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여왕

통영 갈치낚시

by 정인

날씨는 아직 덥다. 그러나 하늘에 피어난 뭉게구름은 어느새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소리 없이 알려준다.


오늘 목적지는 통영. 8월 17일 일요일 오후 네시, '챔피언 피싱'이라는 배에 예약 갈치 낚시에 나선다. 여행 삼아, 힐링 삼아 떠나는 길이다. 배가 데려다주는 곳, 저녁 바다를 물들이는 집어등이 황금빛으로 바다를 수놓을 그곳이 오늘의 포인트다. 차는 말없이 달리고 나는 뭉게구름을 뚫으며 함양 59km 이정표를 지나간다. 몇 개의 이정표를 뒤로 남기며, 오직 목적지 이정표를 그리며 간다.


덕유산 휴게소 잠시 들렀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나 역시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로컬 푸드 매대에 제철 과일이 있을까 기대했지만, 사과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대신 황도 복숭아와 씨 없는 포도가 눈에 들러왔다. 낚시에는 체력 소모가 크다. 달콤한 복숭아와 포도가 입 안 가득 퍼지며 몸을 달래준다. 지나가는 마을 풍경을 눈애 담으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길을 이어가고 있다.


드디어 통영에 닿았다. 챔피언 피싱 앞에 서니 차를 세울 그늘조차 보이지 않는다. 고스란히 햇빛을 맞은 채 명부를 작성하고, 차 안에 들어가 에어컨을 켜고는 잠시 몸을 눕혔다. 참으로 뜨거운 날이다.



출항배


출항 시간. 아이스박스를 배에 싣고 얼음을 채운다. 잡은 갈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 배는 다른 배와 달리 시설이 참 잘 갖추어져 있다. 화장실에는 비대 설치가 되어 있었고, 양치할 수 있도록 세면도구까지 마련되어 있다. 조사님들의 편의를 세심하게 배려한 배였다.


자리 배정은 추첨으로 이루어진다. 내 번호는 6번과 7번. 만족스러운 자리다. 다단채비는 줄이 서로 엉키기 쉬운데, 선수나 뒤쪽 자리가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부러운 듯 다른 조사님의 눈빛이 스쳐간다.


배는 두 시간 이상 바다를 향해 달렸다. 오늘 날씨도 좋고, 물살도 없다. 과연 얼마나 잡힐까.

선실 안은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다. 모두 남자 조사님들 뿐인 가운데, 나는 남편 곁에 바짝 붙어 잠시 눈을 붙였다. 시간이 훌쩍 지나 두 시간이 넘었다.


"채비 준비하시고 수심층 맞추세요"

배에서 울려 퍼지는 선장님 안내에 낚시는 시작되었다. 전동릴, 합사줄 8호, 기둥줄 8단, 갈치바늘 2호, 봉돌 900g. 수심 깊이 67미터. 채비를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 저녁부터 입질이 왔다. 초릿대 끝이 움찔거렸다. 수면 위로낚싯줄을 당기니 은빛 갈치가 보였다. 내 낚싯대도 빛나는 갈치가 매달려 올라왔다. 파닥파닥, 살겠다고 몸부림친다.


하지만 한동안 갈치낚시를 쉬다 다시 하려니 힘이 든다. 봉돌을 던 지는일, 긴 낚싯대 올리는 것도 나한테는 버겁다. 그래도 잡아야 한다.


그때, 뒤쪽으로는 댕기머리를 한 조사님이 말을 걸어왔다. “아줌마.”순간 거북스러웠다. 요즘 누가 저렇게 부르던가. 그러나 곧 고개를 돌려 보니, 겉보습과 달리 그는 친절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고향도 같았다.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내 습관이 부끄러워졌다.


갈치 물회



낚싯줄은 자꾸 엉켰다. 남편의 줄과 옆 조사님의 줄이 얽혀 한참을 씨름했다. 다단채비 낚시에서 줄이 걸리면 누구나 스트레스받는다. 갈치가 잘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던 중 야식 시간이 되었다. 사무장님이 각자 갈치 한 마리씩을 거두어 가더니, 즉석에서 회를 떠 물회를 내주었다. 처음 맛보는 갈치 물회. 신선하고 달콤했다. 바다의 맛이 그대로 입안을 퍼졌다.


야식 후 다시 낚시는 이어졌다. 그러나 갈치는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남편은 내 낚싯줄마저 걸어 스트레스는 더했다. 댕기머리 조사님이 와서 풀어준다며 낚싯대를 잡으려 했지만, 줄이 너무 팽팽해 결국 내 낚싯대 초릿대가 부러지고 말았다.


“우와, 낚시 끝났구나.” 물끄러미 바다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다행히 여분의 초릿대가 있어 교체할 수 있었다.


그 뒤로도 선장님은 몇 번의 포인트를 옮겼다. 그러나 갈치는 나오지 않았다. 늦게까지 하려 했지만, 조사님들이 하나둘씩 낚싯대를 거두었다. 나도 그만 거두었다. 오늘 잡은 갈치는 40마리 남짓 잡은 것 같다.



갈치 인증사진


날이 밝아온다. 아무 일 없듯이 다시 뱃머리는 돌려, 육지로 향하고 있었다.


무거운 봉돌, 긴 낚싯대는 내게 참으로 버거웠다. 오늘 갈치낚시는 힘든 여정이었다.

신선도를 위해 우리는 항구에 닿자마자 곧장 집으로 향했다. 휴게소마다 들러 쉬엄쉬엄 오르며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머리는 바닷물에 젖어 딱 달라붙고, 옷은 비린내로 내 코끝을 자극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바다 내음과 생선의 냄새는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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