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 나누기

프롤로그

by jinwooary

cpa를 준비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뜻대로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서 하나둘씩 내가 하고자 하는 일도 다르게 바뀌어 나갔다.

‘빨리 합격해서 학교 놀면서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즐겨야지’에서 ‘1. 이 수험 기간 나를 거쳐간 사람들에게 보은하자, 2. 블로그를 통해 내가 겪은 시행착오나 방법들을 공유하자’로.



1. 참 고마웠고 미안했다.

가족, 친척, 친구들, 지인분들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도록 힘이 많이 되어주었다.

본가에서 혼자 공부할 때 의지했던 고등학교 선배이자 친하게 지냈던 대학 선배,

마주할 일이 거의 없었는데도 공부하는데 보태라고 용돈을 쥐어주신 친척분들,

특히 2차 시험에는 서울 삼촌 집에서 신세를 지었는데도 그냥 아무 말 없이 내 상의 주머니에 용돈을 넣어주시고는 한사코 거부하시며 시험 끝나고 맛있는 거 사 먹으라면서 웃어 보이신 서울 삼촌,

명절 때나 생일 때마다 먼저 연락 주기도 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동고동락했던 중고등학교 친구,

마찬가지로 명절 때나 생일 때마다 잊지 않고 서로 안부 주고 받았던 군대 후임,

같은 스터디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꽤 오랜 기간 보며 서로 힘든 거 털어놓았던 고등학교 후배,

오랜만에 저녁 한 번 먹자고 연락 와서는 몰래 근사한 거 사주고 간 멋진 초등학교 친구,

특히 생일 때나 시험 끝날 때마다 기프티콘과 함께 고생했다면서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연락 준 고마운 대학 친구,

가끔씩 집에 놀러올 때 마다 내 무릎 품이 좋은지 항상 일방적으로 와서 살포시 앉으려 하고, 직접 눈앞에서 또는 영상으로 “하띵!” “시험 하띵!” “해개사 하띵!” 아기어로 회계사가 뭔지도 모르면서 순수하게 힘 실어준, 그냥 바라만 보아도 힐링이 되어주었던 3살짜리 조카, 5살짜리 조카,

무엇보다 나 못지않게 뒷바라지하느라 정말 정말 고생하셨을 부모님과,

표현은 잘하진 않지만 장학금이나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생필품도 사주고 계좌로 그냥 말 없이 송금해 주곤 한 이제는 친구나 다름없는 동생..

몇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 분 한 분 떠올려보니 나에게 도움을 준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고마웠고 미안할 따름이었다.

시험 하나가 뭐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그저 받기만 했던 것 같다.

받을수록 부담도 있었지만 그래도 더 잘 해내야지, 잘 돼서 꼭 갚아야지 하고 다짐하고 힘냈던 것이 더 크게 작용했다.



2. 본가에서 혼자 공부했다.

혼자 공부하다 보니 cpa에 합격한 분들의 블로그를 많이 참고했다.

참고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이런 방법들을 작성할 날이 오겠지 하고 종종 다짐했다.(아직 최종 합격이 아니라서 조심스럽기도 하고 임시저장으로만 해 놓은 상태이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 모든 내용을 하나로 담을 수 있도록 나의 제목, 글의 내용 및 방향, 내가 하고자 하는 일, cpa와 연관되도록 브런치 별명/닉네임을 정한 것이 바로 ‘더하기 나누기’이다.(기호로 표현하고 싶었지만 한글 또는 영문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기호를 사용할 수 없었다. 그리고 회원가입을 하느라 무작정 다른 닉네임을 설정하였는데 30일 간 변경할 수 없는 제한이 있는 줄 몰라서 제한이 해제되면 더하기 나누기로 바꿀 예정이다.)


최대한 두드리는 소리를 줄이려고 수건을 겹쳐 만들어 케이스 겸 밑에 깔아두는 용도로 활용했고, 노트북 키패드 번호 부분만 잘라서 계산기용 패드로 활용했다.

÷

x

-

+


cpa를 준비하면서 나는 물론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정말 수천 번 수만 번은 두드린 기호들이다.

우리는 주로 이 네 가지를 조합하여 ‘=’을 통해 각자의 답을 도출한다.

문제가 요구하는 대로, 머리와 손이 시키는 대로, 아무런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채로 숫자와 기호들을 마구 대입하면서.


공부 중에 불현듯 생각났다.

+,-,x, ÷에도 감정을 실을 수 있다면 어떨까.

그리곤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계산기 오른쪽 하단에 차례대로 나열되어 있는 네 개의 기호들.

이 중 유독 +칸만 더 크다.

다른 기호들보다 두 배 정도 더 크다.

왜 그럴까.


처음에는 단순히 비워 두기 그러니까 공간 채우기용으로 만들었겠지 싶었다.

그래도 조금 더 생각해 보았다.

+가 가장 많이 쓰는 기호여서? +가 가장 기본이 되는 기호 때문에 그런 걸까?

떠올려보면 수학을 배울 때 가장 먼저 접한 기호가 +이고 ÷를 가장 나중에 배웠다.

그리고 신기하게 +,-,x, ÷로 갈수록 어려웠다.

2+3=5로 딱 떨어지지만, 5÷3=1.6666..으로 그렇지 않았다.

이 소수점 때문에 어려워했던 기억이 있다.


단순히 계산적으로 보면, +와 -가 유사하고 x와 ÷가 복잡한 측면에서 유사하다. (또는 +,-,x는 십의 자리를 태워보낸다는 면에서 유사한 반면, ÷만 다른 계산 기호와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성향으로 보면, +는 x와, -는 ÷와 묶어볼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칸만 더 큰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이유나 논리를 찾지 못했다.

아무 의도가 없을 수도 있고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지만, 나름 골똘히? 생각하며 의미를 부여해 보았다.

공부는 뒷전으로 둔 채 잡생각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와 -,x, ÷.

+와 ÷ 사이.

+와 ÷.


둘은 묘한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다.

+에서 가운데 부분을 위아래로 살짝씩 지워내면 ÷이다.

반대로 ÷에서 그 부분을 그리면 +이다.

그런데 주변 일상으로 대입해 보면 다가오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생각해 보면 그 부분을 채우는 일보다 살짝 덜어내는 일이 더 신경 쓰였다.


나를 성장시켜 나가는 일은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얼마나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주로 나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면 된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나누는 일은 나 이외에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나누려는 대상과 상대방, 그 상대방은 어떤 점을 필요로 하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등.

상대방의 마음 하나하나 헤아려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냥 계산기 기호들을 보다가 나름 생각의 종지부를 지었던 기억이 있다.


나누는 것도 우선 내가 준비되어 있어야 가능하기에, +가 가장 아래쪽에서 가장 크게 떠받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경험의 범위는 부족할 수 있지만 내가 겪은 cpa 수험생활, 소소한 일상, 가벼운 소재 관련해서 생각의 나래를 펼치고 싶었다.

누군가는 후루룩 넘길 수도 있고 누군가는 하나하나 들여다보겠지만, 결국 나의 작은 글이 선한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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