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여왕

주쭈미 낚시

by 정인




인천 남항으로 주꾸미 낚시를 떠났다. 연안부두 쪽이라 그런지 새벽인데도 거리는 한산하지 않았다. 화물트럭들이 분주히 드나들며 부두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남항 유어선 부두 주차장에 들어가려 도로 옆에 차를 세웠다. 다행히 세 번째 순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오전 다섯 시 반이 되어야 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다기에 일찍 서두른 보람이 있었다. 우리가 탈 배는 정원 61명 규모였는데, 평일이라 승선 인원은 절반 정도인 34명에 그쳤다. 주말이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찬다고 한다.

 주꾸미 낚시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출항은 오전 여섯 시. 기다리는 동안 도로 옆 매점에서는 라면, 어묵, 김밥 같은 간단한 음식을 팔았다. 한 조사(釣士)는 뜨거운 어묵을 호호 불며 서둘러 먹고 있었다. 새벽 일찍 집을 나서니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 시간부터 열정을 다해 취미를 즐기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최근에는 여가 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인구가 부쩍 늘었다. 2024년 기준으로 등산 인구는 1,800만 명, 낚시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취미 또한 다양해진 덕분이다.

 오늘 우리가 승선할 배는 ‘소양호’였다. 마치 여객선을 연상케 할 만큼 크고, 실내도 넓었다. 우리는 오전만 낚시하기로 했다. 낚시 동호회 밴드에는 주꾸미가 잘 잡힌다는 인증 사진이 많이 올라와 있었지만, 나는 모두를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어떤 이들은 망태기 가득, 삼백 마리에서 오백 마리까지 잡았다며 자랑하지만, 실제 조황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배가 포인트를 향해 출발했다. 조사들은 각자 장비를 챙기며 낚시에 나설 채비를 했다. 부부 단위로 온 팀도 있었고, 단체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자리는 선착순이어서 먼저 낚싯대를 꽂는 이가 우선권을 가졌다. 우리는 선수 1번과 2번 자리를 맡았다. 큰 배라 그런지 흔들림도 적었고, 무엇보다 남녀 화장실이 구분되어 있어 안심이 되었다. 낚시할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곧 선장의 신호가 울렸다. “낚시 시작하세요.” 오늘은 오물(五物), 즉 다섯 물이라 물살이 적당히 흐르고 있었다. 봉돌 14호에 에기를 매달아 바다로 내렸다. 이내 초릿대가 살짝 떨리며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각―첫 주꾸미가 올라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방생 크기였다. 이후에도 큰 개체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배는 계속 자리를 옮겼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 사이 옆자리에서는 작은 다툼이 벌어졌다. 초보 낚시꾼이 던진 줄이 옆 사람의 채비에 여러 차례 걸리면서 언성이 높아진 것이다. “던질 때 조심 좀 하라”는 말이 곧 설전으로 번졌고, 부부 팀과 다른 조사 사이에는 욕설까지 오갔다. 단순히 ‘네’ 한마디면 끝날 일이었지만, 누구도 양보하지 않았다. 연세 지긋한 분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는 모습을 보며, ‘역시 갈등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구나. 사람이 이성을 잃으면 참 무서울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다행히 사무장과 선장의 부인이 나서 말리자 다툼은 가까스로 진정되었다.

 낚시 역시 배려와 존중이 있어야 한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서로 조금만 양보한다면 불편한 일은 피할 수 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오전 열 시 십오 분, 낚시는 마무리되었다. 잡은 주꾸미를 그물망에서 꺼내 비닐에 옮겨 담아 보니, 주꾸미 열여섯 마리와 갑오징어 한 마리. 남편은 주꾸미 스무 마리에 갑오징어 한 마리, 꽃게 한 마리였다. 따가운 햇볕이 등을 달궜지만 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가족이 함께 한 끼 먹을 만큼은 충분히 잡았으니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부두에 도착한 뒤, 인천 남항을 뒤로하고 차는 딸의 집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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