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이
마른 미역처럼 앉아 있는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내 피는 어디에나 흔해서
말을 걸면 금방 들통나지만
입을 떼기 전까진 다른 피처럼 앉아 있다
A형인 줄 알았는데
구멍이 많아서 다 보여요
세상 어디에나 흔한 피인데
같은 피를 찾으려면 없다
다른 피에 옮겨가서
나를 수혈 받은 사람은 끈끈해질까
눈물 구멍 많은 나도 다른 피를 수혈 받아
창틀처럼 단단한 막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누구나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자기 피도 초록이라고 말할 때
나라고 말하는 내 피는
A형 같은 곰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