 결혼할 때도 돈 없이 결혼할 용기를 낼 수 없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물론, 나와 같은 경우는 일반화할 수 없는 예외적인 케이스다. 금수저 은수저까지는 아니더라도 동수저 정도 물고 자랐고, 부모찬스를 썼다.
스물한 살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렸다. 재수하고 99학번으로 입학해 13년 반 만에 졸업했다. 비정규직이지만 초등학교 영어회화전문강사로 나름 근무조건이 괜찮은 직장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조울증이 재발하고 경력이 단절되고 오랜 기간 다시 사회로 돌아가지 못했다.
난 결혼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을 때, 사랑하고 결혼할 생각조차 내려놓았을 때, 아내를 소개받았고, 결혼하게 되었다.
어느 다른 부부들처럼 우리 부부도 때때로 갈등도 있고 트러블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우리 사랑은 현재 시점 비극이 아닌 희극이다.
우리가 사귀기 전 나의 상황 처지를 에미마는 알고 있었다. 에미마에게 "난 돈도 없고. 직장도 없어." 그랬더니, 에미마는 "그런 거는 걱정 말아요. 우리 사랑하면 하나님께서 다 채워줄 거예요."라 나를 위로했다. 에미마에게는 믿음이 있었고 나를 순수하게 사랑하기도 했지만, 한국에서는 돈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기도 했다.
물론, 우리 부부를 위해 부모님께서 경제적으로 많이 서포트해 주셨다. 자식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아픈 손가락이기에, 아직은 스스로 살아갈 수 없기에, 경제적 지원을 해 주셨다. 지금은 다시 회사에 다니며 돈을 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경제적 자립을 했다. 양쪽 부모님께 매월 용돈도 드린다.
나 같은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부모찬스를 썼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아무것도 없이 결혼해도 괜찮아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나는 돈 없이 집 없이 직장 없이 결혼했고 행복하게 산다. 없을 땐 부모님께 용돈을 타서 생활했고, 부모님 아파트에서 살고, 아버지 농장에서 일을 했고 동생 회사에서 일을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