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히 자고 있는 나탈리와 구름이.
간밤에 불놀이가 재밌었나보다.
노래를 부르는 나탈리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진짜였는지,, 꿈이었는지는.. 잘 모르게따..)
[07:00 am]
침대에서 내려와 어제 포장해 온 감튀박스를 열고, 말라붙은 케챱에 식어빠진 감튀 하나를 부비적대고는 입 속으로 감추는데, 쳐다보고 있는 누군가..
(분명 자고 있었다... 분명..)
저 눈빛은..
혼자 먹지 말고, 자기도 달라는 뜻일까?
아니면 그만 먹고, 밖으로 나가자는 뜻일까?
정확히 알 순 없었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닼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저 해맑은 눈을 보고 어찌 가만 있으리..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맑고 신선한 공기가 폐의 깊숙한 곳까지 느껴졌다.
하늘엔 해가 쨍쨍하게 떠있고, 그 사이를 유영하듯 둥둥둥 떠다니는 구름, 그리고 그 사이 저멀리 둥둥둥 떠나가버리는 구름이..
(E.... C.. ㅇㅑ!!!)
불러도 대답없는 그녀는 코를 쉴 틈없이 킁킁대며 덩스팟을 찾는 중이다.
“너 지금 몇바퀴짼줄 알아? 10초 준다! 안하면 그냥 들어갈꺼야!! 너 맘대로해! 아빤 분명 말해따!!”
“10!!”
“9!!!”
“8!!!!!!“
“7!!!!!!!!!!”
자세를 잡는 구름이, 말귀를 다 알아듣는다..
(이래서 평소에도 말을 조심해야한다..)
“올치~!!”
운전석 컵홀더에 손을 넣어 체크인 때 받은 코인 두 개를 꺼냈다. 샤워장에서 코인 하나를 넣으면 6분간 샤워가 가능한 캠핑장 전용 코인이다.
“나탈리! 나 씻고 올께!!”
“응! 다녀와요!”
프라이빗한 1인용 공간, 지은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 깨끗함. 따뜻한 물도 잘 나왔고, 수압도 좋았다. 수건과 샴푸, 바디워시 등 자기 물건만 준비하면 끝!!
나탈리는 공용사워장을 이용하지 않지만, 이 정도면 추천해주고 싶었다.
“나탈리! 여기 샤워장 진짜 좋아! 1인용이고!”
“그래? 깨끗해?”
“완전!! 어제 지었나봄!”
“오~~ 조아조아!!”
나탈리가 샤워장으로 가고, 차 내부 정리와 이동 준비를 하는 동안, 발꼬락도 까딱 안하고 캠핑테이블에 앉아 일광욕 중이신 어떤 분.. 샤워를 마치고 샤방하게 걸어오는 나탈리를 보더니 기다렸다는 듯 일어난다.
옴마바라기와 구름바라기의 만남..
(누가보면 10년만에 만난줄...)
오늘의 목적지는 페이지(Page) 다!!
자이언 캐년(Zion Canyon) – 페이지(Page)
120 miles (193km) / 예상소요시간 : 3시간 10분
[11:16 am]
이틀은 잡았어야 했는데... 아쉽다.
국립공원을 빠져 나가는 길 옆으로 이어지는 협곡과 거대한 암석들은 오랜 세월이 그린 유화 작품 같았다.
“오빠! 저기 포토스팟!!”
‘포토스팟’이라고 적힌 표지판 앞에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어디서 어떤 각도로 봐도 이곳은 예술이다. 괜히 포토스팟이 아닌 듯..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뽀시락거리자 귀를 팔랑거리며 달려오는 구름이. 오라고 몇번을 불러야만 그제서야 어슬렁대며 오기 때문에 이게 제일 빠른 방법이다.
(부르는 것도 입아프닼ㅋㅋㅋㅋㅋㅋ)
(역시나 사진으로는 압도적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12:10 pm]
오더빌(Orderville)에 위치한 서브웨이.
캠프에서 이곳까지 거리는 25마일(40km)이지만, 경치 구경을 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샌드위치 포장을 뜯는데, 관광버스와 승합차들이 들어서며 주차장은 금새 북적였고, 처음 왔을때만 해도 이런데서 장사가 될까 싶었는데, 왠걸!!
9번과 89번 도로가 만나는 이곳이 시간과 거리상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인 것이다.
“오빠! 저 애기 좀 봐!”
나탈리가 아기를 안고 걸어오는 한 외국인 부부를 가리켰다.
“어떻게 애기가 저렇게 인형같냐!!”
“진짜 너무 기엽따!!”
“나탈리 닮은 딸을 낳아도 진짜 예쁘겠지..”
나탈리는 대꾸가 없다.
구름이를 키우다보니,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건 정말 큰 책임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 아이는 오죽하리.. )
우리가 아이 얘기를 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그리고 나탈리가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책임과 희생 그리고 감당하기 벅찬 현실이 출산에 대한 생각의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나탈리 마음이 무거울수록, 내 마음도 무겁다. 그래서 우린 아이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핸드폰을 보여주며 말하는 나탈리.
“이거바! 오빠! 구름이 애기 때!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렸어. 구름이가 애기 때로 딱 하루만 돌아갔으면 좋겠어..”
(기여운 구름이...)
“부모님도 시간이 진짜 금방 가셨을꺼야.. 그치? 우리도 이럴 때가 있었잖아. 엄마아빠 품에 안길 만큼 작았을 때....”
사진을 한번 보고, 구름이를 봤다.
“언제 이렇게 컸냐...”
“우리 애기 때도 엄마아빠 눈엔 엄청 기여웠을꺼야.”
“오빤 애기 때, 못생겼던데!?”
“아놔 지금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엄마아빠 눈엔 기여웠을꺼라곸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마자! 오빠는 사랑을 마니 받고 자랐으니까 인정!!”
“우리도 시간이 후딱 가버릴텐데.. 어느날, 구름이가 결혼할 남친 데려와서 '허락해주세요!' 그러겠지?”
“먼 소리야?! 구름이는 평생 내 애기야!!”
(구름아! 엄마랑 아빠랑 40년만 같이 살자...!!)
(★ 우리의 현위치 / 1. 자이언캐년 / 2. 브라이스캐년 / 3. 홀스슈밴드)
이곳에서 89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약 60마일(97km)을 올라가면, 브라이스 캐년(Bryce Canyon)을 만날 수 있다. 캠핑카 기준으로 도로를 달리면 약 1시간반 정도 거리다.
홀스슈밴드(Horseshoe Bend)는 이곳에서 89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160마일(258km), 총 3시간 정도를 가야한다. 브라이스 캐년과는 정반대 방향인 것이다.
한국에서 동선을 짤 때, 브라이스 캐년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시간과 거리상 맞지 않아 포기했다.
오늘은 유타주에서 애리조나주로 넘어간다. 사막을 달리다보면 드문드문 집이 보였고, 그럴때마다 이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안외로울까? 주변에 이웃도 없고, 인근에 정말 아무것도 없는데..”
“누가 없다고 꼭 외롭고, 있다고 안외롭겠어?!”
(캬하~~~~~~ 명언이다! 나탈리!!)
나탈리 말이 맞다.
누가 없다고 꼭 외로운건 아닐테고,
누가 있어서 또 안외로운건 아닐테니까!
(듣고 보니 묘하네.. 나 들으라고 한말인..ㄱ..??)
어느새, 애리조나주 경계에 도착했다. 우리는 유타주를 빠져나가는 길이지만, 맞은편에서 오는 차들은 애리조나주를 빠져나가는 중이다.
애리조나주와 유타주 경계에는 약 300미터가량 거리를 두고, 길 옆으로 [Welcome to ARIZONA]와 [Welcome to UTAH]의 사인이 자리하고 있다.
12년전 왔던 곳을 다시 오게 되다니... 당시엔 반대로 가던 길이라, 유타주 사인에서 사진을 찍었었다.
인생은 어디로 흐를지, 앞으로 무슨 일이 펼쳐질지 전혀 알 수가 없다. 12년후엔 또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나탈리! 우리 12년후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잘 살고 있겠지!”
“그래! 여기저기 많이 다니자. 추억도 많이 만들고!”
“오예~~ 아빠가 마니마니 다니잖다. 구름아~”
(기승전 구름...)
우리의 사랑은 구름을 타고 흐른다.
나탈리는 구름이를 보고 좋아하고, 나는 나탈리를 보고 좋아하면, 구름이는 나를 보고 좋아해야 할텐데..
(그래야 선순환 삼각구도 아니야..??)
(사랑은 구름을 타고 흐르는거 맞지..?)
(저.. 요물......)
[02:30 pm]
유타주와 애리조나주의 시차 덕분에, 우린 1시간을 선물 받았다.
(우리가 출발했던 유타주의 현재시간은 03:30 pm)
홀스슈밴드 메인까지는 1.6마일(2.5km)정도를 걸어야 하는데, 땡볕을 피할 공간이 없다는게 최악이다.
(구름이를 데리고 저길 잘 다녀올 수 있을까??)
도저히 구름이를 가방에 넣어, 메고 갈 자신이 없어 땅에 슬쩍 내려놓자, 나탈리가 나를 한번 보더니 먼가를 귀신같이 눈치챘다.
“구름아! 아빠 힘드니까, 걸어가자!”
(사랑한다 나탈리!!)
양산이라도 있으면 좋았을텐데, 그딴게 있을리가 없고, 설령 있다해도 썼으면 그게 더 이상할 법도 했다.
패딩까지 껴입은 구름이는 더운 날씨에 잘도 걸어간다.
지나는 사람들마다 오마이갓, 판타스틱, 고져스 등의 감탄사를 연발한다. 구름이는 사람들이 자길 예뻐해주는걸 안다.
(근데,, 영어는 어떻게 알아들을까?)
갑자기 2번 한덩이를 시원하게 뽑는 구름이. 그 모습마저 쏘큐트란다.
“나탈리! 우리 구름이 데리고 너튜브나 해볼까?”
“아이고.. 아서요. 아자씨!!”
“왜? 보는 사람마다 다 좋아하는데!”
“그거 하는 사람들은 다 그런 능력이 있어서 그러는거지. 찍고 편집하고 음악깔고 그런거 다 할 수 있어?”
기분이 별로다. 나도 그냥 아무대나 싸면 누가 치워줬으면 조케따..
(더위를 먹은건가..?)
'Horse Shoe' 말 신발 (말발굽)
사전을 검색해보니 '편자'라고 나와있다.
“편자란 말은 또 첨 들어보네. 피자, 맹자, 공자는 들어봤어도..”
“아.. 이 오빠, 썩드 진짜...”
구름이가 지쳤는지 걸음을 멈췄다. 혀는 땅바닥에 닿을 듯, 숨을 헬딱이며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반바지 입은 나도 쪄죽겠는데, 패딩 입은 너는 오죽하겠냐..”
그 순간, 나탈리가 구름이를 안았다.
구름이를 데리고 홀스슈밴드 메인까지 잘 다녀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정말 할 필요가 없었다.
(연예인 걱정, 구름이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바로 그 때!!
홀스슈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오빠! 진짜 말발굽 같이 생겼다!”
“이런걸 편자라고 하지!”
“..........................”
모녀는 말없이 앞만 봤고, 나는 둘의 뒤통수만 봤다.
붉은 사암 절벽과 에메랄드빛 강물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고, 완벽한 말굽 모양으로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수직으로 꺾인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쾌감과 공포감이 공존하며 벅찬 두근거림을 만들어냈다.
“오빠! 구름이 심장 뛰는거봐!!”
“그래?”
손을 뻗었다.
“아!! 내 심장 말고!! 구름이 심장!!!!”
이곳을 흐르는 강은 콜로라도강이다. 콜로라도주 그란비호(Lake Granby)에서 출발한 강물은 말발굽 오른편으로 흘러들어와 왼편으로 빠져나가 유타주와 애리조나주 그리고 네바다주 – 캘리포니아주를 거쳐 멕시코로 넘어가 바다를 만난다. 그 여정이 무려 2,330km쯤 된다는데, 홀스슈밴드는 그란비호로부터 3분의 1지점쯤 되는 듯 했다.
굽이굽이 돌고 돌아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급하게 몰아치며,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따라 바다로 나아가는 모습이 마치 인생과 같아 보였다.
삶의 여정이 힘들고, 지치고, 두렵고,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더라도 물처럼 흐르는 내 삶도 끝까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결국 바다와 만나게 되지 않을까?
“헤엙헤엑...”
이곳은 그늘 자체가 아예 없다.
구름이의 거친 숨소리에 나탈리가 반응했다.
“오빠! 이제 가자!”
돌아가는 길이 살짝 오르막이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몰랐는데, 오는 길이 내리막이었던 것이다.
구름이가 얼마 가지 않아 걸음을 또 멈췄다.
“힘들만 하지.. 이 땡볕에..”
나탈리가 다시 안아주었다. 구름이는 아는거다. 옴마가 다 해줄꺼라는 것을...
(구름이는 나탈리 머리 꼭대기 위에 앉아 있다!)
“내가 구름이를 안을 테니까, 나탈리가 나를 안아죠. 어때?”
뒤돌아 보지 않는다.
(ㄴㅏ는 나탈리 뒤꿈치 끝에 겨우 매달려 있다... )
검색해 찾아놨던, <Bird house>
(오늘 아주 말발굽에.. 새집에... 머..)
식당을 둘러싼 형태의 주차 구조였으나 캠핑카를 주차하기엔 다른 차량의 진입을 막을 정도로 길이 좁았다. 입구와 출구는 드라이브스루처럼 일방통행이었고, 차를 몰고 입구에 들어서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나는 어쩔수 없이 한바퀴를 그대로 돌아야 한다. 지붕 처마는 이미 차들이 긁고 부순 흔적들로 역력했고, 얼마나 자주 박았으면 식당은 수리할 생각이 아예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거 긁으면 닭이고 나부랭이고.. 끝난다..)
나는 지렁이처럼 움직였다. 나탈리와 구름이도 지금의 심각성은 느껴지는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운전면허 코스시험 이후로 이렇게 조심했던 적이 있었던가... 깨지고 터진 코너를 무사히 돌고난 후, 나는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오빠! 머 먹고 싶은거 있어?”
“응! 양념반 후라이드반”
“…………”
대꾸없이 들어가는 나탈리...
[05:30 pm]
역시 모든 일은 처음이 어려운 법. 캠핑카 정박은 이제 프로가 되었다.
(내일부턴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듯ㅋㅋㅋㅋㅋㅋ)
먹구름이 서서히 하늘을 덮기 시작했지만, 당장 비가 내릴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우린 야외 테이블에 앉아 닭 포장지를 열었다.
“헐~!!! 머여! 타조여?”
“크긴 큰데 그 정도는 아니다 진짴ㅋㅋㅋㅋ”
“이 정도면 타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동안 너무 한국산 닭강정만 상대했나..?? 다리를 하나 집어들고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제길슨...
(감기고 머고 어떻게 맥주를 안마시냐..)
따지 않은 사이다는 강판되고, 덕아웃에 앉아 있던 맥주가 등판했다.
“크흐~~ 타맥 죽이는구만!!”
“ㅋㅋㅋㅋㅋ 타맥이 머야 타맥잌ㅋㅋㅋㅋㅋ”
천국이 따로 없다. 크흐~~~
“하늘에 떠있는 구름이 꼭 너 같다. 구름아!”
대꾸없이 눈을 감아버리는 구름이. 아빠 말씀하시는데 대꾸가 없는 건...
(엄마를.. 닮은.. 것 같다....)
“넌 아까 저녁 먹었잖아!? 잘꺼면 방에 들어가서 자!”
“ㅋㅋㅋㅋㅋㅋ아놔.. 방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생각나네.. 어떻게 그걸 속냨ㅋㅋㅋㅋ나도 참 나닼ㅋㅋㅋ“
“왜? 왜??”
{6개월 전}
2차로 자리를 옮겨 나는 새뮤얼아담스를, 나탈리는 블루문을 시켰다.
“뭐?? 캠핑카???”
“응!”
“캠핑카 히터 건조해서 시러!”
“온돌이야. 온돌. 보일러! 귀뚜라미!!”
“진짜?”
“아! 이 아가씨가 속고만 살았나. 일단 한잔 마셔!!”
“그래도 캠핑카 불편해!”
“아! 나탈리가 생각하는 그런 쪼꼬만 붕붕이가 아니라고! 엄~~ 청 큰 캠핑카야. 방도 따로 있고!!”
“방이 따로 있다고?”
“아!! 그래!!”
“귀뚜라미라고 했을 때, 눈치챘었어야 했는데...”
“나탈리... 나.. ㅅㅑ워하고 올ㄲㅔ.....”
“오빤 오늘 다른 방에서 자!!”
'큼큼.......'
[08:10 pm]
샤워장에서 피로를 풀고 노곤해진 몸으로 밖을 나왔을 때, 날은 이미 저물어 있었다. 공기는 서늘하게 가라 앉았고, 푸르스름한 밤하늘은 별 하나 내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빗질에 진심이던 나탈리.
나는 냉장고에서 맥주 한병을 꺼냈다.
“기다려! 나 빗질 끝나고 같이 마셔!”
“이제 그만하시고 가셔도 되요 옴마...”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우리. 구름이는 빗질을 마친 후 간식 삼매경에 눈이 돌아갔다.
(누가 굶겻냐....??)
아까 찾은 먹구름이 드디어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빗줄기와 소리가 왠지 운치있고 좋았다.
“생각해보면 나 참 순진했어. 오빠! 그치?”
“그치! 순수하고, 순진하고,, 그랬지!”
“오빤 날 눈 돌릴 틈도 안줬던거 같아. 거의 매일 만났자나!”
그렇다.
우리는 연애 초반 머가 그렇게 좋았는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만났다.
“그땐 매일매일 재밌었으니까! 나탈린 안 좋았어?”
“좋았지!”
추억을 안주 삼아 마시는 맥주 맛은 꿀떡꿀떡 잘도 넘어간다. 갈증을 없애 듯, 몇 모금을 꼴딱꼴딱 마시고 병을 내려놓는 나탈리.
“하아.... 딱 두놈만 더 만나봤었어야 했는데...”
(풉~~!!!!)
“아놔! ㅋㅋㅋㅋ뭘 또 두놈씩이낰ㅋㅋㅋㅋㅋㅋㅋ”
날 한번 보던 나탈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한다.
“아깝다 내 20대..”
“아까워해봐야 멀 어쩌것어?!ㅋㅋㅋㅋㅋㅋ”
“그냥 아깝다고... 그때가 젤 예뻤을 땐데..”
“다 운명인거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략이었던거 같애.. 다른데 한눈 못팔게!”
“ㅋㅋㅋㅋㅋㅋ아 배얔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오빠가 잘해줬으니까..”
“이제 아는구만.. 그러니까 다음 생엔 나한테 잘해!!”
“전생에 내가 잘해서 오빠가 지금 잘하는거야!!”
(ㅇ ㅏ............. 그러케 기픈 뜨ㅅㅣ..........)
우린 옛날 얘기를 하며 시간이 가는 줄 몰랐는데, 구름이는 피곤한지 계속 눈이 감긴다.
(그럼 그냥 가서 자든가.. 왜 저러고 잇대..!?)
내일을 위해 우리도 자야했지만, 나는 자고 싶지 않았다.
차를 때리는 빗소리가 참 듣기 좋다.
“오늘 비 때문에 싸늘할텐데, 히터 좀 틀까?”
“보일러 틀어!!”
“어..ㅇㅓ..... ”
(나는 두툼한 옷을 껴입고 침대에 누웠다....)
밖에선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뀌맅뀌맅.. 뀌맅뀌맅..... 뀌맅뀌맅..’
- 내돈내산
<Bird House>
707 N Navajo Dr, Page, AZ86040
아! 이 집은 정말 최고다!!!
홀스슈밴드나 엔틸로프캐년 관광 예정이라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다시 가서 먹어보고 싶은데, 갈 길이 막막하다.
(니가 운전하면 간다!! 원헌드레드퍼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