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민정 Sep 05. 2024

우는 자와 같이 울고

공감의 능력

욥기 6장 1-2

"욥이 대답하여 이르되

나의  괴로움을 달아보며  나의 파멸을  저울 위에 모두  놓을 수 있다면

바다의 모래보다도 무거울  것이라  그러므로  나의 말이 경솔하였구나"



욥은 그 당하는 고난이 너무 커서 나의 괴로움을 달아보면  바다의 모래보다 무거울 것이라 말한다. 들나귀가 풀이 있으면 어찌 울며, 소가 꼴이 있으면 어찌 울겠느냐고도 말한다. 고난과 상처를 받은 사람의 마음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그래서 타인의 슬픔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공감보다 권면부터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욥의 친구 엘리바스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상담실에 오는 아이들은 다 상처가 있었다. 부모에게 학대받다 정말 죽지 않기 위해 가출했다가 비행의 길에 들어선 아이.  폭력적인 부모 밑에서 살다가 똑 같이 폭력적인 성격이 되어 버린 아이.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치 상태에서 또래집단과 어울려 비행을 저지른 아이들. 좋은 환경보다 불우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경험을 공유하지 못한 사람이 상담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상담받던 아이 중에서 나중에 선생님같이 상담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 너무나 기뻤다.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상처받은 사람을 위로할 때 그 힘은 크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괴로움을 먼저 보고 함께 아파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애썼다. 그런 중에도 내가 참 아이들을 모르는구나 하고 절실히 느낄 때가 있었다.


오래전 일이다. 난타 공연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할 때였다. "난타" 공연을 보러 가는 날이었다. 여 명이 극장에 갔다. 정동에 있는 극장에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좋은 좌석에서 관람할 수 있게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문화 체험이 거의 없는 아이들이었다. 그날 극장에는 단체로 학교에서 관람을 온 학생들도 있었고 외국인도 많았다. 공연은 무척 재미있었고 관객들은 환호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환호는커녕 정말 조용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나는 좀 속이 상했다. 이렇게 재미없어하다니~. 끝나고 나와서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재미없었니?"

 "아뇨,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그날 나는 그들을 많이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경험 이후  상담자로서 자격이 많이 모지라지만 그 아이들 입장에 서 보려고 많이 애썼다.


이전 01화 씨 뿌리기 전에 밭을 먼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