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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메기매운탕

뚝배기에서 만난 메기 머리

by 뀨아리 Feb 19. 2025

회사 근처에 메기매운탕 맛집이 있다고 해서 방문했다.

메기매운탕을 좋아하지 않지만, 회사 사람들과 같이 가야 하니까

안 먹겠다고는 말을 안 하고 그냥 졸졸 쫓아갔다.

메기매운탕 맛집이니까 먹을 수 있겠지?     


어차피 반찬도 6종류나 나오니

못 먹으면 국물만 먹어야지...     

브런치 글 이미지 1

조금 기다리니 뚝배기에 보글보글 메기매운탕이 나왔다. 

뚝배기에 1인분씩 나와서 내가 얼마나 먹는지 보일 것 같았다.     


하…. 그래도 몇 토막은 먹어야겠구나….

일단 뚝배기에 담긴 메기매운탕을 휘휘 저어 봤다    

 

한 마리가 모두 담긴 메기매운탕이라며 머리부터 꼬리까지

온전한 한 마리가 보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어떻게 먹어야 하지 생각하며 뚝배기를 휘휘 졌는데

메기 머리가 수저에 떡. 하. 니. 올라왔다 

    

순간 놀랐는데 갑자기 눈물이 울컥 났다.    

 

어릴 적 엄마는 유원지에서 식당을 하셨다.

유원지 장사니, 이것저것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도 해주셨다.

그 중의 엄마의 인기 메뉴 중 하나인 메기매운탕     


새벽에 사 온 메기를 넓은 수조에 풀어놓는다.

엄마는 메기가 신선해야 흙냄새가 나지 않고 맛있다고 했다

녀석들이 도마 위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팔팔하게 만들었다.    

 

메기 떼들이 뱀처럼 물에서 헤엄치고 있는 게 신기하기도 하면서

징그럽기도 하고... 어린 마음에 수조를 한참씩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엄마. 엄마는 메기 좋아해? 어떻게 그렇게 잘 끓여?"   

  

"아니, 엄마는 메기 안 먹어. 생긴 것도 징그럽고 식감도 싫어.

  그냥... 먹고살라고 한 거지. 엄마도 네가 싫어하는 건 다 싫어하지

  자식들 굶기지 않으려고 하는 거지."     


30대 중반이 넘어서야. 엄마의 고생이 보였다.

철부지 딸은 30대가 훌쩍 넘어서야 메기가 미웠다

자식 입에 좋은 걸 넣어주려고 본인의 입은 악물었으리라


30대 중반의 엄마가 가여웠다.

30대의 엄마를 토닥여주고 싶었다.


엄마의 청춘을 한입 먹어 보았다

목이 막혔다...

엄마의 젊음을 먹는 것 같았다

다시는 메기매운탕을 먹지 않으리...

     

식사를 마치고 엄마한테 카톡을 보냈다. 

    

엄마. 오늘 점심때 메기매운탕을 먹었어.

메기 머리를 보는데 너무 징그러운 거야.

엄마도 메기 머리가 징그러웠겠지?

고마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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