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에서 만난 메기 머리
회사 근처에 메기매운탕 맛집이 있다고 해서 방문했다.
메기매운탕을 좋아하지 않지만, 회사 사람들과 같이 가야 하니까
안 먹겠다고는 말을 안 하고 그냥 졸졸 쫓아갔다.
메기매운탕 맛집이니까 먹을 수 있겠지?
어차피 반찬도 6종류나 나오니
못 먹으면 국물만 먹어야지...
조금 기다리니 뚝배기에 보글보글 메기매운탕이 나왔다.
뚝배기에 1인분씩 나와서 내가 얼마나 먹는지 보일 것 같았다.
하…. 그래도 몇 토막은 먹어야겠구나….
일단 뚝배기에 담긴 메기매운탕을 휘휘 저어 봤다
한 마리가 모두 담긴 메기매운탕이라며 머리부터 꼬리까지
온전한 한 마리가 보였다.
어떻게 먹어야 하지 생각하며 뚝배기를 휘휘 졌는데
메기 머리가 수저에 떡. 하. 니. 올라왔다
순간 놀랐는데 갑자기 눈물이 울컥 났다.
어릴 적 엄마는 유원지에서 식당을 하셨다.
유원지 장사니, 이것저것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도 해주셨다.
그 중의 엄마의 인기 메뉴 중 하나인 메기매운탕
새벽에 사 온 메기를 넓은 수조에 풀어놓는다.
엄마는 메기가 신선해야 흙냄새가 나지 않고 맛있다고 했다
녀석들이 도마 위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팔팔하게 만들었다.
메기 떼들이 뱀처럼 물에서 헤엄치고 있는 게 신기하기도 하면서
징그럽기도 하고... 어린 마음에 수조를 한참씩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엄마. 엄마는 메기 좋아해? 어떻게 그렇게 잘 끓여?"
"아니, 엄마는 메기 안 먹어. 생긴 것도 징그럽고 식감도 싫어.
그냥... 먹고살라고 한 거지. 엄마도 네가 싫어하는 건 다 싫어하지
자식들 굶기지 않으려고 하는 거지."
30대 중반이 넘어서야. 엄마의 고생이 보였다.
철부지 딸은 30대가 훌쩍 넘어서야 메기가 미웠다
자식 입에 좋은 걸 넣어주려고 본인의 입은 악물었으리라
30대 중반의 엄마가 가여웠다.
30대의 엄마를 토닥여주고 싶었다.
엄마의 청춘을 한입 먹어 보았다
목이 막혔다...
엄마의 젊음을 먹는 것 같았다
다시는 메기매운탕을 먹지 않으리...
식사를 마치고 엄마한테 카톡을 보냈다.
엄마. 오늘 점심때 메기매운탕을 먹었어.
메기 머리를 보는데 너무 징그러운 거야.
엄마도 메기 머리가 징그러웠겠지?
고마워.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