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아이들 이유식 때 빼고 고기를 잘게 갈거나 다져본 적이 없다. 사실 이유식도 야채 한 가지씩 첨가하면서 아이들 입맛을 적응시키라고 하던데, 첫째 아이는 이유식 없이 거의 밥부터 시작했다. 미숙아라 이유식을 길게 했던 쌍둥이들 조차 원칙을 고수할 여력이 없어서 온갖 야채를 때려 넣고 잘게 썰어 넣은 고기를 첨가한 이유식을 먹여었다.
그런 아이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 부부가 먹는 삼겹살을 먹고 이제는 스테이크까지 가볍게 섭렵한다. 가 끔 밥상을 차릴 때 옆에서 기웃거리며 고기반찬! 고기반찬! 을 외쳐대는 큰 놈 둥이 덕분에 어느새 스테이크는 우리 집 단골 메뉴가 되었다.
이것은 아주, 지극히, 평범한 우리 집 장보기 리스트이다ㅋㅋ 볶음탕용 닭 2마리, 돼지 목살 2팩, 호주산 부챗살 2팩.. 먹자고 달려들면 사실 2주 만에 끝날수도 있는 양이다. 한 끼에 거의 한 팩씩 먹어댄다 ㅋㅋ
저 스테이크 두덩이 혹은 저 목살 반 근 정도는 만 5세 딸아이와 만 3세 쌍둥이가 거뜬히 먹는다. 물론 밥도 같이 먹는다.ㅎㅎ 언젠가 곰국을 한솥 끓여놓거나 카레를 들통 하나 가득 채워 요리할 날이 머지않음을 느낀다. ㅎㅎ
스테이크는 올리브오일을 발라 소금과 후추를 뿌려가며 앞뒤 겉면을 바싹 익히는 게 포인트다. 생각보다 센 불에 타듯이 구워주면 흔히 말하는 육즙이 그대로 가둬진다. 웬만해서는 절대 미리 자르지 않는다. 생각보다 스테이크가 두껍고 미디엄 웰던 정도로 먹기 때문에 바싹 익혀야 한다. 그리고 먹을 때쯤 작은 덩어리로 자르고 동시에 잘린 면을 순식간에 재빨리 살짝 익힌다. 내버려 두면 육즙이 몽~땅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다 익힌 스테이크는 접시에 옮기더라도 바로 자르지 않는다. 조금만 시간을 두고 나중에 고기를 자르면 육즙이 그대로 흘러나오지 않고 안에서 약간 응고된 듯 고기살에 쏙 박혀있다. 겉은 바삭하고 안의 고기는 붉은색을 띠면서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미디엄 웰던 스테이크가 된다.
작년 결혼기념일에 피자랑 파스타를 시키고 뭔가 아쉬워 스테이크를 직접 구웠었다. 역시나 소고기가 좀 있어주니 고급진 식탁이 된다. 스테이크는 사랑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