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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숙경 Dec 06. 2023

사랑 아닌 것들 모두 잊었다

사북에서


사북에서

                       -박숙경


눈물조차 깜깜해서
생각 또한 먹먹하고 어둑해서
평범의 순간도 그저 낯선 것이어서
잠시라는 말이 영원이라는 말이 되기도 해서
사북 중앙로, 점이 되지 못한 평행선 그 밤거리에 서면 모조리 다 그런 것이어서
충만한 교회 십자가 불빛은 밤이 자라날수록 충만하게 반짝거리는 것이어서
사방은 언제나 북쪽이었던 것이어서
저당 잡힌 손목이 모여 다시 누군가의 저린 발목을 저당 잡고 마는 곳이어서
숨 쉬는 모든 것들이 복불복이어서
찰나의 침묵이 행인의 처진 어깨 위에 내려앉는 전당포 불빛 앞에선
낙엽마저 본전 생각으로 뜨겁게 뒹굴어
더 뜨거워지는 생의 눈시울이어서

저당 잡힌 땅

탕진이라는 우울한 명사가 둥둥 떠다니는 사북의 밤하늘
하현으로 걷는 달빛의 저, 절룩이는 발걸음

어두운 강물을 거슬러 새벽은 다가서는 것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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