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풀 떡국이 최고라네요.
멸치가루로 육수는 낼 동안 떡국떡은 찬물에 담가놓는다. 떡은 찬물에 담가놓아야 금세 익어 둥둥 떠오른다. 그렇지 않으면 떡이 덜 익어 식감이 별로 좋지 않다. 쿠*에서 배송된 손질된 냉동 매생이를 2팩 꺼낸다. 좋은 세상이다. 매생이를 세척할 필요가 없어서 좋고 먹기 좋게 개별 포장되어 있어 편리하다.
육수가 제법 우려 졌을 때 국간장 3스푼과 참치액 1스푼을 넣는다. 간을 세게 하지는 않는다. 매생이 자체만으로 바다향기가 난달까. 그냥 심심한 맛에도 감칠맛이 돌기 때문에 구태여 이것저것 넣지 않는다. 매생이는 물이 끓어오르면 넣는다. 냉동되어 있기 때문에 풀어질 때까지 시간이 조금 걸린다. 떡은 매생이가 거의 다 풀어졌을 때쯤 넣으면 된다. 원래 떡국떡은 익으면 떠오르는 데 매생이에 뒤덮여 보이지 않는다. 떡이 제법 말랑해 보일 때 불을 끄고 건져먹으면 된다.
매생이는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다. 무엇보다 비주얼이 어린이의 입맛을 당기기에 그다지 매력적이라고 할 수 없다. 지인의 딸아이는 매생이 국을 머리카락 국이라면서 절대 먹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작년 겨울 처음 매생이 떡국을 아이들에게 내놨을 때 솔직히 먹을까 싶었다. 그러나 웬걸 매생이의 어떤 마력인지 세 아이가 호호 불어대면 한 그릇 뚝딱 먹는 게 아닌가.
그다음엔 그냥 소고기떡국을 끓여주었다. 그랬더니 딸아이가 왜 그 초록색 풀은 안 넣어주냐며 매생이의 행방을 묻는 게 아닌가. ㅎㅎ 같이 살면 입맛도 닮는다더니 매생이를 애정하는 나로선 매우 기쁜 반응이었다. 굴을 넣어 매생이 굴떡국도 좋고, 만두를 넣어 매생이 만둣국으로도 먹어도 좋다. 남편은 사실 만두를 넣기를 바라는데 난 그냥 떡국만 넣어서 먹는 게 매생이의 맛과 향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어서 그냥 끓이기를 선호한다.
매생이는 진짜 조리하기 쉬워서 진짜 편한 요리이다. 간도 세게 할 필요 없으니 첨가할 것도 거의 없다. 솔직히 멸치육수를 내긴 하지만, 그냥 매생이만 넣어도 간만 맞으면 맛있기만 하다. 뜨끈한 국물에 부드러운 매생이가 한 스푼 들어가니 으슬으슬했던 몸에 온기가 돌면서 금방이라고 감기가 떨어질 것만 같다. 아들들과 딸아이 역시 호호 불어 가면 떡국이니 매생이니 전혀 가리지 않고 싹싹 비워낸다. 이게 진짜 엄마가 요리하는 맛이지. 항상 잘 먹어주는 아이들에게 고맙다.
그래도 겨울은 호호 불어가며 뜨끈한 국물 한 사발 들이키는 나름의 추억이 있는 계절인데, 이렇게 겨울이 따뜻하면 매생이를 찾을 날이 얼마 안 남는 거 같아 아쉽다. 물론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매생이지만, 그래도 왠지 추운 겨울날 먹어야 매생이의 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 같아, 오늘만은 겨울이 가는 게 조금 아쉽다. 그래도 매생이야 걱정 마.. 아직 한 끼 거뜬히 먹을 수 있는 소중한 너의 한팩이 냉동실에 고이 남아있으니까!
1. 떡은 찬물에 10분 이상 담가놓으세요.
2. 물이 끓어오르면 매생이를 넣고 풀어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3. 떡은 맨 나중에 넣고, 떡이 떠오르거나 말랑해지면 건지면 됩니다.
4. 함께 넣기 좋은 재료는 굴, 만두 등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