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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웬디 Dec 04. 2024

두 번째 맞는 매는 처음보다 견딜만하다

갑작스러운 뉴스에 새 잠을 설친 분들이 많을 거예요.

지금도 벼랑 끝의 경제 상황인데,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캄캄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떤 상황이 생기더라도, 정신 단단히 붙잡고 그때에 맞는 대응을 제때 하자.' 하며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이렇다 할 사업도 하지 않는 아주마이가 나라 경제를 이토록 걱정하는 이유는 3년 전에 매수한 사무실 때문이에요.


대출 금리가 천천히 조금씩 내려가는 것, 그 하나만 믿고 견디고 있었는데 얼마 전 사무실 두 곳에서 한꺼번에 임차 업체들이 나가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새로 임차 업체를 들여야 공실을 피하고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거죠. 경제가 활황이어 사무실 임대가 될 텐데요.


부동산 중개소에서는 '작년에도 상황이 안 좋았지만 지금 더욱 얼어붙었다', '여기에서 9년째 일을 하고 있는데 지금처럼 임대가 안 되는 것은 처음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와중에 터진 어제의 뉴스는 경제를 두들겨 패는 몽둥이로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어볼까 해서, 월세를 받는 수익형 부동산을 큰 대출을 받고 매수했습니다.


당시에는 임대료를 받으면 대출이자를 내고도 30~40만 원을 벌 수 있었습니다. 서너 곳을 임대하면 엄마가 일하지 않고도 아이를 돌볼 수 있겠다 싶어서 욕심껏 매수를 했지요.


그러다 2년 전부터 출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월세를 받아도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월세를 넘어서는 대출 이자만 한 달에 수백만 원에 이릅니다.


이렇게 될 때까지 남편과 많이 다투었고, 쪼그라드는 집안 살림에 자책도 많이 하고 우울증은 심해졌고요. 사무실을 매도하고 싶어서 최대한 가격을 낮추어도 매수자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끝이 보이지 않는 마이너스 경제 상황에 몸과 마음이 모두 상했습니다. 처음에는 실패를 인정하지 못해서 힘들었고, 나중에는 돌발적인 지출 상황이 있을 때마다 힘들어졌어요.




대출 이자가 월세를 넘어서기 시작했을 때부터,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금리에 공포감이 말도 못 했습니다. 40년이 넘게 살아오면서 처음 겪는, 감당이 안 되는 어려움 앞에서 그저 도망치고만 싶었지요.


술로 도망쳤다가, 매일 정신없이 몇 시간씩 걷기도 하다가, '괜찮아, 이겨낼 수 있어'라고 매일 자기 암시를 하다가, 글로 써서 하소연도 하면서 어찌어찌 살아갔습니다.


처음 겪는 어려움. 어쩌면 '그런 상황이면 밤낮으로 일해서 돈 벌면 되겠네'라고 쉽게 말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우울증이 극도로 심해진 상황에서 본업에 더해서 정기적인 알바를 하는 것은 제 능력 밖이었어요. 못나게도.

 

엄마의 본분인 육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오히려 아이들이 엄마를 보살피던 때였습니다.




수렁에 깊이 빠져들던 그때보다 지금이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의 크기가 더 커요. 부동산 소장님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이 시기에 새로운 임차를 들여야 하니, 공실의 부담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마음이 더 힘들 때에도 살 나다.'라는 자신감이 있니다.

경험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실패를 해도 사람 죽지 않는다는, 좀 더 진한 느낌의 자신감입니다.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을 이해하게 됩니다. 개똥을 굴러도 죽지 않거든요.

이번에는 가시밭에서 굴러도 안 죽는다는 것을 보여주면 됩니다. 그러겠다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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