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장에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오늘 아침 내 도시락 풍경을 살펴보니 중형의 스테인리스 밀폐용기에 상추 7장과 오이고추 1개 삶은 고구마 3개가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노란 체크무늬 손수건 안에는 작은 귤 세 개와 선물 받은 샤인머스캣 7알 그리고 하루치 견과류 두봉이 들어있다. 냉장고 한 켠에 오늘 저녁거리도 미리 준비해 두고 왔다. 바로 남은 양상추와 순두부 한봉과 남은 고구마를 먹을 생각이다. 현미밥에 김을 싸 먹으면 딱 맞게 배가 부를 것 같다. 물론 가는 길에 바나나를 사서 간식으로 챙기면 더 좋을 것 같다.
직장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은 지는 꽤 되었다. 15년이 넘은 긴 시간 동안 직장 급식으로 점심도 먹고 야근을 할 때는 저녁도 급식으로 먹었다. 5대영양소가 골고루 자리한 식판에는 늘 튀김이나 기름진 음식과 고기류가 빠지지 않았다. 뽀얀 빛깔의 백미밥이 고슬고슬 잘 지어져 올라와있고 짭짤한 나물반찬도 늘 곁들여져 있었다. 주부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남이 지어준 그 맛있는 밥을 난 포기 했다.
이유는 소화문제였다. 점심시간이면 하루 중 제일 배가 고플 때이다. 그러니 점심때면 허겁지겁 내 위장이 감당하는 것보다 늘 양이 많게 퍼와서 급하게 먹었다. 자극적인 음식은 늘 달콤한 디저트에 대한 열망을 불러왔고 초콜릿 쿠키나 과자류를 즐겨 먹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나면 속이 불편했다. 더부룩하고 몸 전체가 무거운 느낌. 정직한 내 몸은 정직하게 나이를 먹어갔고 한 해가 거듭될수록 소화의 문제는 조금씩 더 부각되어 갔다. 퇴근 후에는 아이들의 식사를 먼저 챙기고 늘 늦게 식사를 했다. 그러다 보니 먹고 나면 얼마 후 잠자리에 들게 되었고 누워서도 꾸르륵 소리를 내며 열심히 소화 중이라 쉬지 못하는 위장을 의식하며 몸을 뒤척였다.
원래 양이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고기와 기름진 음식 그리고 배를 채우는 주식인 백미밥은 소량을 먹는다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록 불편해졌고 소화가 더디 되었다. 기억나지 않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익숙하게 늘 먹어왔던 음식이지만 몸은 이제 더 이상 이런 음식이 편하지 않다고 여러 증상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소화불량, 피곤감, 수면 방해, 개운치 않은 배변활동 등등. 늘 겪는 일이라 사소하게 여겼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다. 나이가 있으니 당연한 수순이라고 씁쓸하게 인정하기도 했고 너무 빨리 먹는 나의 식습관을 탓하며 씹을 때 30번까지 수를 세느라 정작 무엇을 먹고 있는지 맛을 즐기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미니멀라이프의 큰 강은 나의 식단으로 천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읽었던 책들이 큰 자극이 되었다. 그중 "몸에도 미니멀리즘( 황민연)"이라는 책은 내 몸이 하나의 공간이며 이곳 또한 미니멀리즘이 너무나 절실한 곳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식사 미니멀리즘은 지금 한창 진행 중이다. 하나하나 끊거나 절제하면서 집을 비우듯 내 몸 구석구석을 정돈하고 있다. 집의 가구와 짐을 비울 때처럼 좀 과감하게 진행하고 있다. 고기, 계란등의 동물성 음식은 과도기를 가지지 않고 며칠 만에 치워버렸다. 삼겹살집을 지나가면서 그 고소한 고기 굽는 냄새가 여전히 매우 자극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패삼겹살을 한 봉지를 사서 바로 구워 먹는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커피와 과자, 빵등 오히려 달달한 음식 앞에 더 취약해진다. 여전히 조금씩 나아가면서 이런 음식도 조절 중이다.
자연스럽게 야채와 과일, 콩류, 견과류, 현미밥 위주의 식단이 구성되었는데 책에서 소개하듯 다양하게 여러 종류를 먹지는 못한다. 일단 그렇게 다양하게 다 구비하기에는 가계 생활비의 압박도 크고 현재 우리 가족 중 나만 실천 중이기에 음식이 남는 경우도 왕왕 있을 듯하여 출퇴근 길에 딱 내가 먹을 정도만 사서 식사와 도시락을 준비한다.
방을 청소하듯 내 몸을 청소하고 있다. 조금씩 여러 가지를 먹고 빼거나 더하면서 내 몸의 반응을 조심스레 살피는 중이다. 집 청소는 바로 눈앞에 보여서 좋고 나쁘고의 결정이 빠른 반면에 식사는 먹어보고 소화도 되고 그리고 화장실까지 다녀와야 하는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다. 그래서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내 몸을 대하려고 노력 중이다. 가구 비우기와 또 다른 즐거움과 재미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수확은 나 자신을 아껴준다는 뿌듯함이 크다. 좋은 음식을 먹고 나면 내 몸이 나에게 말을 하는 것 같다. 잘 대해줘서 고맙다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내 몸이 환하게 웃는 미소를 느끼는 것.
미니멀라이프는 나를 찾고 그리고 연약한 나를 보듬어주는 긴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