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감이 몸집을 불려 저를 요단강으로 등 떠밀었을 때,
가장 많이 든 생각은 '가족에게 너무 미안해'였습니다.
자책은 아주 끈적이는 것이어서, 지금도 달라붙어 때때로 온몸을 찌르고 심장을 조각내려 합니다.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미래를 바꾸는 것, 지금 하는 일이라고 수천수만 번 되뇌었습니다.
그게 소용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의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답을 찾기 위해 강연을 듣고, 책을 읽었어요.
지난날을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온 힘을 다하겠다며 안간힘을 써서 '노하우'를 배웠지요.
헌데 저는 안 되더라고요.
그 방법으로 성공하는 분들이 그렇게 많다던데, 저와는 맞지 않더라고요.
'이게 될까?' 하는 의구심만 생기고, 가뜩이나 바닥인 에너지는 고갈 직전이고, 훌륭하다고 말하는 책에는 '제대로 살지 않으면 이렇게 실패한다'는 말들이었어요.
그렇게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하고 실패한 사람이 바로 나네.
자책이 심해져만 갔지요.
'나는 잘하고 싶어서 그런 거였는데, 내가 모든 문제를 일으켰다니.'
'내가 가해자라니'
'손에 쥘 수 있었던 것들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모두 걷어찬 게 나라니'
응? 정말 내가 잘못한 거네?
좋은 사람으로 멋지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욕심이 그 시작이었다는 걸,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으려는 마음이었다는 걸
조금씩 인. 정. 하기 시작했어요.
좋은 사람임을 증명하는 건 무의미하구나.
내 의도가 결코 나쁜 게 아니었음을 설명할 필요가 없구나.
내가 잘못한 만큼에 대해서는, 누군가 후려치면 묵묵히 맞는 게 용기구나.
'내 잘못이 아니야.' '이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기 때문이야, '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했기 때문이야.'라고 방어하는 데에 힘을 소진할 필요가 없구나.
자책에는 그 마음 밑바닥에 '내 잘못이 아니었다고 누군가 말해 줘.'가 들어있는 반면,
인정에는 '응, 미안해. 이제 반복하지 않도록 애쓸 거야.'가 들어있어요.
자책은 '그때 그 잘못을 하지 않았다면 저 복은 내 것인데'라는 후회와 미련이고,
인정은 '오케이. 그건 내 복이 아니었네. 그러나 이만큼의 복이 나에게 있어.'라는 감사예요.
자책하면 도망갈 생각, 누군가 괜찮다며 구해주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태도를 가지지만
인정하면 내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 때문에 거기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어요.
자책과 인정 모두
"내가 가해자였어."라는 한 문장으로 표현 가능한 것처럼 겉보기에는 비슷해요.
그러나 마음을 어떻게 가지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해요.
피하고만 싶은 지옥 같은 삶과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고 히죽 웃을 수 있는 삶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