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각그랜저'라고 불리는 현대차의 '그랜저'가 등장했던 시기. 요즘과 다르게 '그랜저'는 하이엔드급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시절의 그랜저는 그 날카로운 각으로 부의 유무를 선그어주는 기준값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 영향이 오랫동안 남아있다는 증거같은 것으로 2009년도에 나온 그랜저의 TV광고문구를 하나 살펴보자,
'잘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
이 광고 문구는 안부인사에 그랜저를 살만큼 잘 지내고 있다는 대답을 했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이 광고멘트의 의미에 동의할지 안할지에 대한 여부를 떠나서, 2009년까지도 남아있는 그랜저에 대한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08년에 최초 등장한 '제네시스'가 2015년 현대차의 프리미엄브랜드로 론칭되면서 부터 그랜저의 위치가 애매해지기 시작한다. 내부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라고 공표한 제네시스가 있으니, 그랜저는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소비자가 그랜저를 선택할 이유는 여러가지가 남아있겠지만, 이전처럼 부의 상징성을 가진 아이템으로 선택될 일은 매우 희박해진 것이다.
그랜저가 나쁜차라는 말이 아니다. 단지 제네시스 등장 이후, 그랜저는 소나타보단 좋지만, 제네시스 보단 아래에 있는 조금은 애매한 포지션이 되어 버렸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랜저가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24년 10월 국내기준 완성차 판매량을 보면 그랜저는 7,433대가 판매되어, 1위인 쏘렌토 뒤를이어 2위를 기록했다. 결국 판매량이 인기의 가장 중요한 지표일테니 인기는 여전하다. 프리미엄은 아니데, 프리미엄의 대체재론 훌륭한 위치의 상품이기 때문일것이다.
나는 스스로 탈 프리미엄을 선택을 했거나, 아님 모종의 이유로 프리미엄이라는 영역을 벗어났지만, 여전히 프리미엄급의 대체재로 평가를 받고 있는 대중적 인기 상품들에 대해 '그랜저포지션' 이라는 단어를 붙여보곤 한다.
최근 하리보를 판매하기 시작하고, 가격인하 카드를 꺼내든 스타벅스가 그런 위치로 가고 있는것 같다.
20년 전 스타벅스는 가격경쟁력이나 가족단위 소비자를 공략하려던 브랜드가 아니었다. 그 당시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커피는 밥값보다 비싼 하이엔드에 가까운 브랜드였다. 여담으로 내가 대학생 초기때는 스타벅스를 가면 돈을 헤프게 쓴다는 '된장남', '된장녀' 같은 명칭이 붙기도 했다. 허나 지금은 가장 대중적이며, 저가 브랜드보단 비싼 커피집이 바로 스타벅스 아닌가?
내가 어릴적 각그랜저가 지금의 그랜저가 아니듯, 지금의 스타벅스는 20년전 그 스타벅스가 아닌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새로운 조건에 맞게 생존해 오고 있는 그것들로도 충분하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