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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임 Aug 03. 2023

650g의 고양이가 바꾼 나의 일상

2021년 11월, 650g의 작은 고양이가 나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어떤 연유인지 엄마가 없이 혼자 있던 새끼 고양이를 유기동물보호소를 운영하는 센터장님이 발견하여 데려오셨고 정성으로 보살펴 주셨다고 한다. 그때의 나는 동물보호시설의 공고글이나 네이버 밴드에 올라온 고양이들의 사연을 보며 운명 같은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었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막연히 치즈 고양이를 선호했다. 누룽지처럼 고소한 냄새가 날 것도 같고, 왠지 모르게 끌린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던 중 퐁이의 공고 사진을 발견했다. 부릅뜬 눈에 부숭부숭 민들레 홀씨 같은 모습을 보고 바로 연락을 드렸다. 센터장님은 몇 번 문자를 주고받으시곤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며 데려가라고 하셨다.


예? 그렇게 빨리요?

많은 동물친구들을 보내시면서 문자나 목소리만으로도 이 사람이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하셨다. 인정받았다는 뿌듯한 기분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센터장님의 추천에 따라 필요한 용품들을 구비하고, 퐁이를 데려왔다.


퐁이는 온 집안을 제 집처럼 뛰어다녔다. 이상하다. 고양이는 분명 처음에는 낯설어서 구석에 숨어있다가 적응이 되면 조심히 돌아다닌다고 했는데.. 그렇게 신나게 탐색을 하고선 준비해 둔 화장실에서 응가를 했다. 냄새는 정말 지독했다. 고양이 똥냄새가 지독하다는 것쯤이야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정말 어마어마한 냄새였다. 이 작고 귀여운 몸에서 저런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어설픈 솜씨로 모래를 덮는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퐁이는 나의 일상을 바꾸어놓았다. 새벽 5시, 배고프다고 에옹-에옹하고 울면(어릴 때는 삐용-빼용-하고 울었다) 졸음이 가득한 걸음으로 비척비척 거실로 나가 굿모닝 인사를 하고 아침밥을 챙겨준다. 주인을 닮아서 입이 짧은지 몇 입 먹다 말고 내 무릎으로 올라와서 자리를 잡고 골골송을 시작한다. 따뜻하고, 말랑말랑하고, 보드라운 고양이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으면 다리가 아무리 저려도 참게 된다. 평생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어 했는데 나의 작은 고양이가 소원을 이루어주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눈물)


퐁이는 어머니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 졸졸졸졸 쫓아다니며 애교를 피워대는 통에 발을 헛디뎌 몇 번이나 넘어질 뻔하셨다. 어머니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옆에 철퍼덕하고 누워서는 에옹-에옹 울며 예뻐해 달라고 조른다. 누가 보면 천 년의 사랑인 줄 알겠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에는 불편함도 따른다. 상상 이상으로 빠지는 털, 사료와 모래값 등 정기적인 지출, 여행이 어려운 점 등등. 그렇지만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존재와 함께하는 행복함이 더 크다는 것은 분명하다.



작가의 말

퐁이는 지금 무럭무럭 자라서 5.5k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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