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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나단 Jul 31. 2023

도전! 슈퍼모델

나는 슈퍼모델!

나는 내성적인 사람이다.

때문에 붙임성도 좋지 않고

굳이 남의 눈에 띄려 하지도 다.

그런데 나의 직업은 사람을 상대하는 사회복지사

‘옷깃이라도 스치면 인연이라는데...

난 피곤하다고...


웬만해선 남에게 친근함을 보이지 않는 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땅딸막한 키와 글한 얼굴

나이보다 약간 어리게 보이는 외모 덕에

적당히 미소만 띠고 있다면

남들은 날 불편하게 생각하진 않고

착한 사람으로 봐주기까지 한다.

‘못난 얼굴도 득이 될 때가 구나....’


그러나 예쁘지도 않은 얼굴을 철저히 이용해도

여러 인연들이 피곤한 건 어쩔 수 없다.

이런 내가 사회복지사로 살아가는 이유

여러 인연들과 주고받 '영향'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치여 산다.

그리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모델링

사회복지사로 생활하는 사람에게 익숙한 단어

사람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타인을 관찰하고 모방하며

나름대로 바람직한 행동과

고유한 삶의 방식을 만들어 간다.




나 역시 알게 모르게

나만의 영웅 모델을 만들어 왔다.

 결과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사회복지사가 된 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환자들과 앉아있다.

평범한 가정주부

한 회사의 총수

꿈 많은 대학생

다양한 람들이 똑같은 환복을 입고 나와 앉아있다.


과거 한가락하던 사람들도

몇 달, 몇 년 병원에 갇혀 산다면

마음은 무너지고

삶은 전과 많이 달라진다.

그 결과로 날 만나게 된 것이다.


그들과 매주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

병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조모임

이 시간 환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퇴원 후의 미래를 그리며

자신과 서로를 위로한다.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모임의 방향을 유지하고

들의 이야기를 요약, 정리하며

시간이 되면 간단한 코멘트와 함께 회기를 마무리한다.


‘이 분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칠까?’

다양한 삶을 나눌 수 있는 자조모임이 좋았지만

이들 앞에 선 내가

어떤 모델이 될까 고민되었다.


초임 사회복지사의 고민이 무색하게

시간이 흘타성에 젖어버린 나

습관처럼 한 회기 마무리한 날이었다.

환자들 병동으로 복귀

고요한 프로그램실 문을 누군가 두드린다.

하얀 얼굴에 여린 학생이 문 앞에 서있다.

매주 쪽 구석 자리에 앉아 말없이 웃 학생

불편한 몸을 이끌고도 빠짐없이 참여던 아이였다.


내가 이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는

나 역시 여러 환자 앞에서 긴장하던 시기였다.

음 이곳에 왔을 때 이 친구가 입원했으니...

벌써 몇 달째 입원했겠구나...’


“저... 이번 주에 퇴원해요....

축하할 일이다.

퇴원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굳이' 나에게 찾아온 것이 고맙기까지 하다.


“저.. 앞으로 어떻게 살까 생각했어요.....”

쭈뼛대는 아이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주머니 하나를 내밀고

얼굴을 붉히며 뛰어 나가버린다.


얼떨떨한 나는 사무실로 돌아왔고

작은 주머니를 확인한다.

여러 마리의 종이학

그리고 작은 쪽지하나

요 몇 달 선생님을 계속 봤어요.

선생님 말이 힘이 났어요.

선생님 고마워요.

내용은 이게 끝이었다.

타성에 젖기 시작하던 내 얼굴과 눈이 순간 달아올랐다.


난  그 아이의 종이학을 아직도 간직한다.

그 아이 나의 어 모습을 보았을까?

난 그 아이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아이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아직 여러 인연들이 어색하고

내가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모델로 선택한 것처럼

누군가 날 모델로 선택할 수 있다.

그때 이왕이면 괜찮은 모델이 되고 싶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이것 만으로 충분할 것 같다.


못난이도 모델이 될 수 있다.

하늘이 돕는다면 슈퍼모델이 될지도 모른다.

때문에 나는 이 좋은 직업을 버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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