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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Oct 22. 2023

그 때는 <어땠을까>

방탄소년단 슈가의 <어땠을까>를 들으면서 

대중음악이 주는 힘을 나는 안다. 딴따라 라고 말 하는 그들 음악에서 나는 언제나 힘을 얻었다. 며칠 전 슈취타(방탄소년단의 유튜브 채널 중 코너, 음악 토크쇼)를 통하여 넬의 김종완을 봤다. 김종완의 <기억을 걷는 시간>을 정말 많이 들었고, 정말 좋아하는 곡이다. 그럼에는 그 노래를 누가 부르는지 몰랐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들었고, 그 음악에 하루는 웃고, 하루는 웃었다. 사실 노래 제목도 모르고 들었다. 어떤 지인이 교육용 동영상을 2008년 즈음에 만들어주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BGM이 너무 좋아서 그 영상을 반복 재생했었다. 교육용 영상이었으나, 나는 그 음악을 듣기 위하여 재생했다. 제목도 몰랐고, 누가 부르지는 몰랐다. 그냥 그 노래가 좋았다. 어떤 날은 노래가 슬펐고, 어떤 날은 노래가 희망적이었다. 주변에 이 곡이 뭐냐고 물어볼 마음도 없었다. 그냥 내가 들어서 좋으면 되었다 싶었다. 그렇게 15년이 흘렀다. 



<슈취타>에서 김종완이 나온다는 티저를 봤을 때, 슈가와  <어땠을까>를 콜라보한 가수의 초대. 딱 그 정도 기대였다. 목소리가 매혹적인 사람, 그리고 슈가 10대에 좋아했다는 우상, 그래서 성덕이라고. 그런 이야기 속에서 <기억을 걷는 시간>을 들었다. 명반이라는 자막은 올라왔는데, 나는 모르는 곡이었다. "오늘도..." 이 한 소절만 들어도 숨을 쉴 수 없다는 슈가의 말에, 나도 "오늘도..." 하는 순간 기절하는 노래가 있는데 혹시 같은 노래인가, 싶어서 찾았다. 맞다. 기억을 걷는 시간. 제목을 15년만에 처음 듣는. 그러나 참 많이 들었던 노래. 슈가의 <어땠을까>를 들었을 때 목소리가 참 낯익다. 목소리에 애잔함이 있다. 누군지 몰라도 방탄소년단의 멤버와 콜라보를 하는 것, 운이 좋았네, 그렇게 혼자서 오만 상상을 했다. 그런데 넬은 슈가에게 대단한 선배 뮤지션이었다. 



2008년은 내가 프리랜서로 강사 시장에 입문했던 시기였다. 기업체 교육강사를 마흔 넘어서 하겠다고 시장에 나왔는데 막막했다. 늘 막막했지만 애써 강한 척하면서 오만 잘난 척을 하고 다녔다. 그래야 섭외를 받을 수 있고,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 그 즈음에 아는 지인이 강의에 영상을 써 보라면서 자신이 만든 동영상을 보내왔다. 커뮤니케이션 관련한 4분 조금 넘는 간단한 영상이었는데 좋았다. 강의장에서 마지막에 보여주는 엔딩이었다. 교육생들이 공감을 너무 많이 해서 강의평가가 늘 좋았다. 아마도 그 영상이 주는 감성의 자극이 있어서 그 덕을 많이 봤다는 생각이다. 영상이 끝나고 나면 꼭 물었다. 저 노래는 뭔가요? 그 때마다 죄송해요, 제목은 모르겠어요, 했다. 나도 참 어지간하다. 그렇게 많이 듣는 곡이고, 저렇게 많이 물어보는데 찾아볼 생각을 안 했을까. 강의가 끝나고 나면 나는 그 곡을 또 반복해서 들었다.



길을 지나는 어떤 낯선 이의 모습 속에도

바람을 타고 쓸쓸히 춤추는 저 낙엽 위에도
뺨을 스치는 어느 저녁에 그 공기 속에도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 니가 있어 그래


어떤가요 그댄 어떤가요 그댄
당신도 나와 같나요 어떤가요 그댄었다. 

 -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 가사 중에서 



이 노래가 한 번도 사랑 노래라는 생각을 안 했다. 아니 못 했다. 전쟁같은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언제나 전화에, 메일에 집중하면서 나를 섭외하는 그 순간을 혹시나 놓칠까봐, 혹은 내가 보낸 제안서를 어떻게 평가할까 하고 매일을 숨 죽이던 그 때에, <기억을 걷는 시간>은 나에게 매일 "어떤가요?"라고 묻는 질문지 같았다. 그 질문지에 똑소리나게 대답을 할 것은 없었으나 그러나 그 노래가 있어서 숨을 쉬었다. 그런 노래였는데 그 노래를 부른 김종완이 슈가의 성덕이라니, 슈가의 <어땠을까>를 피쳐링 했다니. 



슈가의 -<어땠을까>는 슬프다. 작사작곡을 슈가가 다 했는데 자신은 이제 떠나 보내서 덤덤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2023년8월 월드투어 막콘 서울콘에서 슈가는 <어땠을까>를 부르며 울었다. 아니 오열했다. 공연을 진행 할 수 없을 만큼 울어서 관객으로 온 아미들이 떼창을 불러서 그 노래는 겨우 마무리되었다. <슈취타>에서 김종완도 그 노래 이야기를 한다. 그 곡을 작업할 때 모든 일정을 다 취소하고 그 곡에만 집중했다고. 왜냐하면 그 곡은 슈가의 친구가 주인공이다. 논픽션이 아닌 서사를 노래로 담았는데 집중을 완전하게 하고 싶었다고. 김종완은 개인의 실제 이야기인데 집중하는 것이 그 친구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이 말을 하는데도 슈가는 덤덤하다. 


(중략)

원대한 꿈을 품었었던 우리는 어렸었지
꼴랑 나이 스물이야
갑작스러웠던 연락두절
한참이 지난 뒤 모르는 번호로 왔었던
너의 부모님의
그 짧은 전화 한통에 곧바로 달려가 봤지

서울구치소 안양은 너무 멀었지
아직도 여전히
니가 난 그립고 또 그립네
아직도 여전히
우리는 아직도 친구일까 어땠을까
니가 변한건지 아니면 내가 변한건지 uh
흐르는 시간 조차 미워
우리가 변한거지 뭐
야 니가 밉다 야 니가 싫다
야 이 말을 하는 이 순간 조차
난 니가 그립다

매주 갔었던 서울구치소 면회길
왕복 세시간쯤 됐었던
먼길을 혼자서 나섰지
너의 재판날과 너의 출소날
눈이 펑펑오던 겨울 흰 두부
똑똑히 기억나
그리고 간만에 본 넌 전혀
딴 사람이 돼버렸고

(중략)

-어쿠스디, <어땠을까> 가사 중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GWA_Gy1LKkE

어땠을까 (feat. 김종완 of NELL), 방탄소년단공식 유튜브 채널




방탄소년단 멤버들 중에서 내가 유독 좋아하는 친구는 윤기와 남준이다. 일곱 멤버들이 각각 모두 개성이 있고 그들 특유의 매력들이 있어서 사실 최애라고 이야기하기가 미안하다. 그럼에도 유독 눈길이 많이 가는 친구는 내 경우는 윤기와 남준이다. 특히 윤기에게는 또다른 마음 끌림이 있다. 굳이 최애를 이야기하라면 슈가, 민윤기이다. 민윤기는 93년생이다. 93년생. 93년생의 엄마로서, 93이라는 숫자만 들어도 무장해제가 된다. 



70년대생들이 대학 졸업할 때 IMF를 겪었다면 90년생 초반 아이들은 유아기를 막 넘어선 예닐곱살에 IMF를 겪었다. 부모가 밥벌이에 동동거리며 하루를 살아갈 때, 98년에 IMF를 겪었다. 기업에서 일하던 사람이든 자영업을 하든 사람이든 많은 사람들이 삶의 근간이 무너지는 순간과 마주쳤다.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고, 자영업자는 부도를 맞고. 그렇게 삶이 흔들리는 그 즈음에 그들의 자녀들도 같이 흔들렸다. 내 경우도 남편이 사업을 하다가 어느 날 망했다. 정말 단순하게 망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아득했다. 물론 그 시절에 아무런 타격도 없이 잘 버틴 사람들도 있다만 93년생은 IMF를 어떻게 지나왔을까. 그들은 어떤 유년기를 살았을까가 계속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93년생하면 그들의 유년기, 그들의 청년기들이 궁금해진다. 그래서 방탄의 슈가에게 유독 눈이 갔다. 사실 방탄은 92년생부터 97년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비슷한 유년기를 보냈겠지만 유독 93년생인 슈가에게 눈이 가는 것은 이상하게 그 친구는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느낌이 들었다. 아프고 힘들었던 청년기를 악으로 버티며 방탄소년단 멤버로 있었구나. 그런데 그 아픔을 음악으로 고스란히 투영했구나. 



<어땠을까> 노래를 들으면서는 뭔가 모를 짠함이 왔다. 친구의 일탈 앞에서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방탄소년단이라는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는데, 10대후반 20대 초반의 친구 이야기를 통하여 '끼리끼리'라는 이미지가 자신에게 혹은 방탄에게 올 수도 있을텐데 음악으로 만들어낸 용기에 그냥 처연했다. 창작이라는 것을 떠나서 친구 인생에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에 대한 자괴감, 그리고 그 때 그 친구를 막았다면, 막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절규. 그 절규는 2023년8월6일 월드투어 슈가 마지막콘서트에서 오열했지. 슈가의 20대는 어땠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Y-T-YEuntMA

2023년8월6일 슈가막콘-어땠을까 



93년생 엄마로서 93년생 아트스트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가끔 내 아이는 무슨 생각으로 20대를 맞고, 보냈을까를 생각한다. IMF로 힘들었지만 그 이후로 내 안의 역량을 다 끌어내어서 아이를 키웠다. 애써 힘들지 않은 척 했고, 애써 뭐든지 다 해 줄 수 있다고 큰소리치며 살았다. 아이는 이렇게저렇게 서울권 대학을 나와서 지금은 직장생활을 한다. 남들은 다 잘 컸다고 한다. 나도 그러리라고 믿고 살았다. 그러나 요즘 93년 슈가의 모습, 또 가까이 지내는 다른 93년생 남자청년을 보면서 내 아이는 무엇을 고민하고, 혹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사는지 궁금해졌다. 아이가 살아감에 부모의 역할로는 무엇을 했는지 다시 돌아다보게 된다. 방탄소년단 슈가를 통하여 나는 끊임없이 내 아이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어른으로, 혹은 부모로 무엇을 하고 살았나 한다. 



슈가를 보면서 내 아이의 20대를 상상하기도 하지만 가끔 내 20대도 유추하게 된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원하는 것도 많았다. 그러나 나는 그저 내 환경에서 나를 놓아버리고, 그렇게 그렇게 살았다는 생각도 했다. 얼마나 뛰어넘고, 얼마나 버티었을까 하는. 



방탄소년단 아미들의 나이대는 다양하다. 2030 그 또래들도 많지만 4050도 많고 혹은 6070세대도 있다고 들었다. 아마도 나처럼 이렇게 노래 한 곡에, 혹은 방탄이들이 만들어내는 일상에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모든 이야기 서사를 동화책 줄거리로 풀었다. 요즘 내가 딱 그렇다. 모든 이야기를 방탄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희한하게 언제나 그 끝은 내 삶의 한 조각을 찾아내고, 그 조각 안에서 반성하고 혹은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는 것이다. 이쯤이면 방탄소년단은 어지간한 자기 계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슈취타>에서 넬의 김종완이 나와서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슈가의 20대, 나의 20대, 그리고 내 아이의 20대를 생각했다. 참으로 고마원 것은 넬의 김종완이 <어땠을까>를 그냥 부르면 안 될 것 같아서 그 당시 모든 작업을 접고 저 노래에만 집중했다는 말이 정말 고마웠다. <어땠을까>의 주인공이 슈가 친구는 여전히 살아갈 것이고, 여전히 살아가야 할 창창한 청년 아닌가. 부디 그 친구가 어디에 있든 잘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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