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혜향 Oct 29. 2023

직전의 지점

직전은 누가 다급하게 부르는 목소리 같아 뛰어요

열차가 도착한 지점에 에스컬레이터는 절벽이었고요

종일 서 있던 발목이 저녁에 얇다는 걸 잊었어요

뛰는 발목을 삐끗하고 바닥에 몸이 접혔어요

계단이 우르르 쏟아졌지만 

괜찮은 척 가쁜 숨을 끌고 문이 닫히기 직전 발을 넣었어요

발등에 에스컬레이터 자국이 박혀 따라왔어요

직전은 왜 이렇게 아슬아슬 할까요

매일 좋은 하루가 되라고 응원해주는데

매일 안간힘을 써요

끝을 야물게 맺지 못하고 끌고 가요

오픈하자마자 반품 받은 직전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종일 따라붙어요

사은품은 끝났는데 달라고 떼를 쓰는 손님

마감 직전의 직전까지 오는 손님에게 하루를 다 쓰고

부은 목젖이 걸리는 지점

기다리는 시간이 뒤를 돌아보고 집착이 이어져요

직전을 넘긴 마감은 여전히 직진중이고

어디 살아요 물으면 직전의 지점이라 대답하고 싶은

오늘 밤 잠들기 직전의 발목엔 부은 달이 두 개나 떠 있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