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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현중 Oct 31. 2024

모네에게 사과는 무슨색일까?

무의식이 가지는 고정관념

당신에게 '사과는 무슨색인가?' 하는 질문을 받았다면 당신은 아마 빨간색이라고 대답을 했을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루앙 대성당은 무슨 색인가?' 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당신은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당신은 루앙 대성당을 찾아가 색을 확인해 볼 수도 있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색을 확인해 볼 수 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직접 색을 확인후 말한다 한들 그것이 정답일까? 아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친들 그것은 정답이 되기 어렵다. 루앙 대성당의 색은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보이니까.


모네는 같은 공간을 시간을 달리해 그리는 일을 반복했다. 모네의 대표작중 하나인 [루앙 대성당] 연작 씨리즈를 보면, 루앙 대성당의 색이 그림마다 다르다. 어떤것은 회색빛, 어떤것은 붉은빛, 어떤것은 푸른빛이 감돈다. 건물 외벽을 새로 칠했거나 리모델링을 해서 대성당의 색이 다르게 그려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네가 시간마다 다르게 보이는 차이를 표현한 것 뿐이다. 같은 공간에 사물은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것을 모네는 우리에게 비언어적 명제로 속삭여준다.



'빛의 예술'로도 불리우는 19세기 인상파들의 그림들이 그렇다. 그들은 빛에 비춰진 순간의 모습을 제각기 표현해 냈고, 그렇게 잊혀지고 반복되는 수많은 순간의 아름다움이 표현되었다.

다시 색에 대한 질문으로 들어와보자. 어두운 한밤중 현광등만 켜놓은 당신의 방을 생각해보라. 벽지는 무슨색인가? 침대와 이불은 무슨 색인가? 색상코드를 말할 정도 까지는 아니지만 저마다 '어떤' 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엔 아침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창문 넘어로 아침 햇살이 넘어오고 있다. 햇빛이 떨어지고 있는 벽지는 무슨색인가? 밤의 그 색과 같은 색인가? 침대와 이불은 무슨 색인가? 밤의 그 색과는 분명히 다른 색이다.
이번엔 다시 밤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지난밤과 다르건 채도가 전혀 다른 새로운 현광등을 켰다는 가정을 더해서. 이번에도 벽지와 침대와 이불은 다른 색으로 보일것이다.  

이러한 지점에 대해 당신은 분명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이불이나 벽지는 분명 여러색이 아니라 하나의 색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색의 항상성(color constancy)' 이라는 개념때문에 그렇다.

우리는, 아니 정확히 우리의 두뇌는 어떤 대상을 고유한 색으로 인지하려는 경향이있다. 색이 시간적 상황이나 다른 조건에 의해 변화한다 한들 하나의 색으로 고정해 인지하려는 경향으로 일종의 무의식적인 고정관념이다. 당신이 인지하지 못해도 당신의 뇌는 어떤 개념들에 대해 고정관념을 적용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와 당신의 뇌는, 어떤 대상을 판단하려 할때 이러한 뇌의 고정관념을 작동시키고 있을 것이다. 높은 학위를 가진 사람을 높은 지혜를 가진 사람으로, 선한 영향력이라는 단어 같은것을 스스로에게 붙이고 있는 사람을 선하고 착한 사람으로, 많은 소득을 자랑하는 이를 부자라고 관념적으로 연결해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사람이 보여주고자 하는  하나의 속성이지, 그사람 자체를 정의할 수 있는 값이 아니다. 멋진 키워드로 스스로를 치장하는 사람들은, 사람을 판단하는 일종의 '항성성'이 작동하는 지점을 파고드는 홍보 전략을 사용하는 것일수 있다는 말이다.

루앙 대성당이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보이듯, 사람도 사건도 어떤 시점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보일 것이다. 사람이 스스로 보여주는 껍질 뒤에는 거대한 혼돈의 우주가 있다.

고정된 사람의 이미지는 그 사람 자체가 아니다. 사람은 모네의 연작처럼 다방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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