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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니 Feb 18. 2024

별거 없는 브런치

혼자라서 행복해요

 별거 없는 주말이 가장 힘들다. 일정이 있는 날은 일정이 있는 대로 아이들과 차를 타고 어디라도 나가는데 가끔 아무런 일정이 없는 휴일은 세 아이와 집에 있는것만으로 솔직히 버거울 때가 많다.


 봄, 가을에는 무조건 킥보드 세 개를 끌고 아파트 놀이터나 뒷 공원이라도 가서 세녀석 실컷 놀게 한다. 그러면 확실히 집에서 뛰어노는 빈도수가 준다. 덕분에 나의 "뛰지 좀 마"라는 넘치는 샤우팅도 함께 줄어든다.



 그런데 이상기온 탓인지 체감상 봄, 가을은 정말 순식간에 가버린다. 겨울은 왜 이리 .. 챙겨 입힐 외투며 모자며 장갑이며 마스크며 많아도 너무 많다. 하나라도 빠지면 행여나 또 감기 걸릴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어느 것 하나 빠뜨릴 수가 없어 모두 챙겨 입히다 보니 나가기도 전에 진이 빠진다.



 게다가 딸아이의 유치원 등원시간도 내 진을 빼는데 한몫을 하는 중이다. 8시 40분에 유치원 차량을 타야 하는데 7시 40분 정도에 겨우겨우 일어나는 세 아이의 등원준비를 한 번에 하니 힘에 부친다. 반기별로 차량시간이 바뀌는 데 이번학기는 어느덧 6개월째로 마지막 달이 된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 곧 등원시간에 여유가 생긴다면서 혼자서 위로를 해보지만 아침마다 어린 녀석들을  닦달하다 보니 기운이 쭉쭉 빠진다.

 


그래도 일찍 등원하는 누나로 인해 덩달아 어린이집으로 일찍 출근하는 둥이 덕분에 짧지만 강렬했던 아침 전쟁은 금방 마무리된다.



 물론! 집안은 그들이 주말에 놀았던 흔적들이 즐비하고 아침식사 설거지 거리가 식탁 위에 쌓여있고 벗어놓은 옷가지가 여기저기 널려있긴 하지만 그런 건 육아력 만땅인 세 아이 엄마에겐 그다지 어려운 숙제는 아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고마운 건, 눈뜨자마자 주는 아침을 투정 없이 너무나 잘 먹어준다는 점과 나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주는 점.. 다른 집 엄마들은 세 아이를 1시간 안에 등원시킬 수 있다는 점에 매우 놀라긴 한다. 나는 뭐 워낙 손도 빠르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편이라 그래도 할 만은 하다.


 그래도 짧은 시간 쉼 없이 움직이며  고생한 나에게 아이들이 남긴 밥이나 반찬으로 끼니를 때우게 하고 싶지 않아 가끔 나만의 브런치를 만들어 먹는다.


 갓 구운 토스트에 딸기잼과 보기도 좋은 계란프라이와 소시지로 리조트 조식을 가끔 흉내 내본다.ㅋㅋ



가끔은 빵에 딸기잼만 있어도 애정하는 라테만 있다면 그냥 기분 좋은 브런치가 되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모닝빵 에그샌드위치가 너무 당겨 별다방으로 가려다 말고 슥-냉장고를 훑고 나서 그냥 뚝딱 만들어버렸다. 계란 몇 개 삶고 양파다지고 마요네즈 버무려서 모닝빵 대신 식빵으로 급 만들어먹고는 매우 흡족해했었다.


아침부터 입맛은 없는데 잠은 깨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을 때, 홍차라테를 만들어 마신다. 홍차 티백 한 개와 라테용 우유 거품머신이 있으니 별 문제없다. 달달하게 시럽을 뿌려주면 끝. 오전엔 커피라테보다 홍차라테가 더 나은 거 같다.


 가끔은 샐러드도 먹는다. 그래도 무릇 샐러드라 함은 양상추와 토마토는 기본으로 깔아줘야 함을.. 삶은 계란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아는데 그냥은 잘 손이 가지 않아 샐러드에 넣어 드레싱을 뿌려 먹는다.


 

 작년에  자주 해 먹었던 대파치즈크림베이글도 참 맛있었는데.. 홍콩 사는 동생 덕분에 사 먹지 않고 집에서도 해 먹을 수 있단 사실에 깜짝 놀랐었다. 살짝궁 아쉬운  사진은 " 베이컨 대파치즈크림 베이글 편"에서 본격적으로 다룰까 한다.  베이커리에서 사 먹는 것보다 맛있어서 깜놀 했다는 후문이요~


 

 매일마다 거치는 아침 등원전쟁 속에 날마다 숨 가쁘고 진이 빠지긴 하지만 그래도 나만의 브런치 시간이 있어서 또 눈 녹듯 피로가 풀릴 때도 많다.

   

 별거 없는 브런치지만 내일은 귀하디 귀한 주말 끝에 오는 월요일님이시니 무엇을 먹으며 오늘의 피로를 풀어볼까 벌써부터 기대만발하는 중이다. 이래서 나에게 육아는 밥심? 아니고 브런치심인가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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