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아동복지센터에서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옵니다.
2년 전부터 보아온 아이들이라 제법 덩치는 커졌지만,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모습은 그대로입니다.
처음에는 "우리 사진 찍으면 안 돼요." 라면서 폰을 들어 올리기만 해도 막아서던 녀석들이, 이제는 이쁘게 찍어달라며 포즈도 취하고 사진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작년부터 여름에는 센터에서 주차장 풀장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보육사 선생님이 "방학이라 풀에서 매일 놀아도 그저 신난대요."라고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아이들을 보며 말씀하십니다.
풀장에서 신나게 놀 수도 있고, 옷장에 브랜드 옷이 차곡차곡 쌓여있을 정도로 복지센터에서 아이들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아직 어려서이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아이들의 얼굴에서 그늘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2년 전 봉사지원자 오리엔테이션에서 "가정위탁으로 간 아이들보다 여기 아이들이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있을 거다. 어쩌면 일반 가정의 아이들보다도 관심과 사랑을 받지 않을까?"라고 하신 말씀이 진정으로 감사합니다.
물론 아무리 보육사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고, 또래 친구들과 형제처럼 지내며 우애를 키운다 해도 내 엄마아빠의 빈자리를 채우기는 어려울 거예요.
저희가 매달 만나는 아이들 중에도 왠지 모를 의기소침이 약간 보이는 친구가 한 명 있어요. 처음 만났을 때에도 "저 지난주에 이모 집에서 하루 종일 지내다 왔어요."라며 이모가 있음을 강조하던 아이였거든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일 뿐인데도 뭔가 불안한 기색으로 겉도는 느낌을 주는 아이.
작년까지만 해도 저희가 가자마자 품으로 달려들고 어부바를 해달라고 유난히 달라붙었던 아이.
간식을 나누다가 남아서 "좀 더 먹을래?" 하면 "아니요, 그냥 제 꺼만 먹으면 돼요."라고 입꼬리만 올리고 눈에는 웃음기가 없는 아이.
나머지 녀석들이 아직도 대롱대롱 매달리고, 간식 더 달라고 떼쓰고, 마음에 안 든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과 대비되어 너무나 차분한 모습을 보이는 게 마음이 쓰입니다.
엄마의 부재를 늘 되새기고 있는 것 같아서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같아서요.
의젓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누르는 게 보여서요.
하늘이 우리를 볼 때에도 이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 했어요.
부족함에 집중하느라 지금을 있는 힘껏 만끽하지 못하는 우리를, 하늘이 얼마나 안쓰럽게 보고 있을까.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어차피 부족함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을 거고, 그 이상 증폭시키지 않아도 되는데.
오히려 그 부족함이 다른 영역으로 뻗어나가지 않도록 애써 긍정적으로 돌려세우는 게 나을 텐데.
우리가 센터 아이들이 그저 밝게 자라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처럼,
하늘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며 복을 내려주고 싶어 하지 않을까.
우리는 내려주시는 복을 감사히 받고 사랑하며 살면 되지 않을까.
이 예쁜 아이들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