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재숙 Nov 22. 2023

안경학 개론

해와 달을 태초의 어두운 안경이라고 했다 신

안경 속에 흑요석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있었다 

작자미상의 新창세기에는 동그란 안경을 쓰고 빛을 따라가는 것을

안경 산책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 산책길을 따라 궤도가 생겨났다고 한다

그러자 한쪽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그 웃음을 우주의 파장이라고 했다 

    

쏟아진 웃음들을 주워 모으자 뜻밖에도 동그라미가 되었다고 한다

어디론가 무작정 굴러가야 할 것 같았다고 한다

동그라미는 구르면서 반짝이는 눈빛이 되었다고 한다  

   

목마른 눈빛의 유일한 탈출구가 동그라미였을까

구르다 보면 균열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그래서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에 다리가 필요하다

     

요즘은 그 다리를 와이파이라고 하지만

두 개의 동그라미가 만나면 안경이 된다

안경다리 밑에는 코가 큰 얼굴이 있다

어떤 말을 맡으려는 걸까?

얼굴은 태초의 빛을 기억하고 있다

그 빛을 생각하며 세상에 꽃씨를 뿌리고 있다 

    

꽃씨는 자라서 동그라미를 낳을 것이다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에 

나비의 날갯짓 같은 다리가 생기고

동그라미 속에 새로운 우주가 들어설 것이다

흑요석처럼 까맣게 빛나는, 그것을

누구는 구슬이라고, 누구는 둥근 씨앗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사실 사랑이었다     

이전 01화 숲속의 버진로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