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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Sep 12. 2023

드러냄과 솔직함

방탄소년단 리더 김남준 생일날 팬들에게, 편지

대중문화 아티스트가 본업을 잘 하는 것이 최고이지. 본업 외의 것은 모두 부수적인 것이기는 하다. 근데 글까지 잘 쓰는 아티스트를 보면 그 설렘이 배가 된다. 오늘 방탄소년단 리더 RM 남준의 생일이다. 생일을 즈음하여 위버스에 올라온 글을 보니 소롬이다. 20대 청년의 글에서 속이 꽉찬 아티스트의 진심을 본다. 이러니 방탄소년단 리더를 하는구나 싶다.


아미가 아니더라도 읽어보면 깊은 울림이 오는 글이라 퍼 왔다. 내가 아미라서 너무 행복하다.




ㅡㅡㅡ


안녕하세요.


20대의 마지막 생일이네요.

생일이라는 게 제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약간의 쑥스러움을 동반하네요. 스스로 별 것 아닌 날이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축하해주셔서 참 행복하고 복됩니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이름이 생기는 것이란 생각을 종종 해요. 김남준이 '김남준'이 되기까지. 그저 하고많은 365일 중의 한 날이겠지만 스물아홉의 나 자신에게도 생일이 그저 스치는 날이 되지 않은 것은 모두 여러분 덕이에요.


최대한 솔직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지만, 팬과 가수라는 무형과 유형 사이의 존재들은 과연 무엇을 넘어 무엇까지 될 수 있는 걸까요. 사랑이라는 친절한 유령 아래 모든 것이 용인될 수 있을까요? 드러냄이 약점이 되고, 솔직함이 상처가 되는 경험을 지금도 퍽 겪고 있지만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전에 갈수록 말하는 것이 어려워져서 슬프다는 말을 했었죠. 그 사실은 여전히 여전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저 많이 담담해졌어요. 평생 한 번 받아볼까 하는 진심들을 장대비처럼 받아보는 바람에, 염세와 허무를 멋지다고 여겨왔던 제가 기질적으로 낙천적인 사람이란 것도 깨달았어요. 이거 기적 아닌가요. 저 요즘은 '와이 낫'을 달고 살아요. 주변에나마 제가 받은 사랑으로 풀이된 낙천성들을 나누며 살고 있어요.

그리고 언젠가 나올 제 다음 곡들에도 꾹꾹 담고 있고요.


그래요. 한낱 제가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방식으로 솔직할 수 있을까요? 다 아는 사실이지만 가끔은 그것만으론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방탄소년단이 되었나 싶기도 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해갈하고 싶어서. 프로그램이건, 인터뷰건, 춤이건, 뭐가 됐건.. 이 얼마나 복받은 생인가요. 그리고 이것들이 항상 제가 어디에 와있는지, 두 눈으로 똑바로 보고 사고하고 싶게 해요.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랬죠. 우연은 우연을 가장한 운명이라고도 하고. 제가 지금 당신께 이 편지를 드리는 것도 그런 거 같아요. 저는 어떤 버전의 저였어도 이 편지를 2023년 9월에 쓰고 있었을 것만 같은 기분. 매번 제 생일의 편지는 제가 지금 도달한 곳의, 각기 다른 사랑의 언어랍니다. 여러분 덕에 저 정말 잘 살고 있고요. 잘 살고 싶어요. 그냥 매번 제 최신 최선의 버전으로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었어요. 한 분 한 분 다 안아드릴 수는 없겠지만 마음은 그 이상이랍니다. 제가 어떤 모습이어도 사랑해달라고는 하지 않을게요. 다만 받은 만큼 저도 한 번 애써보려고요.


20대의 마지막 생일도 이렇게 무탈히 지나갑니다. 어떤 하늘 아래 있어도 부디 건강하고 오래 행복합시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또 만나요.


당신의 생일도 미리, 혹은 조금 늦었지만 진심으로 축하해요 !

고맙습니다.


-남준

위버스 남준글 캡쳐



원문 출처

- 위버스, 방탄소년단 BTS커뮤니티





“드러냄이 약점이 되고, 솔직함이 상처가 되는 경험”되는 문장이 참 신선하다. 우리들은 늘상 솔직하자고 이야기한다. 그 솔직함에 뭐든 이해가 되고 통용이 되는 것처럼 넘어간다. 그럼에도 남준이 말처럼 솔직하자 라고 해서 "드러냄'을 하고 나면 내 치부를 들어낸 것 같아지고, 그것이 약점이 되어서 나를 잡기도 한다. 그래서 또 솔직하게 뭔가 풀어내고 나면 그것이 덧나서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런 경험 슬쩍슬쩍 해 보지 않았나. 아이돌의 리더 글을 읽고 이렇게 공감백배가 되다니. 그래서 방탄소년단 리더를 하고 있구나, 라고 싶은 것이 오만가지 생각들이 오갔다. 언제 철 들지 하는 생각을 하는 나로선 귀한 문장 하나를 얻었다. 그러니 잘 드러내야 하고, 솔직함도 기술이 필요한 것인가, 싶더라고. 남준, 고맙다. 덕질하는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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