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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첫인상의 중요성

by 위드웬디

회사에서 빌런 동료를 빌런이라고 인식한 것은 업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였다. 빌런은 업무 시작 때부터 다른 동료와의 협력을 거부했다.


사장님께서 빌런을 채용하신 건 경력직의 노하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나 또한 식약처를 상대로 하는 업무에서는 신입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여서, 소소한 사항을 편하게 물어볼 동료가 필요했다.


급하지는 않으나 챙기지 않으면 안 되는 사항에 대해 빌런에게 톡으로 식약처 대응 팁을 물어보았다. '당장 급한 사항은 아니니, 여유 있을 때 설명을 부탁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에 대해 빌런은,

"이런 건 식약처에 직접 문의하시면서 업무를 배우셔야죠. 제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알려드려야 하나요? 그리고 저 지금 일하고 있는 거 안 보이세요? 이렇게 갑자기 물어보시면 어떡하라는 거죠?"

라는 대답을 했다.


안 그래도 바쁜 식약처에 직접 문의할 만한 문제가 아니어서 내부 직원에게 물어본 것이었고, 경험이 부족한 나와 협력하는 것 또한 빌런 동료의 업무의 한 부분이고, 급하지 않으니 여유가 생길 때 설명해 달라고 했던 것이었다고, 본인보다 직급이 높고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이런 무례한 태도를 삼가 달라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그래서 전 직장에서 1년 넘게 일한 적이 없구나' 하고 빌런 동료에 대해 마음의 문을 닫게 되었다. 평판이 좋지 않은 마당에 업무 첫인상까지 나빠지니, 말을 섞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확고히 하게 되었다.


이후 빌런 동료의 모든 행동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빌런 동료 자신은 처음 접한 업무에 대해 사수가 바쁜 상황에도 시시콜콜 계속 질문을 해서, 사수가 '그냥 내가 했던 것 그대로 하라'라며 치를 떨었다는 말을 전해 들을 때에는 너무나 화가 나서 때려주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나의 실수에 대해 빌런 동료가 '그렇게 하시면 곤란하오니, 앞으로는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굳이 사내 톡방에 올렸을 때에도 부끄러움과 분노를 참기가 힘들었다.


예의 없는 행동에는 딱히 기준이 없는데도, 빌런의 행동 하나하나에 모두 불쾌해졌다.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아야겠다고 하면서도, 불쾌해하는 나 자신에게 속상했다.




빌런 동료가 처음 업무 문의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라도 갖추어서 성의를 보였다면 이토록 금세 악감정이 깊게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빌런이 개선의 의지를 보인 적이 없었다는 게 큰 문제였지만, 작은 문제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겼을 것이다.


첫인상이 전부는 아니나, 처음부터 인상이 좋지 않으면 웬만한 노력으로는 좋게 바꾸기가 어렵다. 빌런 동료는 단지 약간의 수고와 성의 표시가 귀찮아서 그러한 태도를 보였을 것이고, 본인이 사회생활을 할 때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빌런 덕분에 우리 아이들에게 '기본을 지키자. 우리 자신을 위해 최소한의 예의는 반드시 지키자.'는 말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MZ세대는 다르다고 해도, 기본을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나 또한 새삼 느낀다.


이에 더하여, 아무리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사례를 든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단점을 끄집어내서 글을 쓰는 것은 나 자신에게도 고통임을 배웠다.

악인에 대한 처사는 하늘이 내릴 것이니, 나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굳이 내 손을 그 진창에 집어넣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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