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현중 Oct 29. 2024

['관상은 과학이다.' 라는 뒷북]

통찰력이 아닌 정보기반 해석의 영역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의 기사나 소식등에

'볼 때마다 느낌이 쌔했다. 관상은 과학이다.'

라는 댓글을 접하게 되곤 한다. 이는 그 말을 한 화자가 물의를 일으킨 사람 얼굴만 보고 예전부터 그런 일을 할 거라 예상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이 발생하는 지점들은 나에게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우선, 사건의 이후에 후차적으로 나오는 이 발언들은 오히려 기민하고 직관적인 통찰력과 반대되는 발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의 얼굴(사진등을 통해)을 보자마자 '관상학적으로 어떤 결과를 일으킬것이다.' 라고 말한다음 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이것은 범인(凡人)을 뛰어넘는 엄청난 통찰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사건이 일어난 뒤 그의 얼굴을 해석해 '관상은 과학이다.' 고 외치는 것은. 인과관계를 끼워 맞춘 것에 가까우며. 새롭게 파악된 정보(어떤 물의를 일으켰다는 사전 정보)를 기반으로 대상을 바라보게 된, 일종의 필터링된 효과가 적용되고 있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행태에 가까울 것이라는 말이다.


카메라 관련기업 캐논에서 2015년 '데코이 (decoy)' 라는 명칭의 실험이 진행되었다. 어떤 한 명의 남자를 두고 6명의 사진작가를 불러 촬영된 실험이다. 이 실험의 포인트는 사진작가 6명에게 이 남자의 직업을 부자, 어부, 범죄자, 심령술사, 알콜중독자, 구조대원 각각 다른 것으로 알려 준 것이다.


진실을 알리 없는 사진사들은 일반 프로필 촬영인지 알고 남자를 촬영하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사들은 각기 들은 직업을 자신들의 사진에 표현해 낸 것이다. 직업을 심령술사라 들은 사진기사는 남자옆에 빈 의자를 두었고, 범죄자라 직업을 들은 사진기사는 배경과 남자의 얼굴에 어둠이 짙은 모습을 찍었으며, 구조대원이라 들은 사진작가는 희망차게 웃고 있는 모습을 찍었다. 자기들이 들은 대로 보고 피사체를 담았다는 것이다. (사진들이 궁금한 사람은 캐논 decoy라고 검색)



이 실험은 사진작가의 의도에 관한 지점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 목적 이전 사전에 전달된 정보가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게 하는지에 대한 관점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다시 말해 어떤 범죄자가 어떤 범죄를 저지른 것을 확인한 다음, 그를 보고 해당 범죄를 일으키게 생겼다며 '관상은 과학이다.' 라고 댓글을 남기는 것은 당신을 통찰력 있게 보이게 하는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견을 달며 당신의 인싸이트와 통창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조금은 아쉬운 일이지만 말이다.


그런 말을 하는 것보다, 당신이 정보를 파악해 필터링하고 있는 지점을 메타인지 해보는 게  더욱 통찰력 있는 행동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관상을 보고, 범죄자가 일으킬 예상을 진짜로 했다는 의견과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타인의 얼굴을 보며 드는 첫인상은 복합적이다. 한눈에 들어온 인상에 A라는 관점 B라는 관점, C라는 관점 등등 다양한 관점이 복합적으로 수용된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맞았을 순 있다. 그러나 그 정도한 미약한, 어떤 인식의 부분에 남은 흔적을, 개인의 확고한 의견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는 일이라고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이전 11화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