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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도 Aug 13. 2024

(2) 34살 유방암 병원 찾기

나를 위한 병원 찾기

6/5 건강검진 결과(이상소견)

6/8 집 근처 유방외과 초음파 및 총조직생검

6/17 결과 및 2차 ㄱ병원 초진

7/1 2차 ㄴ병원으로 옮겨서 다시 초진. 수술 결정 후 혈액/소변/MRI 검사 진행

7/3 CT

7/8 ㄴ병원 외래진료 (검사 결과) 및 뼈스캔

7/9-13 입퇴원 (7/10 수술)

7/17 수술 후 첫 외래진료

7/18 타목시펜 시작

8/5 방사선 (16회) 시작



암환자가 된 나는 바로 상담실로 옮겨졌다. 간호선생님께서 연계된 2차/3차 병원 몇 개를 알려주셨다. 다만 현재 의료대란/파업으로 3차 병원, 소위 말해 서울 빅 5 병원으로 가려면 진료든 수술이든 언제 가능할지 기약이 없다고 하셨다.


잠시 멍했다.


근처의 2차 ㄱ병원도 좋은 병원이지만 사람 욕심이라는 게 3차 병원에서 받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해야 하는 내 성격에 기약 없는 기다림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가까운 2차 ㄱ병원으로 결정했고, 혼란스러워하는 우리 앞에서 간호선생님이 2차 ㄱ병원에 전화를 해주셨다.


간호선생님: 네 여기 ㅇㅇ외과인데요, 환자분 연결해 드리려고 전화드렸습니다.

2차 병원: 저희는 일반 환자는 받지 않고 암환자만 진료 봅니다.

간호선생님: 네, 암환자 맞습니다.


꼭 남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내가 암환자라고? 약간의 당황스러움과 황당함, 그리고 어이없는 기분이 들어 웃으며 짝꿍 쪽을 봤는데, 짝꿍의 얼굴이 완전히 하얗게 질려있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간호선생님의 그 말이 너무 충격이었다고.


운 좋게도 오늘 2차 ㄱ병원 교수님의 외래에 빈 시간이 있으니 당장 오라는 이야기에 내 초음파 CD와 조직검사 자료를 들고 택시를 탔다. 추가 자료인 슬라이드는 시간이 좀 걸리니, 일단 병원에 진료 접수부터 한 후에 퀵으로 받기로 했다.



이 시리즈를 쓰며 여러 번 이야기하겠지만, 이토록 나는 운이 좋았다. 매 년 건강 검진을 해주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도, 덕분에 빠르게 진단을 받은 것도 운이 좋았다. 오늘 밤 비행기를 타야 하는 상황에서 오전에 1차 병원에서 진단, 2차 병원에서 초진까지 받을 수 있다는 건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2차 병원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모든 의료진들이 정말이지 바쁘고 지쳐 보였다. 3차 병원 파업으로 인해 2차 병원에 사람이 몰렸고, 2차 병원에서도 군데군데 파업 중이어서 다들 피로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담당 교수님과 30초 남짓의 초진을 마치고 나오는데, 다음 단계인 초음파를 보려면 내년 1월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수술은 그 후 이야기였다.


일단 할 수 있는 예약은 다 해놓고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모든 게 너무 빨리 진행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 병원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도 자신이 없었고, 왠지 병원과 나의 케미(?)도 맞지 않았다. 초음파를 내년 1월에 볼 수 있는 거면, 그다음 검사 (CT, MRI 등)은 언제 가능한지, 대체 수술은 언제 할 수 있는 건지. 의문만 쌓여갔다.


그때, 서울은 아니지만 본가에 있는 지역에 위치한 ㄴ병원이 떠올랐다. 시설도 좋고, 본가도 가깝고, 우리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은 잡아야 하는 거리이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일단 내가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차분히 정리해 봤다.

(1) 좋은 의료진: 유방암 치료는 매우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병원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그 과정은 거의 동일하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의료 테크닉은 매우, 매우! 뛰어나기에, 예를 들어 선진국인 미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가 더 훌륭한 수준이니 (간호선생님 피셜) 어딜 가서 치료를 받더라도 안심이라고 한다.

(2) 내게 맞는 시설

(3) 내 마음이 편안한 곳

(4) 위치: 수술 후 방사선 치료는 보통 3-4주에 걸쳐 매일 받는다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위치도 무시 할 수 없다.


실시간으로 내 소식을 듣고 있던 언니가 랩탑으로 서둘러 이곳저곳 알아보며 가능한 곳에 예약을 해주었다. 신촌의 3차 병원은 어불성설이었고, ㄴ병원에서 가능한 가장 빠른 시일로 예약을 했다. 이게 현재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제 남은 건 오늘 밤 비행기를 타고 2주간 출장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오는 것. 그리고 내일 내 매니저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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