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원래 독고다이

by 리정



“지쳐. 쉬고 싶은데 당장 이번 달 통장을 스칠

카드값과 대출이자를 생각하면

하루도 몸뚱이를 쉴 수가 없어.

관짝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렇게 성실한 무기징역수의 팔자로 살 것 같은

아주 명확한 기분이 들어”


정적을 깬 무심히 툭 던져진 한마디.

나는 타이핑을 멈추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외로움은 왠지 어린 애들한테 어울리고 그보단 더 찐하고 뭔가 소주 냄새가 나얄 것 같은 이 기분.

그래, 이건 고독이야. 이렇게 쭉 이어가다 보면

내 끝은 고독사려나”


나의 시덥잖은 대답 “인생 원래 독고다이지”


“한 끼도 제대로 못 먹고 자정이 넘어서야

퇴근을 했는데 텅 빈 주차장에

내 차만 덜렁 한 대 남았더라고.

그 넓은데 나만 있는거야.

차에 타자마자 무슨 생각이 들었냐.

나 오늘 업무 연락만 몇 번 받았더라.

근데 사적인 문자나 전화는

한 개도 한 명도 없었네.

와 현타가 씨게 오드라.

내가 이렇게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수 있겠구나“ …


”인생사 애정법이라던데

남자한테 사랑을 갈구하자니

자존심도 상하고 막상 하려니

언제 또 그걸 하고 있나 귀찮기도 하고.

그냥 누가 나 좀 들여다봐라.

나 좀 들여다봐주라.

무슨 염불 외우듯 말야”


“오늘 난 몇 번의 거짓말을 했더라.

괜찮은 척, 있는 척, 아는 척,

늘 쌔끈한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온 몸이 뻐근해.

목에 힘이 들어가 있으니 어깨 승모근이

다리에 배긴 알보다 커 (어깨 으쓱, 목을 빼 보이는)

세상의 공기가 전부 남들의 시선인 거 같아.

가끔은 한 숨 쉬는 것도 눈치가 보여“


얼음이 녹아내리는 아이스커피 잔의 물기를

뱅그르르 손으로 문지르며

속마음을 들여다보던 그녀는

무언가 더 말을 뱉고 싶었지만

이내 쏟아져 나올 자신의 고독한 단어들을

목구멍 안에서 간신히 붙잡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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