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친정 엄마가 묵주기도를 하실 때마다 제 귀에 꽂히는 구절입니다.
기도문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거의 외우다시피 하시지만, 늘 닳고 닳은 기도집을 보시며 기도를 드리십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부터 매일 하셨으니, 그 기간이 이제 30년 가까이 됩니다.
'가장~ 버림받은'이라는 말을 우리 엄마처럼 깊은 속에서 올라오는 소리로 하는 분이 있을까 싶습니다.
진심을 담아서 토해내듯이 하시는 그 목소리가 절절합니다.
철딱서니 없는 딸은 엄마가 기도를 하시는 동안 방에서 뒹굴거리며 놀다가도, 그 구절이 나오면 자기도 모르게 우뚝 멈춥니다.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버림받은 사람들의 울고 있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사랑의 결실로 찾아왔으나, 원하지 않는다 하여 생명을 빼앗긴 태아들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순진해서든 어리석어서든,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한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에서 나온 표현처럼,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사람들의 지옥으로 만들어진 것'이 생각납니다.
귀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은 하늘에, 이들부터 돌보아주십사 하는 친정 엄마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버림받은 영혼을 생각하면서 시려진 가슴이 엄마의 간절한 마음으로 순식간에 데워집니다.
엄마는 본인을 위해서 기도하신 적이 없어요.
늘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향한 염려가 혹시나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을까 제가 더 걱정이 될 정도예요.
물론 엄마의 기도 선물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저이지만요.
바깥세상이 찬란하게 빛날 때 더욱 크게 소외되는 이들에게, 오늘 성탄절에는 더 많은 사랑이 닿기를 바랍니다.
누구에게나, 그 어떤 이에게도 모두 친절한 우리가 되기를요.
'저 사람들은 삶을 잘못 살아서 그래.'
'엮이지 않는 게 좋아.'
라고 생각이 드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앞으로의 삶이 아름답기를 기원해 주는 여유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대단하게 후원하는 게 아니더라도,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안쓰럽게 생각하는 태도라도 가지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