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문 안에 들어서자
낮게 깔린 드럼이 장작 타는 소리를 낸다
불꽃이 튀지 않도록 살포시 누르는 건반 선율
적당한 볼륨은 심장을 편안하게 조율하지
길쭉한 원통형 조명이 따스한 눈빛을 건네고
온기에 둘러앉은 의자 몇은 벌써 리듬에 젖어 있다
도드라진 창틀에 얹혔던 눈송이가
꽃잎인 양 후두두 내려 쌓인다
멀리 갔던 재즈가 한 바퀴를 돌아
처음에서 다시 노랗게 익는다
아바나에 쏟아지는 햇빛처럼
손바닥을 스쳐 거친 듯 퉁겨지는 음색
바싹 올라붙은 곡선을 오른다
몇 장의 사진엽서를 들추다
잔을 들어 입술에 대지
먼 기억을 몰고 오는 진노랑 불빛
톤 낮은 목소리가
벽에 투영되고 있다
잘 익은 오후의 빛은 싱싱한 아침을 마중하지
카리브해를 닮은 하늘이
흰 발자국을 안고 계절을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