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걱정될 땐, 독서모임에서 답을 찾는다

혼자 끙끙 앓지 않는다

by 와이작가 이윤정

연재 브런치북 『괜찮은 독서모임』발행합니다. F 프리존, 자유롭지만 기록은 남기자

G 걱정될 땐, 독서모임에서 답을 찾는다


마음의 안전지대

일과 관련된 고민은 직장 선후배나 동료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 이야기나 개인사는 쉽게 꺼내기 어렵다. 누워서 침 뱉기 같고, 괜히 이야기했다가 더 복잡해질까 봐 걱정만 쌓이는 경우가 많았다.

배우자는 같은 회사의 선배였다. 덕분에 직장 문제는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동료에게 상처받았을 때, 팀장에게 서운할 때, 일이 부당하다고 느껴질 때, 누구보다 배우자에게 털어놓는 게 마음 편했다. 같은 환경에서 일하니 대충말해도 금세 이해한다. 내 감정도 잘 알아챈다. 과하지 않게 조언도 해주고, 같이 속상해 하기도 했다. 억울한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했다.

하지만 문제는 배우자와 가족의 갈등이 생길때 생겼다. 시댁 이야기를 친정에 하기도, 친정 이야기를 시댁에 하기도 곤란했다. 남편이 그 중심에 있으니 남편에게 직접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직장 동료에게 털어놓고 싶어도, 그 이야기가 남편에게 전해질까 걱정돼 혼자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다.


당황스러운 순간

아빠가 서울로 이사 올 준비를 하고 계셨다. 우리 집 근처로 모실까, 언니 집 근처가 나을까 고민하던 시기였다. 신입 사원 시절 자취하던 동네를 떠올리며 우리 집 근처가 좋겠다고 혼자 판단했다. 부동산 돌아다니며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발견했다. 다락과 테라스가 있는 새 집이었다. 지하 창고는 내 작업 공간으로도 쓸 수 있겠다고 상상하며 설렜다.

그런데 남편은 마음이 불편해 보였다. 그 날 갑자기 “아버님 올라오시면, 난 부모님 댁에 내려가 있을게.”라는 말을 했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남편 성격을 알기에 내려가더라도 며칠 만에 다시 올라올거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예기치 못했던 상황을 일단 피하려고, 읽었던 책을 떠올렸다. 이런 상황에는 대꾸하기보다는 상황을 피해야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소리내어 웃어 넘겼다. 조용히 밥을 마저 먹었다. 집에 온 뒤로 그 상황이 진짜 벌어질까봐 걱정됐다. 언니들과도 상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처음 꺼낸 이야기

그렇게 꾹꾹 눌러 담았던 이야기를 '골든티켓 독서모임'에서 처음 꺼내기로 했다. 말을 하다 보니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하나하나 이야기를 꺼내면서 내 감정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왜 남편이 그랬는지 이해가 되었다. 장남으로서 시골 부모님을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울 장인어른을 챙기는 입장이 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나의 기대와 욕심을 내려놓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결국 아빠 집은 언니 집 근처로 알아봐 드렸다.

벌써 2년 전 일이다. 아빠는 언니집 근처에서 자주 왕래하면서 잘 지내고 계신다. 오히려 우리 집 근처에 계셨더라면 더 불편하셨을 것 같다. 며칠 전, 남편에게 그날 있었던 대화에 대해 슬며시 꺼내보았다. 남편에게 그날 기억나냐고 물었다. 남편은 전혀 기억을 못했다.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가, 독서모임 덕분에 정신차리고 헤쳐 나올 수 있었다.


혼자 앓지 않게 된 일상

걱정되고 우울한 상황이 생기면, 이젠 독서모임에서 답을 찾는다. 혼자 끙끙 앓지 않는다. 독서모임에 참여해 말을 꺼내면, 마음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었다. 책을 매개로 만나는 사람들이기에, 그 밖에 나와 연결된 고리가 없다. 덕분에 의외로 편하게 내 이야기를 하는 용기가 생긴다.

7년째 함께하는 독서모임에서는 가족 다음으로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독서모임에서는 내가 꼭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괜찮을 때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회복되는 시간도 있었다. 나만 겪는 상황이 아니었다. 정기적인 모임에 참여한다면, 일상을 회복하는 리듬이 만들어진다.


독서모임에서 걱정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답을 찾는 법을 제안한다.

첫째, 책 속 상황과 내 상황을 연결하며 말한다.

책 속 인물의 고민과 상황을 먼저 언급하고,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로 연결하는 방법이다. "이 책 주인공이 가족 갈등 겪는 부분이 공감되었는데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거든요..."라고 시작하면 부담없이 개인사를 꺼낼 수 있다. 책이 완충재역할을 해 준다.

둘째,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질문으로 시작한다.

구체적인 조언을 구하기보다, 가상의 상황을 제시하며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들을 수 있다. "만약 배우자와 의견이 다를 때는 다들 어떻게 푸시나요?" 처럼 열린 질문으로 시작해도 된다. 자연스럽게 여러 의견을 듣다보면, 그 중에서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셋째, 정기적인 참석으로 신뢰 관계를 쌓는다.

한두 번 참석해서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다. 최소 3~6개월 이상 참여하면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래야 "아, 이 사람이 이런 상황이구나."를 이해할 수 있는 맥락이 형성된다. 서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도 그렇게 만들어진다.

덧붙이자면, 남들이 이야기할 때도 적극적으로 들어주자. 공감하고 경청하는 모습들이 쌓여갈 때, 내가 이야기해야하는 상황에도 같은 반응이 나오게 된다.


안전한 공간

독서모임에서 털어놓아도 되는 이유는 이렇다. 책이라는 '공통의 언어'가 있어 부담이 적다. 같은 책을 함께 읽은 시간이 쌓이다 보면, 가치관도 비슷해진다. 감정 공유도 책 속 이야기처럼 흘러가기 때문에, 직접적인 충돌 없이 부드럽게 털어놓을 수 있다.

독서모임은 평가보다 '공감'에 익숙한 사람들이 모인다. 서로를 판단하거나 조언하려는 곳이 아니다.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존중하며 듣는 연습이 되어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이기에, 조용하지만 위로를 받는다. 익명성, 관계의 적정한 거리감이 오히려 안전하게 느껴진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는 너무 가깝기 때문에 말하기 어려운 일이 많다. 오히려 독서모임의 '적당한 거리'가 감정 표현을 객관화시켜준다. "이런 일이 있었어요."라고 말했을 때, 누구도 나를 고정관념 없이 판단하는 공간이 바로 독서모임이었다.

혼자였다면 오래 끙끙 앓았을지도 모른다. 독서모임에서 말할 수 있었기에 내 감정도, 남편의 입장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말의 힘, 그리고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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