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울증을 극복했다. 여기서 조울증 극복의 의미는, 약을 안 먹고 극복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런 완치의 의미의 극복이 조울증에는 없다. 두 주에 한 번씩 정신과 클리닉에 가서 주치의와 상담하고 약을 처방받아, 매일매일 꾸준히 약을 먹으면서, 관리와 조절을 하면서 별 일 없이 산다.
꾸준히 병원 다니고 약 먹으면서 관리와 조절을 하는 것이 조울증 극복의 하나의 원인이지만, 곁에서 아내 에미마가 사랑으로 함께 해주기 때문이다. 아들 요한이가 생겨 아빠가 된 것이 조울증 극복의 또 하나의 힘이기도 하고 말이다.
스물 한 살 군대에서 조울증이 걸렸다. 조울증이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조울증으로 정신이 나가 있으니, 내가 사랑한 여자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내를 만나서 행복해진 후에도, 조울증을 극복한 후에도,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사실 조울증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조울증을 앓는 동안, 사회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경력이 단절되고, 경제생활을 하지 않고 지낸 지가 오래되었고, 내가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히 돈 벌 만한 길이 없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 보고, 한국어교원 자격증도 따 보고, 국비지원으로 출판편집디자인 과정을 이수해 보았는데도, 부모님과 왕대추농장을 했지만, 딱히 별다른 길이 생기지 않았다.
아직은 돈이 되지는 않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글쓰기를 하면서 살아야겠다 했을 때, 동생이 자신의 회사를 1인 기업에서 주식회사 법인 스타트업으로 전환하며, 창업 멤버로 들어가게 되었다. 한 달 벌이 세 가족이 한 달 살 수 있는 돈을 벌으니 그건 좋은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지는 못한다. 나뿐 아니라, 상당히 많은 직장인도 같은 마음 이리라 생각한다.
조울증을 극복했지만, 사회생활 경제생활로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 힘들었다. 지금은 동생의 호의로 동생 회사에서 사회생활 경제생활을 하며, 또 일로도 동생과 회사에 도움이 되고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살지 못하고 있다. 즐겁지 않고, 행복하지 않고, 내가 스트레스 많이 받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조울증이 나를 가장 힘들게 했고 현재 힘들게 하는 부분들이 그러한 부분들이다. 조울증으로 인생을 거의 20년을 멈추어 돌아왔으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게 돈도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