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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통하는 상대를 만나면 참 즐겁다.
그 상대가 나의 아이라면 그 즐거움은 행복이 된다.
[윤슬의 최애]
윤슬이는 보통 학교를 마치면 야외 놀이터에서 30분 이상 놀고 간다.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게 어렵진 않으나 가끔 외국인 학부모나 선생님들과 영어로 대화할 일이 생기다 보니, 영어가 짧은 아빠로선 그 시간이 영 편하지만은 않았다. 11월이 되니 갑자기 타슈켄트는 영하권 날씨가 되었다. 오늘은 윤슬이를 바로 집으로 데려갈 수 있겠다 싶어 하교하면서 물었다.
아빠 : 윤슬아. 오늘은 날씨가 너무 춥다. 놀이터에서 놀지 말고 집으로 바로 가자.
윤슬 : 싫어 싫어! 나 놀다가 갈 거야. 그네 탈 거야!!
아빠 : 너 옷도 얇게 입어서 잘못하면 감기 걸려.
윤슬 : 싫어. 나 안 추워! 안 춥다고!
아빠 : 마이쮸 줄게.
윤슬 : (갑자기 덜덜 떨며) 아빠아아~~. 날씨가 너어무 추워. 나 집에 갈래.
#역시마이쮸는 #아무도못이겨
#영어유치원첫3개월은 #마이쮸덕분에적응했다
[윤슬의 편견]
놀이터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 함께 놀던 윤슬. 갑자기 그 친구 엄마에게 묻는다.
윤슬 : 얘 아빠는 어디 있어요?
어머니 : 아빠는 회사 갔어.
윤슬 : 왜 아빠가 회사에 가요? 회사는 엄마가 가는 거지.
어머니 : (당황하며 아빠를 한번 쳐다보고는) 아아~~ 우리 집은 아빠가 회사를 간단다.
윤슬 : 아니야! 회사는 엄마가 가는 거라고요!!
#여보큰일이야 #우리아이가편견이생겼네
#아무래도당신도 #회사를가지말아야겠어
[윤슬의 방어]
어느 주말 아침. 집 앞 카페.
바게트 빵을 딸기잼에 계속 찍어먹는 윤슬.
아빠 : 윤슬아. 쨈 많이 먹으면 얼굴에 뾰루지 난다.
윤슬 : 아빠처럼?
아빠 : ......
#잔소리방어 #폼미쳤다 #내가졌다
[윤슬의 의문]
학교가 무척이나 가기 싫었나 보다. 윤슬이 묻는다.
윤슬 : 아빠. 내일도 학교 가는 날이야?
아빠 : 물론이지.
윤슬 : (격양되어) 그럼 그건 쎄임이 아니잖아! 학교가고 방학하고 해야지 쎄임이지!
아빠 : 학교 하루 가고 하루 쉬고 해야 공평하다는 거지?
윤슬 : 맞아. 그거야.
아빠 : 그러면. 방학을 길게 할 때는 학교도 길게 안 가는데 그것도 쎄임이 아니네.
윤슬 : 아 그건 그건......
아빠 : 학교를 길게 가는 날도 있고, 방학을 길게 하는 날도 있어. 그래서 크게 보면 결국 쎄임이야.
윤슬 : 아 그렇네. 오케이. 그럼 내일 학교 갈게.
아빠 : 콜!
#자연스러웠어 #이번에도잘넘겼어 #아빠의임기응변
[윤슬의 해결]
요즘 같은 반 남자아이가 자기를 괴롭힌다고 한다. 장난감도 뺏고, 노는 것도 방해하고, 머리도 당기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슬에게 말했다. "친구가 괴롭히면 선생님께 말해. 그러면 선생님이 해결해 줄 거야. 싸우거나 때리거나 하지말고." 며칠이 지나 그 친구가 또 장난감을 뺏었다고 말하는데, 뭔가 표정은 담담하다. 그래서 "선생님께 말했어?"라고 물으니...
윤슬 : 헤이헤이!! 미 플레이 노터치!! 유 플레이 터치!!!
(이놈아. 내가 노는 거 방해 말아라! 너꺼나 가지고 놀아라!!)
라고 말했더니 조용히 가더란다.
#장하다 #스스로해결하였구나
[윤슬의 애드리브]
#1
아침 등원 전. 바쁜 집구석.
아빠 : 윤슬아. 나가자. 마스크 챙겨!
윤슬 : 응. 알았어.
아빠 : 뭐야? 마스크 챙기랬잖아. 왜 장난감을 챙겨?
윤슬 : 아 맞다. 내가 귀가 작아서 제대로 못 들었네. 헤헤헤.
하며 이상한 웃음을 짓는다.
#그렇게나오시겠다
#아빠도눈이작아서 #윤슬이가있는지몰랐네하면서 #화장실불끌거야 #기대해
#2
아침 등원 전. 여전히 바쁜 집구석.
엄마 : 윤슬아 늦었다. 빵 챙겨. 출발하자.
윤슬 : 오케이. 빵을 입속으로 챙겨어어어~~~
하면서 빵을 입에 쏙 집어넣고는 아빠를 보며 엄지척을 딱!!
#너진짜 #부장님같았어 #인마
#3
집에 인터넷이 오락가락한다.
윤슬 : 아빠. 인터넷이 또 꺼졌나 봐. TV가 또 안 나와.
아빠 : 그러게 요즘 들어 전기도 인터넷도 계속 꺼지네.
윤슬 : 그래서 내 머릿속 위피(Wi-Fi)도 꺼졌어. 흐흐흐.
하면서 바닥에 누워 멍을 때리기 시작하는데...
#그대로 #낮잠주무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애드립 #괜찮았어 #인정
[윤슬의 꼼수]
학기 중에는 저녁식사 후 1시간이 약속된 TV시청 시간이다. 그러나 방학은 다르다. 하루 종일 무언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을 먹으며 윤슬이 묻는다.
윤슬 : 아빠! 두 가지 중 결정해 봐. 나랑 인형놀이 할래? 아님 TV 보여줄래?
아빠 : 음......
아빠가 인형놀이를 끔찍이 싫어한다는 걸 간파. 아침부터 TV를 보기 위한 계략이었다.
윤슬 : 빨리 골라봐~~ 인형? TV?
아빠 : 에라 모르겠다! 인형놀이!
윤슬 : WHAT!!!
#아빠는알고있다 #어차피오늘둘다할거라는걸 #왜냐하면하루는 #무지하게기니까
#세상이너맘대로되지않는다는걸 #보여주마
[윤슬의 착각]
한국에 할머니집으로 휴가를 왔다. 윤슬이는 할머니집에 오니 자기 세상이다. 식사를 하는데 들락날락 엄청 어수선하다.
아빠 : 임.윤.슬! 똑바로 앉아. 밥 먹는 시간에는 밥에 집중해야지!
윤슬 : (할머니에게 달려가) 할미~~ 아빠는 보통사람 같은데 사실 보통사람이 아니야.
할미 : 왜 그렇게 생각해?
윤슬 : 가끔 엄청 호랑이 같거든. 진짜 무서워.
할미 : 아빠한테 혼났구나. 근데 윤슬아. 밥 다 먹고 놀면 되잖아. 그럼 아빠가 화 안 낼 거야.
윤슬 : 네에......
#너번지수잘못찾았어 #사실할미는아빠의엄마거든 #그녀도보통사람은아니란다
[윤슬의 바람]
하굣길에 윤슬이 푸념하듯 말한다.
윤슬 : 자꾸 학교에서 당근이 나와. 당근은 맛이 쓰다고...도대체 당근은 왜 먹는거야?
아빠 : 당근을 먹으면 눈이 좋아지거든.
윤슬 : 그럼 눈이 좋아지면 코로나도 보여?
아빠 : 어... 그건... 근데 코로나는 왜 보고 싶은데?
윤슬 : 그럼 마스크 벗고 코로나 피해 다니려고~~
#넌마스크를쓴기억이더많겠구나 #이놈의코로나는언제끝날까
[윤슬의 모사]
윤슬 : 아빠. 요즘은 차들이 시끄럽게 빵빵 안 하네?
아빠 : 그러게. 조금 나아진 거 같네.
윤슬 : 그래서 아빠가 요즘 야 이 X끼야. 운전 똑바로 안 해. XX꺄를 안 하는구나...
아빠 : 하하하하하 그런가 하하하하... 자 레드썬!
#아빠억양까지흉내내다니 #아빠가조심할게
#한국말로욕해야 #그들이못알아들어서그랬어
[윤슬의 운빨]
윤슬 : 아빠! 여기가 아침이면 한국은 저녁이야?
아빠 : 응 비슷해. 쉽게 계산하면 우즈베크 시간에 4시간을 더하면 한국 시간이야.
윤슬 : 아아 더하기 4! Plus FOUR~!!
아빠 : 그렇지. 자 그럼 여기가 2시면 한국은 몇 시지?
윤슬 : 3시!!
아빠 : 아니야.
윤슬 : 4시!!
아빠 : 아니라고.
윤슬 : 5시!!
아빠 : 아니라니까.
윤슬 : 아아 그럼 7시!!! 맞지?
아빠 :.......
#정답피해가는거봐라 #너도 #요행바라지말고 #정직하게살아라
[윤슬의 위로]
월요일 아침.
엄마 : 어휴~ 회사 가기 싫다. 더 쉬고 싶다아아~~
윤슬 : 엄마! 나도 학교 가기 싫어. 근데 며칠 지나면 익숙해질 거야.
엄마 : 세상에 윤슬아. 네가 엄마보다 낫구나.
윤슬 : 뭐 그냥 월요일이니까.
엄마는 정신이 번쩍 들어 출근했다는...
#자기가엄마보다 #언니라고생각하는듯
[윤슬의 소원]
엄마 : 윤슬아. 새해에 엄마한테 바라는 거 있어?
윤슬 : 응. 뒷모습 보여주지 않기.
엄마 : 응?
윤슬 : 나랑 안 놀고 맨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엄마는미안함에할말을잃고
#아빠보고집안일더하라는소리인가 #그럼나가린데
[윤슬의 이별]
우즈베키스탄에서 3년 동안 타던 자동차(흰둥이)와 헤어지는 날.
윤슬 : 아빠. 흰둥이 한국에 데려가면 안 돼? 헤어지기 싫어.
아빠 : 나도 그러고 싶은데. 흰둥이가 한국에 도착하려면 3개월 이상 걸린데. 그럼 우리가 한국 가서 차가 없어서 불편할 거 같아.
윤슬 : 오케이. 그럼 아쉽지만. 흰둥아~~ 안녕! 고마웠어! 사랑해! 굿바이!
아빠 : 응? 갑자기?
#넌너무쿨해서탈이야 #차없는건많이불편하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