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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역에는 진짜 한방차가 없었다

갈아엎는 게 최선인가

by 동메달톡 Jan 19. 2025

같은 기차를 타고 그제는 제천 거쳐서 원주를 갔고. 오늘은 청주공항 간다. 나는 정말 기차를 좋아한다. 기차가 연결되면 무조건 기차 우선.


그제 제천역 내려서 살짝 아쉬웠다. 예전 제천역에는 한방차를 대합실에서 팔았다. 쌍화차, 대추차를 한 솥 끓여서 한 컵 주는데 정말 진국이었다. 한 때 제천을 자주 갔었다. 그때마다 마시던 한방차가 일품이었다. 어디 제천 뿐인가. 원주 갈 때도 버스나 승용차보다는 제천 경유해서 들어갔다. 원주도 일 하러 많이 들어간 도시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그제 보니 내가 생각한 제천역은 온데간데없다. 그냥 대전역 축소판 역이 그 자리에 있었다. 정말 아쉽더라. 제천역 도착해서 마실 쌍화차에 내심 설레고 있었다. 그 셀렘이 한 방에 사라지니 욕이 다 나오더라. 뭔 역을 죄다 똑같이 한 바퀴 돌려서는 이렇게 지역색을 다 지워버렸는지. 꼭 이렇게 동일하게 다 갈아엎어야 하는지. 혼자서 씩씩거리며 제천역을 두리번거렸다.


2025년 1월을 시작으로 청량리에서 부전 가는 이음 열차가 생겼다. 서울 청량리에서 출발하여 제천, 원주 거쳐서 부산까지 가는 역이니 대단하다. 그 열차 덕분에 제천, 원주에서 서울 부산을 가볍게 갈 수 있으니 기차가 주는 그 힘이 대단하다. 그래 좋다. 그렇다고 대합실까지 다 엎어야 하는지는 글쎄 잘 모르겠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내가 기억하는 제천역 대합실 모퉁이에서 팔았던 한방차가 있기는 있었지, 하고 검색했다. ‘순우리초’라는 이름으로 대합실에서 약초도 팔았다. 그 기억이 난다. 찾아보니 그 작은 역에서 약초와 한방차로 월 매출 4천만 원을 만들었단다. ‘순우리초’라는 회사가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제천역에 있는 것과는 그 느낌이 다르고. 철도 이용객이 소비한 것도 무시 못 할 텐데 아쉽다. 제천역 대합실에 다른 가게가 콩알만 하게 있더라만 그게 지역 특산물 느낌이 안 나서 마음이 가더라. 아깝다.



예전 제천역을 소개하는 언론기사 중 일부예전 제천역을 소개하는 언론기사 중 일부

원주에서 제천 도착해서 오송으로 가는 길. 기차 배차가 길다. 두리번거리다 결국 대합실 안 작은 카페를 갔다. 쌍화차와 대추차를 판다. 반가운 마음에 쌍화차를 시켰다. 무려 6천 원. 그래서 기대했다. 완전 실망이다. 예전 제천역에서 마셨던 그 진한 맛을 기대했는데 그냥 쌍화차였다. 뭐 인스턴트는 아닌 듯하다만 그 진한 기운이 안 나서 속상했다. 잔도 일반 유리잔인데 운치가 안 났다.


쌍화차를 여기에 주더라쌍화차를 여기에 주더라


노트북을 펼쳐서 못다 한 멘토링 보고서를 쓰고 오송 가는 충북선을 기다렸다. 카페네 와이파이도 안 되었다. 코레일 kT를 쓰려고 보니 1시간당 1,100원 유료였다. 아이폰 핫스팟을 끌어다 인터넷 연결했다. 멘토링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담당자에게 보냈다. 그 일정을 마무리하고 쌍화차 한 모금을 마시는데 나는 왜 그렇게 그 옛날 쌍화차가 그립던지.


큰 역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작은 역은 그대로 두면 좋겠다. 제천역에서 이음선이 연결되어서 오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물론 옛날 역사가 공간이 작아서 불편할 수 있다. 그러면 부분 개보수는 안 되나. 이렇게 깡그리 다 바꾸어서 사람들의 기억이나 추억을 다 지워야 속이 시원한가.


사실 원주역도 바뀌었더라. 예전에 내가 내린 원주역이 아니고 낯선 원주역이었다. 여기는 공간이 통째로 바뀐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면 옛날 원주역은 어떤 공간으로 쓰고 있을까.


도시재생이라는 거창한 단어가 아니더라도 추억이 아려 있는, 혹은 지역 특산물을 잘 팔고 있는 공간은 아무렇지 않게 밀지 않으면 좋겠다. 세월 따라 콘크리트벽과 철제 골격으로 바뀌어어야 세련되는 것은 아니잖아. 도시색이 없다. 대한민국 모든 기차역은 천변일률로 같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역사가 크면 백화점이 끼어 있고. 작으면 똑같다. 외형이. 그게 코레일 아이덴티티인 줄 모르겠다만 너무 촌스럽잖아.


기차 이용을 자주 하는 사람인데 기차역의 매력이 사라져서 오고 가는 역에서 보는 감흥이 사라졌다. 에고. 이게 맞나? 낡았지만 그래도 한방차 은근히 날렸던 거기 옛날 제천역 카페가 생각났다. 내가 운영한 곳도 아니었는데 왜 나는 가슴이 쓰리고, 아프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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