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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혜향 Oct 29. 2023

저녁에도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있다

오른쪽으로 볼록한 달을 보며 열흘을 꼽는다

출항 가 있는 시간 열흘을 세면

정박해 있는 시간 나흘이 돌아온다

정박은 불안을 묶어놓는다    

 

저녁의 발등이 높다

양손에 저녁거리를 들고 

집 앞에 당도하기까지 시간을 좋아한다     


언젠가 술을 마시고도 취하지 않게 도달한 저녁의 문 앞

술은 반드시 이 문을 통과해야만 취한다     


저녁을 준비한다

허리띠를 풀고 느리게 먹어도 되는 

식구들의 이야기가 가장 많은 저녁

하룻동안 꺼내지 못한 소리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식탁에 숟가락을 놓다 먼 바다에서 근무 중인 아들을 생각한다

아들은 멀미에 적응중이라는데 마음이 자꾸 일렁인다

식구하나 빠진 자반고등어구이가 싱겁다     


달이 부풀어 오른다    

 

저녁의 뚜껑을 덮지 않고 마냥 기다리고 싶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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