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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숙경 Dec 07. 2023

사랑 아닌 것들 모두 잊었다

자작나무 숲에 들다    

-원대리에서
                            박숙경


상상의 계절을 건너

숨 가쁜 시간을 걸으면

발가락보다 가슴이 더 시렸다


수직으로 선 침묵과 적막 사이엔

오래도록 꿈꾼 겹겹의 영원

날 끝 무뎌진 바람의 손바닥에

사랑은 하얗게 태우는 것이라고 까맣게 적었다


이곳은 바람의 영토

은유는 없었다

오로지 나란한 직유뿐


옹이의 숫자만큼 키가 자라면

그만큼의 자리를 내어주는 허공


그림자마저 창백하게 질려가는

둥근 해거름이 오기 전

나는 떠나야 할 것이므로

드문드문한 오리나무와 물박달나무의

간절한 두 손 모음을 새기며

별이 움트고 달이 돋아나올 시간을 기다릴 것이다


순백의 평화

순백의 위안

순백의 작별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사랑 아닌 것들 모두 잊었다

바람의 심장 소리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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