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으로 볼록한 달을 보며 열흘을 꼽는다
출항 가 있는 시간 열흘을 세면
정박해 있는 시간 나흘이 돌아온다
정박은 불안을 묶어놓는다
저녁의 발등이 높다
양손에 저녁거리를 들고
집 앞에 당도하기까지 시간을 좋아한다
언젠가 술을 마시고도 취하지 않게 도달한 저녁의 문 앞
술은 반드시 이 문을 통과해야만 취한다
저녁을 준비한다
허리띠를 풀고 느리게 먹어도 되는
식구들의 이야기가 가장 많은 저녁
하룻동안 꺼내지 못한 소리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식탁에 숟가락을 놓다 먼 바다에서 근무 중인 아들을 생각한다
아들은 멀미에 적응중이라는데 마음이 자꾸 일렁인다
식구하나 빠진 자반고등어구이가 싱겁다
달이 부풀어 오른다
저녁의 뚜껑을 덮지 않고 마냥 기다리고 싶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