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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Feb 28. 2022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희망과 공감이 되기를 바란다



블로그 브런치 카페에 쓴 글을 누군가 보고,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기도 한다. 자주는 아니다. 어쩌다 한 번이다. 조울증 극복에 대하여, 브런치 작가가 되는 노하우에 대하여, 또는 내 글 속에 이야기에 대하여, 어쩌다 개인적으로 연락이 온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1년 좀 더 전, 2019년 8월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글쓰기 2개월 만에 연합뉴스 TV 작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합뉴스 TV 소속이 아닌, 외주제작사 소속이었다. 다문화 가정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는 다큐였다. 아내 에미마와 내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쓴 것은 작가가 보고 연락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방송 탔다.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브런치 작가가 된 사연을 브런치에 썼더니,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다 떨어진 어느 중년 여성분으로부터, 브런치 제안하기로 상담 요청이 왔다. 카톡과 이메일로 나의 경험을 나누어 드렸다.

 

내 블로그에 쓴 조울증을 극복한 이야기들을 보고, 조울증 환자가 상담을 요청해 오기도 했다. 카톡으로 내 경험을 바탕으로 대화를 나누고 조언을 해드렸다.


전화통화를 원하시기도 했고, 직접 만나기를 원하시기도 했지만, 그동안은 카톡 대화와 이메일 조언만 해드렸다. 글쓰기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그 경계를 넘고 싶지는 않았다.


네이버 카페에 조울증 환자 가족 커뮤니티가 있다. 거기서 내 글을 보고, 조울증 형을 둔 동생이 나에게 도움을 구하는 네이버 쪽지를 보내왔다.


카톡으로 상담을 해 드렸다. 형이 오래 조울증을 앓아왔고, 이번에 조증이 심하게 나타나 사고를 치고 병원에 입원했고, 이제 가족은 형이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약을 먹다 괜찮아지면 약을 끊었다가 1년 2년 주기로 재발을 해왔다고 했다. 나처럼 형이 조울증을 극복하고 회복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형의 증세가 내가 많이 아플 때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형의 아픔도, 가족의 아픔도, 이해할 수 있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조울증 환자로 중증 상태에 오래 있으면, 가족이 환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와 상관없이, 그 가족의 삶도 함께 불행해진다.


조울증이란 질환은 완치라는 개념은 없지만, 조절이 충분히 가능한 질환이다. 조절만 잘하면 보통사람처럼 별 일 없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거의 모든 조울증은 극복이 가능한 병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환자들이 조울증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지속적인 조절과 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카톡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드렸다. 그분도 다 아는 이야기이다. 다 아는 이야기인데, 형이 자신의 병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고, 조금 괜찮아지면 약을 끊고 1년 2년 간격으로 재발을 하기 때문이다. 형의 마음도, 동생의 마음도, 다 이해가 간다. 내가 20년 가까이 겪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조울증 그게 그런 병이다.


그분도 사는 곳이 내가 사는 수원이었다. 만나서 이야기하기를 원하셨다. 내가 상담사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그런 상황은 피해왔다. 그렇지만, 퇴원한 형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동생의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수원역 로데오거리 입구 투썸플레이스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공감을 해드리는 것이었다. 그분도 이미 현재 상황과 솔루션을 다 알고 계실 것이다. 다만, 나는 그분의 형과 가족이 경험한 것을 이미 다 겪고 그것을 빠져나왔고, 환자와 가족의 입장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분의 형이 조울증 가운데서 사고를 치는 것이, 내가 예전에 하고 다니던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조울증은 약을 먹으면 괜찮고, 안 먹으면 안 괜찮은 병이다. 조울증이 모든 정신병 가운데 가장 어려운 병이라는 것은, 조울증의 치료 방법이 없어서는 아니다. 조울증은 분명한 치료 방법이 있다. 물론, 처음 발병했을 때 3년 정도 꾸준히 약을 먹지 않고, 재발이 된 후에는 완치라는 개념의 치료는 없다. 다만, 자신에게 적당한 약물과 농도를 찾아 약을 꾸준히 먹으면, 별 일 없이 잘 살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조절과 관리를 잘하면,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울증은 어떤 환자든 극복할 수 있는 병이다. 단, 약을 꾸준히 먹는 전제 아래 말이다. 그런데 이걸 받아들이기 까지가 너무나 지난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다고 할지라도, 환자 본인이 그걸 깨닫고 실천하기 까지가 너무 어렵고, 깨닫게 되고 약을 먹더라도 나중에 괜찮아 지거나 약을 챙겨 먹는 것을 놓치다 보면, 재발을 하게 되는 병이다. 약을 먹으면 괜찮고, 안 먹으면 다시 올라오는 병이다.


조울증이 어려운 병이란 것은 이런 것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돈을 하룻밤에 다 쓰고 다니게 된다. 나는 한 번 재발을 했을 때, 5백만 원 이하로 돈을 쓰고 다녔다. 단지, 돈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분의 형은 한 번 조울증이 발병하면 평균 2천 3천 정도를 쓰고 다닌다고 한다. 그 정도 돈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대출받아서 땡겨오는 것 포함이다. 조울증 상황에 오면, 귀신 같이 돈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 자기 돈이 아닌 돈도 찾아 쓰고 다닌다. 그분의 형은 이번에는 회사 돈까지 만지게 된 듯하다.


또, 성적 욕구가 비정상적으로 과대해져, 이성 문제가 생긴다. 다른 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야기까지는 여기서 밝힐 수 없지만, 그분의 형도 여자 문제가 심하게 터진 것이다.


그분이 날 찾아오신 것은, 이미 이 병이 어떤 병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다시 재발이 일어나지 않을지, 재발이 일어날 상황까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그런 것에 대해 묻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아니, 나에게서 형의 조울증으로부터의 회복과 극복의 희망을 보고 싶어서 날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네이버 카페에 쓴 나의 글에서 공감이 되어, 공감을 얻고자 나를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나의 글쓰기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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