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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혜향 Oct 29. 2023

결항

남은 사람이 허전하다는 거 제주에 왔을 때 알았죠

떠나온 곳과 이곳의 시차는 같지만 

맑은 청귤을 전송하면 굵은 빗방울이 돌아왔어요     


뜨거운 이마를 가리고 다니다

받은 빗줄기를 주머니에 넣으면 금세 말라버렸어요    

 

예약시간마다 문이 열린 집은 키가 없어요

잠만 자고 나올 거니까 두고 온 게 없을 줄 알았는데

하나씩 빠트리고 와요

아무리 찾아도 없는 얼굴처럼  

   

제주의 저녁은 빨리 와요 식당마다 문을 닫은 저녁 다섯 시, 

애월의 일몰을 기다렸어요 눈을 떼면 안돼요 인사도 없이 사라지니까요      


눈을 뜨자마자 섬으로 침범한 얼굴에 일몰을 전송했어요

일출은 반대편에 있고 한동안 못 볼 일몰이 남아 있어서     


사흘 내내 없던 바람이 떠날 때 한꺼번에 불어와요

바람에 팔다리가 자꾸 생겨나요 발 묶을 사람이 없어서

바람이 옷깃을 잡아당기고 여객선이 줄줄이 결항중이에요     


떠날 곳에 비가 오니 도착할 곳은 맑을 텐데

풍랑을 막아줄 무엇이 없어서 바다가 문을 닫고 있어요

오늘이 밀려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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