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라이트는 각계 각층의 전문가가 모인 브런치 작가 레이블이다. 스테르담 작가님의 <관통하는 글쓰기> 출간 기념 줌 강연을 들은 것을 인연으로 하여, 팀라이트에서 한 달에 한 번 하는 줌 강연 <인사이트 나이트>에 몇 차례 참여하였다. 스테르담 작가님의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팀라이트의 <인사이트 나이트>를 들은 것은, 나도 언젠가 출간 작가가 되기 위한 길을 찾는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였다.
2021년 12월 인사이트 나이트는 12월 18일이었는데, 아들 요한이의 백일이자, 나와 아내의 3주년 결혼기념일이라, 참여할 수 없었다. 2021년 11월 인사이트 나이트의 강사는 귤향 작가님과 나오미 작가님이었다. 북큐레이션을 통한 힐링이 주제였는데, 귤향 작가님은 그림책을 통한, 나오미 작가님은 독서를 통한 우울증으로부터의, 힐링을 나누셨다.
팀라이트 인스타그램을 팔로잉하고 있어서, 팀라이트의 인스타 피드를 나의 인스타 메인에서 지속적으로 본다. 팀라이트의 인스타에서는 주기적으로 팀라이트 작가님 한 분 한 분을 소개한다. 오늘 팀라이트 인스타에는 나오미 작가님을 <마음 돌봄 전문가>로 소개하는 피드가 올라왔다. 지난번 줌 강연에서 나오미 작가님은 스스로 <우울증 극복 전문가>로 소개하셨는데, <마음 돌봄 전문가>라는 소개가 내가 듣기에 더 좋은 것 같다. 고난과 역경을 막 극복했을 때에는, 나를 소개하는 프로필이 내가 겪은 고난과 역경의 이름이 드러나는 것 또한 좋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는 내가 겪은 고난과 역경의 이름이 희미해지고 추상화되어 보편적인 이름으로 바뀌어 소개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누구나 하나가 아닌 둘 이상의 페르소나로 산다고 한다. 나는 낮에는 회사원이고, 밤과 주말에 집에서는 남편과 아빠이고, 틈틈이 글을 쓰는 작가이다. 언젠가 나의 페르소나 중 하나로서 글 쓰는 작가로서 <조울증 극복 전문가>라는 페르소나를 가지면 어떨까 생각했다. 좀 더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역경 극복 전문가>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내가 겪었던 역경이라고 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은 짝사랑, 군대에서 부적응하여 고문관이라고도 불리는 관심병사가 되었던 것, 스물한 살 조울증에 걸려 이십 년 가까이 고생했던 것, 지속적이고 꾸준한 치료 조절 관리와 아내의 사랑으로 조울증을 극복했지만 경제생활과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니트족으로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살았던 것, 이런 등등의 역경을 지나서 남편과 아빠와 회사원과 작가로 사는 <역경 극복 전문가>라는 페르소나를 만들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는 하루였다.
내가 <역경 극복 전문가>라는 페르소나를 가진 다는 것이, 내가 역경을 극복하고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산다는 것이지, 역경을 극복하는 솔루션을 가지고 있고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보통 사람이 평균적으로 가지는 역경의 개수와 무게보다 더 많은 역경을 가졌고, 그 역경을 넘어 이제는 꽃길을 걸으며 산다는 것뿐이다. 물론, 나는 지금 꽃길을 걷고 있지만,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내가 걷고 싶은 그 길이라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내가 걷고 싶은 그 길을 걷고 싶지만, 그 길에 다다를지 다다르지 못할지 그것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나에게 보통 사람이 평균적으로 겪는 그 이상의 역경이 왔고, 나는 그 역경을 지나 역경을 과거의 이야기로 한다는 것뿐이다. 누군가에게 내가 지나왔던 시간들이 위로와 나침반이 되고, 누군가에게 내가 지나왔던 이야기가 비유와 상징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