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을 부르면 해풍에 강한 복자가 달려온다
동네에서만 불렀던 다정은 가지도 치지 않았는데 둥글게 자랐다
이마에 까만 점을 복점이라 불렀던 그녀
건설회사에서 작업모를 쓰고 뛰어다니다
바닷가에 펜션 하나 짓는 게 꿈이라던 그녀가
가을에 야문 씨앗을 내밀었다
작아서 보이지 않는 씨앗을 확대해보니
복자펜션 명함이 아닌가
한동네에 옹기종기 파종한 씨앗들이 흩어져 모여도
다 재우고 남는다는 3층짜리 복자펜션은
땀방울 대신 바닷물이 흐르고
작업화대신 슬리퍼를 신는 복자가
아침마다 파란 창문을 열어젖힌다
쓰디쓴 하루도 달달하게 볶는 복자
겉은 부드럽지만 안쪽은 단단하다
아직 추위에 약한 사람들
다정큼 딱 그만큼 물들이며 우뚝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