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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정 Oct 03. 2024

연민


너희가 내 마음을 괴롭히며 말로 나를 짓부수기를 어느 때까지 하겠느냐

                                                    (욥기 19장 2절)



욥의 친구들은 계속해서 말로 욥을 괴롭힌다. 욥은 그들에게 내게 허물이 있다 할지라도 그 허물이 내게만 있느냐, 어느 때까지 나를 괴롭히려고 하느냐고 항변한다.


약한 것을 공격하는 것은 동물의 본능이라고 한다. 인간도 동물이라 이런 죄악된 본능이 있을 수가 있다. 약한 것을 괴롭히는 것은 철 모르는 어린 시절에 저지를 수 있는 죄악인데, 여기에 길들면 성장해서 흉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또 다른 고귀한 감정이 있다. 연민이다. 다른 생명체의 불행이나 괴로움에 대해 느끼는 감정, 안타깝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연민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선한 감정이다.


천리포수목원에 왔다. 천리포수목원은 돌아가신 민병갈 원장님이 모래땅을 일구어 세계적인 수목원으로 만든 곳이다. 우리나라 귀화 미국인 1호인 민원장님은 세상의 모든 종류의 생명체를 불쌍히 여기고 사랑하신 분 같다. 아침 산책길에 거미줄을 보면 걷어내기보다 '거미가 밤새 애써 집을 지었구나' 하며 피해 지나가고, 어떤 종류의 곤충도 죽이지 않았다고 한다.


무궁화동산에 무궁화꽃이 활짝 피어 있다. 무궁화꽃이 참 종류가 여러가지다. 생전 처음 보는 무궁화꽃도 있다. 무궁화는 벌레가 많은 식물이라 알고 있었는데 꽃이 너무나 풍성하게 아름답고 벌레도 없이 깨끗했다. 약을 치지 않는데도 이렇게 꽃이 아름다운 것은 수 십 년 동안 퇴비로만 비료로 썼기 때문에 식물들이 건강한 것이다. 이 식물원에는 어떤 종류의 약도 치지 않고, 나무도 인위적으로 모양을 만들거나 가지치기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민원장님처럼 거미줄을 피해 가면서 아침 산책을 했다.


나는 괴로움에 빠진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기보다

"다 너의 허물 때문에 생긴 일이야"

하지 않았을까?

 "다 너를 위해서 말해주는 거야 "

하며  입바른소리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는 않았을까?

나는 생명을 충분히 사랑했을까?


그런 묵상에 빠졌던 시간이었다.



         천리포수목원  무궁화동산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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