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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맞고 기분이 좋아졌다

by 위드웬디

내가 쓴 글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듣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드디어 어른으로서,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평가를 받았다는 뿌듯함입니다.

'아직 초보니까, 이 정도만 할게.'라는 평가였지만, 취미가 아닌 일하는 사람의 기준으로 봐 주는 시선에 감사합니다.

제대로 된 어른으로 대접받는다는 느낌입니다.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고, 글쓰기를 주제로 하는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닙니다. 몇 권의 책을 읽은 정도로 지금까지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그나마 곱씹듯 생각하며 책을 읽는 습관과 계속 썼다는 꾸준함 덕분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인풋도 별로 없었고 폭발적인 성장도 없었습니다.


냉정한 평가에 기분이 좋은 건 객관적으로도 작가로서 인정받는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아줌마로서 이 정도 글을 썼다면 꽤 괜찮다는 말은, 작가가 쓴 글로는 봐주기 힘들다는 표현이었으니까요.



기준이 불분명하고 일관적이지 않은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는 사람은 좌절하기 쉽습니다.

남편과 시댁을 비롯하여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서 받은 평가가 그랬습니다. '사람의 정을 보아서 이만하면 되었다'라고 하다가도, '어른이 이 정도도 못 하나?'라는 말을 동시에 듣기도 했습니다.


반면, 내용이 신랄하더라도 기준이 명확하고 듣는 사람을 존중하는 비평은 귀한 거름이 됩니다. 당장은 냄새가 좀 난다 해도, 성장을 위한 영양이 듬뿍 들어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응어리를 풀어내면 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어려움이 있다는 공감을 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도가 그러했으니 그 수준까지만 쓸 수 있었습니다.

진정으로 읽는 이를 위한 글을 쓰려면 글을 쓰는 자세부터 고쳐잡아야 함을 배웠습니다. 수다쟁이는 작가가 될 수 있지만, 작가는 결코 수다쟁이에 그쳐서는 안 되지요.


처음 자기소개에 '브런치 작가'라는 말을 쓸 때에는 긍정 확언처럼 적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작가라고 소개하기 몹시 부끄러웠으나, 이제 자세를 바로잡습니다.

작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다시 거울을 봅니다.

명확한 비평도 받는 작가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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