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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정 Sep 19. 2024

두 번은 없다

우리는 귀한 존재이다

욥기 13장 28절

"나는 썩은 물건의 낡아짐 같으며 좀 먹은  의복  같으니이다"



자존감이 무너진 사람의 말이다.

이 세상 사람 중에서 가장 고난 받은 사람의 대표로 우리는 욥을 꼽는다. 어디에서나 고난의 사람, 그러면 욥을 떠올린다. 욥이 동방에서 제일 부자로 살다가 거지가 되었을 때도, 사랑하는 열 명의 자식이 죽었을 때도, 그는 이러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차츰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었고. 스스로를 썩은 물건의 낡아짐 같으며 좀 먹은 의복 같다고 말하기에 이른다.

자신의 처지가 너무 비참하면 이럴 수도 있다는 걸 욥에게서 본다.


그러나 욥은 하나님 보시기에 귀한 존재였다. 그것은 욥도, 하나님도 끝까지 가지고 있던 믿음이었다


오늘 말씀을 읽다가

내가 좋아하는 시인 쉼보르스카의 시  '두 번은 없다'가 생각났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더라?

꽃인가, 아님 돌인가?


야속한 시간,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두려움을 자아내는가?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두 번은 없다> 전문



인간은  거대한 세상 속에서 한 줌의 티끌처럼 미약한 존재이지만  중요한 건 이 세상 어디에도 나와 똑같은 이는 없는 고유하고 귀한 존재라는 것이다. 세상에는 고통당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이 시간에도 가까이에서, 또 저 멀리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에서 비참한 상태에 처해 있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귀한 존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귀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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