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 10장 20-21
내 날은 적지 아니하니이까 그런즉 그치시고 나를 버려두사 잠시나마 평안하게 하시되
내게 돌아오지 못할 땅 곧 어둡고 죽음의 그늘진 땅으로 가기 전에 그리하옵소서
욥은 대단한 부자였다. 그의 소유물은 양이 칠천 마리요 낙타가 삼천 마리요 소가 오백 겨리요 암나귀가 오백 마리였다. 요즘으로 치면 재벌급쯤 되었을 것 같다. 자식은 아들이 일곱이고 딸이 셋이었다. 자식이 많은 것을 복으로 여길 때이니 그는 자식 복도 많았다. 그는 성격도 온전하고 정직하였고 악에서 떠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은 전혀 까닭을 알 수 없는 큰 시험과 고난을 당하게 된다. 재산도 다 없어지고, 사고로 자식들도 한날 한 시에 다 죽고 말았다. 그의 몸에는 병이 난다. 정수리부터 발바닥까지 종기가 생겨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질그릇 조각으로 온몸을 긁고 있다. 그의 아내까지 차라리 하나님을 원망하며 죽어버리라는 저주를 퍼붓는다.
그는 "주께서 나를 태에서 나오게 하셨음은 어찌함이니이까"라고 부르짖기까지 한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죽으면 그 고난은 끝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하나님을 믿고 죽기 전에 평안을 달라고 간구한다. "죽음의 그늘진 땅으로 가기 전에 그리하옵소서"라고 하나님께 이 땅에서 평안을 주옵소서 하고 간구하는 것이다.
평안은 어디에서 오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책을 사 보았다. 마흔은 이미 오래전에 지났지만 철학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니 흥미가 생겨 사본 것이다. 그 책의 앞페이지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
인생의 의미를 끊임없이 고민한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가장 유명한 말이라고 한다.
마흔 보다 몇십 년 더 살다 보니 정말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라는 말에 공감한다. 욥만큼은 아니라 해도 일생 사는 동안 고난과 고통을 겪지 않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죽는 것이 편안할 것 같은 고통을 겪을 때 욥과 같이 죽기 전에 이 땅에서 평안을 주옵소서하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오늘 말씀에서 배운다.
평화는 하늘에서 내려 주신다.
나는 유교 전통이 강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내가 하나님을 믿게 된 것은 기독교대학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나의 친가(안동 권 씨), 외가(광산 김 씨) 친척 중 교회 다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제사를 최고 중요한 일로 여기는 분위기에서 예수쟁이는 조상도 몰라보는 상것으로 취급하는 분위기였다. 나 역시 우리아버지의 가장 멋진 모습 중 하나로 제사가 있는 날이면 아버지가 목욕재계하고 검정두루마기를 입으시고 조상님을 모신 상 앞에 절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대학에서 생전 처음 불러보는 찬송가가 마음에 들었기에 채플 시간이 무척 좋았다. 채플시간에 너무 출석을 안 해서 학점관리가 안된 내 친구도 있었지만 나는 거의 빠지지 않고 채플에 참석했다. 그 시간이 그냥 좋아서. 무슨 복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하나님 말씀이 좋았고 성경 말씀이 단순하게 믿어졌다. 대학 졸업할 때 세례를 받았다. 올해가 세례 받은 지 딱 50년 되는 해다. 그 세월 동안 하나님은 내게 평안을 주셨다. 산다는 것이 괴로운 것이라고 철학자가 말했는데 그동안 괴로운 일이 없었을 리 없다. 그러나 "괴로울 때 주님의 얼굴 보라"라는 노래를 부르면 정말 평화가 하늘에서 내려온다.
올해 1월에 《얼굴을 마주 보고》 책을 출간하고 극동방송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다. 토요일 오전에 방송하는 <나의 신앙 나의 인생>이라는 프로였다. 약 30분 동안 방송되는 프로였는데 책에 있는 내용을 가지고 여러 질문을 받았다. 그중 하나님을 믿는 가장 큰 복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평안과 감사"라고 대답했다. 어떤 고난이 와도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해 주신다는 믿음이 있으니 평안하고 감사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