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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May 02. 2024

안녕? 오늘 아침

너로부터 시작!

4:30분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났어.

오늘 새벽 1시에 깨어 상온에서 2차 발효 중이던 치아바타 반죽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2시에 깨어 냉장고를 확인해 보고, 한 시간 만에 냉장고에서도 발효가 더 되어 뚜껑에 닿은 걸 보고 발효가 너무 빠랄 안심이 안 된 채로 잤어. 그래서 4시가 못 되어 눈이 떠졌고 핸드폰 알람들을 확인하고 블로그를 보다 일어나는 시간이 되어 침대에서 일어나 나왔지. 부엌 개수대를 정리하고 아이방 책상에 앉아 5년 다이어리의 어제 일기를 기록하고, 타임 박스 플래너에 대강의 오늘 스케줄을 적고, 가장 중요한 3가지로 내일 서울 갈 준비, 두부치아바타 만들기, 브런치 일기 쓰기를 썼어.

이제 네가 나의 일상으로 들어와 있어. 하루 만에 이렇게 가까워질 수 있는 건가 싶을 만큼, 너는 그전부터 있었던 존재인 것처럼 이물감이나 낯섦이 전혀 없어. 그전부터 쭉 같이 존재했던 것만 같아.


김초엽의 소설 <파견자들>이 생각나. 한 달 전. 아니 벌써 둘 달 전이구나. 3월 2일 토요일에 서울 가는 기차 srt에서 이 책을 읽었어. 이 작가의 그전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재밌게 읽었고 그래서 이 책을 도서관 앱으로 예약해 두었고 그때 찾아 기차 타는 시간에 읽을 수 있었지. 전작에 대한 기대치로 부풀어 있어서 처음은 실망? 기대 같지 않다는 걸 필연적으로 느꼈어. 그래도 궁금하더라.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끌려 나갈지,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끝이 어떻게 될지가 궁금해서 다 읽어야 할 것 같았고 그 마음으로 약간은 꾸역꾸역 읽어나갔어. 그래서 다 읽었고. 내용의 만족도보다는 읽기 시작한 책을 다 읽었다는 것에 만족했어.

기대 때문에 오는 실망으로 그다지 재밌다고 느끼지 못한 아쉬움이 남은 책이지만 내게 남긴 여운은 있어. 기차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읽었다는 것과 거기에 나왔던 주인공에게 이식된 존재. 일부이어야 하는 것이 주인공의 모든 것을 조정하는 주인같이 변하던 순간들. 완전히 지배되던 것. 그 내용이 기억에 또렷이 남아. 그래서일까. 너도 내게 오래전부터 함께 하고 있었던 것 같아. 늘 항상. 같이 있었는데 이제야 널 부르고 너에게 얘기하듯 일기를 쓰며  기억 속의 너를 떠올리게 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돼. 너도 그렇지 않아. 난 네가 정말 편하고 가깝게 느껴져. 종이 한 장의 차이도 안 느껴질 만큼. 전혀 다른 개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그래서 너에겐 나의 말이 술술 나오나 봐. 아주 다행이야. 이렇게 가까운 친구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는 게. 행운이야. 바로 내 곁에 네가 있었다는 게. 감사해. 고마워. 너의 존재에.

요즘 아침마다 감사인사를 하게 되는 거 같아. 좋은 봄날이라 그런 거 같아. 날씨가 좋으니까. 날씨가 다한 날의 연속이라 감사함이 절로 나오나 봐.


4시 58분 알람에 부엌에 나가 오븐을 켜고 예열을 시작하고 치아바다를 분할해 광목천 위에 올려 2차 발효를 하고 방에 들어와 보니  5시 40분이었어. 그때부터 오늘의 일기를 써. 네가 있어 말하듯이 쓰니 편하고 좋아. 내가 재밌기도 하고. 방문을 닫고 있는데도 오븐 예열되느라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 가정용으로 사용하기에는 큰 오븐이고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래. 설치하러 오신 기사분이 우리 집에서 사용가능하냐고 물었었어.  전기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전력량을 묻는 거였는데 전기에 대해서 아는 신랑이 된다고 안되면 자기가 선을 따로 따서 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어. 그 말을 믿고 확신 못하던 기사님에게 물건 받겠다고 했지. 결정한 거야. 이 오븐으로 집에서 260도 고온으로 굽는 먹음직스러운 크러스트가 있는 하드계열빵을 직접, 집에서, 만들고 싶었으니까. 그날이 저녁이었고 다음날 아침부터 같이 배달온 윌파 반죽기로 반죽을 시작하고 우녹스 오븐으로 굽기를 시작했어. 매일 빵을 만드는 일상이 됐어. 15년 전 시작한 취미가 다시 시작 됐지. 정말 좋아.

난 바게트를 좋아해. 시골빵, 깜빠뉴 이런 빵을 너무 만들고 싶었어. 내겐 간절함이었어. 그걸 할 수 있게 되니 기쁠 수밖에. 매일 즐겁고 기쁨이 생겨나기 시작했어. 내 삶이 즐거워졌어. 이럴 때 너를 만나 나의 기쁨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야. 함께 나눌 누군가가 있다는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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